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Case Study]협업용 메신저 ‘잔디’, 아시아서 쑥쑥 큰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17일 03시 00분


누적 사용자 200만명 돌파… 스타트업 토스랩

김대현 토스랩 대표이사. 토스랩의 기업용 메신저 서비스인 ‘잔디’는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업무가 기업의 ‘뉴노멀’이 되면서 빠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토스랩 제공
김대현 토스랩 대표이사. 토스랩의 기업용 메신저 서비스인 ‘잔디’는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업무가 기업의 ‘뉴노멀’이 되면서 빠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토스랩 제공
3월 초 ‘잔디’라는 기업용 메신저를 서비스하는 스타트업 토스랩에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국내 한 중견기업 정보기술(IT) 담당자였다. 그는 “코로나19로 다음 주부터 재택근무를 해야 하는데 잔디를 사용하려고 한다. 당장 미팅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기업뿐만이 아니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500명 이상 발생하기 시작한 3월부터는 하루에도 이런 전화가 여러 통 걸려왔다. 이렇게 고객사가 먼저 찾는 것은 사실 이례적인 일이었다. 코로나19 사태 전까지만 해도 토스랩이 중견기업 정도의 회사와 영업 미팅을 잡으려면 상당히 오랜 기간 공을 들여야 했다. 코로나19 사태는 이런 상황을 반전시켰다. 이후 현재까지 토스랩의 성장세는 말 그대로 ‘파죽지세’다. 넥센타이어, 한양건설, 코스맥스 등 500개 기업이 코로나19 이후 새롭게 토스랩의 고객사가 됐다. 여기에 5월 말까지 신규 가입자는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되기 전인 연초 대비 80% 증가했으며 해외에서만 7000명의 해외 사용자가 유입됐다. 또한 4월 중순에는 누적 사용자 200만 명 달성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썼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 2020년 5월 2호(297호)에 실린 토스랩의 성공 요인을 정리했다.

○ 과감한 ‘무료 배포’ 시도
사실 업무용 메신저는 새로운 ‘발명’은 아니었다. 토스랩이 잔디를 론칭하던 2015년에 이미 국내에 몇몇 업무용 협업 툴이 상용화돼 경쟁 중이었다. 카카오의 아지트, 웹케시가 만든 플로우 등이 대표적이었다. 해외에서는 ‘슬랙’이 빠르게 시장을 확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협업 툴에 대한 수요는 많지 않았고 그래서 시장도 크지 않았다. 특히 국내 대기업의 경우 SI(System Integration) 계열사를 통해 계열사별로 통합된 그룹웨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또 중견기업은 여전히 e메일 위주의 업무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었고 그룹웨어 대신 카카오톡 같은 무료 메신저를 업무에 활용하는 비중이 높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토스랩은 서비스 론칭 후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B2B용 소프트웨어이다 보니 주변 지인을 활용한 영업도 한계가 있었다. 기업 고객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일단 이름을 알리는 것이 중요했다. 그래서 토스랩은 잔디 론칭 초기 과감하게 ‘무료 배포’를 시도했다. 누구든 원하면 잔디를 써볼 수 있도록 한 것. 이런 선택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잔디가 기존 개인용 메신저나 외국의 협업 툴과의 경쟁에서 강점이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 소프트웨어가 아닌 문화를 판다
기업들이 협업용 메신저를 도입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의사결정의 속도와 질을 높여 생산성 향상을 이루기 위해서다. 업무에 주로 사용하는 e메일이 생산성을 떨어뜨린다는 사실은 이미 다양한 연구를 통해 증명됐다. 하지만 생산성 향상은 단순히 협업 툴만 도입한다고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잘못된 협업 툴 도입은 자칫 조직 내부의 혼란만 가중시키고 개별 직원의 업무량만 늘릴 뿐이다. 실제로 회사가 처한 상황 맥락이나 회사의 조직문화와 협업 툴이 가진 철학과의 어울림(fit)을 고민하지 않고 무턱대고 잘나가는 혁신 기업들이 쓴다는 협업 툴을 도입했다가 실패하는 사례를 종종 목격할 수 있다.

토스랩 역시 서비스 론칭 초반에는 협업 툴과 협업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스타트업들을 주로 상대했다. 그러다 보니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했다. 하지만 중견기업 이상의 회사들을 본격적으로 상대하면서 단순히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데 그쳐서는 제대로 쓰여 보지도 못한 채 부정적 인식만 남길 수 있겠다는 문제의식을 갖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후 일대일 라이브 톡과 유선상담 등 고객지원, 스마트워크 관련 교육 세미나 주최 등을 통해 잔디 사용법뿐만 아니라 스마트워크에 필요한 협업 문화 확산을 위한 교육을 시도하고 있다. 또한 고객사의 요청이 있을 경우 고객사를 직접 방문해 기존 그룹웨어와의 연동, 업무 특성이나 회사 상황에 맞는 잔디 활용법 등을 컨설팅하고 필요한 경우 사내 확산 및 정착을 위한 교육도 진행한다. 그 덕분에 실제 토스랩이 고객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잔디를 활용하기 시작한 이후 고객사 평균 미팅은 29% 줄었고, 사내 e메일 전송 건수는 무려 82%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생산성은 56% 증가했다. 토스랩의 이 같은 맞춤형 교육 서비스는 수평적 조직문화 도입을 위해 협업 툴 사용을 고민하는 많은 기업이 잔디를 선택하는 결정적 계기를 만들어 줬다.

○ 아시아 기업에 특화된 서비스
토스랩은 창업 초기부터 국내 시장뿐만 아니라 아시아 시장을 타깃으로 마케팅 활동을 전개했다. 비슷한 기업 문화를 가진 아시아권 기업들이 잔디를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따라서 중국어, 일본어, 베트남어 등 다양한 언어를 지원하는 데 힘썼고, 직급과 체계가 중시되는 아시아권의 특성을 고려해 팀원들의 직함, 소속, 연락처를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조직도를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조직문화 특성에 맞춘 이 같은 서비스는 글로벌 대표 기업들과 차별화되는 포인트였다. 예컨대 북미권에서 많이 쓰이는 슬랙은 팀이 아닌 개인에게 초점을 맞춰, 개인이 필요하면 방을 만들과 그 방에 협업할 사람을 초대하게 했다. 하지만 잔디는 관리자 기능을 강화해 아시아권 기업 문화에 맞추려 힘썼다. 이에 힘입어 토스랩의 잔디는 대만과 일본,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다양한 아시아 국가로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

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
#잔디#스타트업#토스랩#메신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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