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륙(離陸). 비행기 등이 날기 위해 땅에서 떠오르는 것을 의미하는 단어다. 광주진흥고 3학년 이륙(18) 역시 프로무대를 향한 비행준비를 마쳤다.
진흥고는 14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74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동아일보사·스포츠동아·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공동주최) 4일째 상우고와 1회전에서 10-3, 7회 콜드게임 승리를 거뒀다. 1-3으로 뒤진 3회초 무사 2·3루서 등판해 4이닝 1안타 1볼넷 7삼진 무실점을 기록한 조재웅(18)이 승리투수가 됐다. 타선에선 7번 지명타자로 출장해 3타수 2안타 1타점을 뽑은 이륙의 활약이 빛났다.
광주서석초~진흥중을 졸업한 이륙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주로 1루수로 출장했다. 고교 2년간 성적은 8경기에서 6타수 무안타로 눈에 띄지 않았다. 내야수로 확실한 눈도장을 찍지 못했고, 지난겨울 투수 변신을 준비했다. 마운드에 오른 경험이 많지 않았지만, 시속 130㎞대 중반의 속구에는 스피드건에 찍히는 것 이상의 힘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어깨 통증이 찾아왔고, 후반기에야 투수 복귀가 가능하다.
그러나 잠깐의 투수 겸업은 ‘타자 이륙’의 가능성도 깨웠다. 상우고전을 마친 뒤 이륙은 “투수로 뛰지 못하기 때문에 타자로 나서고 있는데 팀 승리에 보탬이 돼 기분 좋다”는 말로 입을 열었다.
무협지를 좋아하는 아버지는 아들의 이름을 이륙으로 지으려고 했다. 하지만 할머니가 ‘준석’이라는 이름을 받아왔다. 이륙이 초등학교 4학년이던 2012년, 아버지는 말썽꾸러기 아들에게 ‘정신을 차리라’며 야구를 권했다. 야구를 권한 아버지가 때로는 밉기도, 때로는 고맙기도 하다. 아버지에게 줄곧 감사한 마음을 갖기 위해서는 야구선수로 성공해야 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야구가 뜻대로 잘 풀리지 않자 지난달 초 개명을 택했다. 뭍 륙. 비행기가 이륙하듯 야구선수로서도 떠오르길 바라는 의미의 이름이었다.
이륙의 꿈은 힘으로 밀어붙이는 투수다. 초중고 직속 선배인 김진우(37·은퇴) 같은 투수를 그리고 있다. 서석초 시절 사인회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던 김진우의 모습은 뇌리에 선명하다. 어린 시절부터 김진우의 등판 경기를 자주 챙겨봤기 때문에 그처럼 성장하길 바라고 있다. 입단하고 싶은 팀 역시 당연히 KIA 타이거즈다.
진흥고 동료들부터 코칭스태프까지 주변에선 입버릇처럼 “이제 이륙하자”고 격려한다. 불의의 부상이 찾아왔지만 타자로서 희망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통증을 잡는다면 투수로서 성장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평가다. 이륙은 이제 프로무대 연착륙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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