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민법 개정 추진
체벌 허용으로 오해 소지, 민법 915조 ‘징계권’도 삭제
정부가 부모의 자녀 체벌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아 민법 개정을 추진한다. 또 그동안 자녀에 대한 체벌이 허용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킨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던 친권자의 징계권 조항도 62년 만에 민법에서 삭제하기로 했다.
10일 법무부는 이 같은 방향으로 민법 일부 개정안 발의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법무부는 “최근 부모의 체벌로 아동이 사망에 이르는 심각한 아동학대 사건이 다수 발생함에 따라 아동에 대한 체벌 금지를 민법에도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모의 자녀 징계권을 규정한 민법 제915조는 ‘친권자는 자녀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해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고 법원의 허가를 얻어 감화 또는 교정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법무부는 징계권에 대해 “사회통념상 허용될 수 있는 방법과 정도에 의한 것으로, 신체적 고통이나 폭언 등의 정신적인 고통을 가하는 방식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징계권 조항에 대해 자녀 체벌이 용인되는 것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킨다는 지적이 아동 인권단체를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징계권은 1958년 민법(1960년 시행)이 만들어질 때부터 있었다. 법무부 관계자는 “‘징계’라는 단어가 자녀를 부모의 권리행사 대상으로만 보는 권위적 표현이라는 지적도 있어 용어 변경이나 삭제 등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며 법 개정을 추진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민법상 징계권은 국제사회가 우리나라를 체벌 금지국가로 분류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법무부는 징계권 조항을 없애는 데 그치지 않고 ‘부모의 자녀 체벌 금지’를 민법에 명문화하기로 했다. 지금도 아동복지법 등을 통해 아동의 신체와 건강, 발달을 해치는 신체적 학대행위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는 금지돼 있지만 민법에서도 명확하게 규정하겠다는 것이다.
법무부 ‘포용적 가족문화를 위한 법제개선위원회’도 올해 4월 “아동 권리가 중심이 되는 양육 환경을 조성하고 자녀에 대한 부모의 체벌 금지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며 징계권 조항 삭제와 체벌 금지 규정 명문화를 권고한 바 있다.
법무부는 12일 아동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등 관계기관과의 간담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교수, 변호사 등 전문가 자문을 거쳐 구체적인 개정안을 마련한 뒤 최대한 신속하게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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