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12월 본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설치 법안 표결 당시 민주당 의원 중 유일하게 기권표를 던진 금태섭 전 의원에게 ‘경고 처분’ 징계를 내린 것을 두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금 전 의원은 2일 페이스북에 “다른 의견에 대해 법적 책임을 들이대게 되면 공론 형성의 과정이 사라진다”며 “조국 사태, 윤미향 사태 등에 대해서 당 지도부는 함구령을 내리고 국회의원은 국민이 가장 관심 있는 문제에 대해서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이게 과연 정상인가”라고 비판했다. 그는 “검사 시절 검찰개혁에 관한 글을 기고하고 검찰총장 경고를 받은 일이 있다”며 “14년 만에 이번에는 소속 정당으로부터 비슷한 일로 경고 처분을 받고 보니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이 검찰과 비슷한 일을 할 줄은 정말 몰랐다”고 했다.
당내에서도 금 전 의원에 대한 징계 결정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조응천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국회의원이 자기 소신을 가지고 판단한 걸 당이 징계하는 건 본 기억이 없다. 의원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소속 정당의 의사에 기속되지 않고, 양심에 따라 투표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송갑석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표결 관련 징계가) 처음인지까진 모르겠는데 다소 이례적”이라고 했다. 한 초선의원은 “21대 초선의원들에게 당론과 다른 목소리를 냈을 때 어떤 결과를 낳는지 확실하게 보여준 것”이라고 했다
미래통합당 소속 원희룡 제주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조국과 윤미향을 두둔한 민주당이 통과가 확실한 공수처법에 소신에 따라 기권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했다. 정말 이래도 되는가”라며 “민주당에 ‘민주’가 없다는 말이 사실이었다”고 비판했다. 판사 출신인 같은 당 김기현 의원도 “개인의 소신과 양심에 따른 본회의 표결을 이유로 징계하는 것은 헌법과 국회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반헌법적인 행태”라고 했다.
윤리심판원의 징계가 당헌·당규 위반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 윤리심판원 징계 규정 ‘제4장 제14조’에는 당원 또는 당직자와 국회의원에 대한 징계 사유를 구분하고 있는데, 금 전 의원이 징계를 받은 ‘당의 강령이나 당론에 위반하는 경우’ 조항은 당원과 당직자에게만 해당한다. 금 전 의원 측 관계자는 “국회의원에 대한 징계사유가 아닌 데다 본회의 표결로 징계를 한 것은 전례가 없다”며 이날 윤리심판원에 재심의를 청구했다.
이해찬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아무것도 (조치를) 안 하면 강제당론의 의미가 없지 않은가. 말이 징계지 내부적으로 가장 낮은 수준”이라면서 “윤리심판원에서 (금 전 의원을) 의원 신분으로 징계를 했는지 살펴볼 텐데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금 전 의원은 ‘조국 사태’ 당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도덕성 논란에 대해 당내에선 거의 유일하게 비판했다. 이로 인해 민주당 강경 지지층의 거센 비난을 받았고, 4·15총선 경선에서 탈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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