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현충일 추념식에 천안함 폭침 및 연평해전 전사자 유가족을 초청하지 않기로 했다가 논란이 되자 뒤늦게 참석해 달라고 요청해 빈축을 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참석 인원 감축을 이유로 들었지만 별다른 사과 표명도 없이 보훈단체 책임으로 돌리면서 논란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각종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며 ‘북한을 자극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를 앞세우다 비판을 자초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가보훈처는 5일 오전까지만 해도 이번 현충일 추념식에 천안함 및 연평해전·포격 관련 유가족들이 초청되지 않았다고 확인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면서 초청 인원을 기존의 1만 명에서 300명 선으로 크게 줄였는데, 이 과정에서 이들이 초청자 명단에서 빠지게 됐다는 것이다. 이성우 천안함 유족회장은 “3일 보훈처에서 ‘올해 현충일 추념식은 코로나19로 인해 최소 인원으로 실시하기로 했다. 독립유공자와 코로나19 희생자 가족들을 초청해 진행된다. 양해 바란다’는 취지의 우편이 왔다”고 말했다. 이례적인 코로나19 희생자 유가족 초청은 ‘보훈은 다양한 희생정신으로 구현된다’는 정부 입장에 따라 이뤄졌다.
보훈처가 입장을 바꾼 것은 5일 오후로, 매년 추념식에 참석하던 서해수호 관련 유가족들이 초청 명단에 들지 못했다는 사실이 보도된 뒤였다. 보훈처는 이날 오후 공지문을 내고 “해군본부에서 금일(5일) 국가보훈처에 유가족 및 생존 장병 대표자의 참석을 건의해 왔다”며 “서해수호 관련 유가족 및 생존자를 대표할 수 있는 7명이 참석하는 것으로 결정됐다”고 밝힌 것이다. 추념식 개최가 24시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늑장 초청한 점을 시인한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논란이 되니 뒤늦게 바꾸게 된 것이 맞다. 세심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와대와 보훈처는 이 같은 논란에 대한 사과 대신 “보훈단체가 참석자로 추천을 안 했기 때문”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5일 오후 “(추념식) 참석자가 300명으로 대폭 줄어드는 과정에서 천안함 유족 등이 빠지게 되었는데, 이는 보훈단체에서 초청 인사로 보훈처에 추천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했다. 보훈처도 같은 날 오후 “각 보훈단체에 자율적으로 초청 인사를 추천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청와대와 정부가 천안함 유족 등의 초청 및 참석 여부를 확인했는지는 밝히지 않고 보훈단체가 제대로 추천을 안 해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논리다.
서해수호 유족 및 관계자들은 불쾌감을 드러냈다. 뒤늦게 초청 제의를 받아 이에 응한 손정목 천안함재단 이사장은 “의도적으로 (서해수호 관련자들을) 뺐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당황했었다”며 “섭섭했고 (초청을 받지 못한) 관련 유가족끼리 따로 참배를 할 계획을 세웠었다”고 말했다.
전준영 천안함 생존자 예비역전우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2019년 6월 5일은 김정은으로 맥이고(먹이고), 2020년 6월 5일은 코로나로 맥이네(먹이네)!”라는 글과 함께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손을 잡고 찍은 사진을 올렸다. 지난해 현충일을 앞두고 열린 청와대 초청 행사에서 유족들에게 김 위원장이 찍힌 사진이 담긴 책자를 나눠줘 유족들이 반발했던 일을 꺼낸 것이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권의) 현대사 정리 작업에 ‘천안함 연평도 지우기’가 포함된 것은 아닌가? 현충일 전날 문재인 정부의 대북 굴종이 국민을 참담하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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