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이 다 망쳐놔” vs “트럼프, 金에 낚여”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20일 03시 00분


하노이 회담 실패 놓고 책임공방
트럼프 “리비아모델 거론에 金폭발”
볼턴 “트럼프, 주목받는 것만 생각”
美하원, 청문회에 볼턴 부르기로… 외교정책 추가폭로 나올지 촉각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북한 비핵화 협상의 실패를 놓고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다. 북한의 잇단 위협 속에서 진지한 대북 해법 논의가 실종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현지 시간) 미 언론은 볼턴 전 보좌관이 ‘그 일이 일어난 방: 백악관 회고록’에서 폭로한 지난해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과정의 뒷이야기를 추가로 공개했다. CNN방송에 따르면 볼턴 전 보좌관은 회고록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낚았다(hooked)”며 “김정은을 만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열의에 가슴이 아팠다”고 했다.

수미 테리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도 이날 트위터에서 회고록을 발췌해 소개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연합 군사훈련의 비용에 불만이 컸다. 김 위원장이 한미 연합훈련을 줄이거나 없애기를 원한다고 하자 그는 군 장성을 무시하고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볼턴은 또 “하노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빅딜, 스몰딜, 그냥 걸어 나가는 것 중 마지막 선택지를 택했다”며 “그는 마이클 코언의 (하원 청문회) 증언을 보면서 밤을 새웠고 어떤 선택을 해야 (코언의 증언보다) 더 주목받을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 코언이 헤드라인을 장식하지 못하게 하려고 ‘노딜’을 선택했다는 취지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하원은 볼턴 전 보좌관을 청문회 증인으로 세우겠다고 밝혀 추가 폭로가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서 “미친(wacko) 존 볼턴이 북한에 대해 ‘리비아 모델’을 보고 있다고 했을 때 다 망쳐버렸다”며 “나와 잘 지내던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은 마치 그의 미사일처럼 폭발했다”고 주장했다. ‘선(先)핵폐기 후(後)보상’을 골자로 하는 리비아 모델은 북한이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던 비핵화 방식이다.

백악관 및 외교안보 부처 고위 당국자들도 비난에 가세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성명에서 “국민과의 신성한 신의를 저버려 미국에 피해를 준 배신자”라고 맹비난했고,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은 “리벤지 포르노”라고 비판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신아형 기자
#미국#북한#트럼프#볼턴#북미 비핵화 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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