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VR 스타트업 이 남자, 포스트 코로나 목표는…[신무경의 Let IT Go]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21일 18시 29분


어메이즈VR 이승준 대표 인터뷰

온라인 커머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온라인 게임 등 그동안 유망하다고 여겼던 언택트(비대면) 서비스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국면을 맞아 새삼 주목을 받았다. 해당 서비스를 다량 보유하고 있는 네이버, 카카오, 엔씨소프트 등 주요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코로나19가 확산된 이래 시가총액 상위권(15위) 안에 안착했는데 시장에서 바라보는 가능성과 잠재력에 대한 기대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그동안 빛을 발하지 못했던 원격근무 솔루션, 온라인 교육(에듀 테크) 서비스들이 조명 받게 된 점은 정보기술(IT) 출입 기자로서 흥미로운 대목이다.

그런데 게임적인 요소가 강한 언택트 서비스임에도 코로나19 국면에서 상대적으로 조명받지 못하는 산업이 있다. 바로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이다. 고가의 VR 기기를 갖춰야하는 진입장벽이 있고, 무엇보다 충분한 콘텐츠가 없다는 점이 한계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승준 어메이즈VR 대표
이승준 어메이즈VR 대표

이런 가운데 한국도 아닌, 미국 한복판에서 2015년 7월부터 만 5년 동안 VR이라는 한 우물을 파고 있는 스타트업 어메이즈VR의 이승준 대표(37·사진)를 최근 만났다. 어메이즈VR은 코로나19 확산세가 국내에서 일기 직전인 1월 250만 달러(약 30억 원) 투자를 추가 유치(총 950만 달러)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 회사에는 이제범 전 카카오 대표를 비롯해 수석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전략지원팀장, 메시지팀장 등 카카오 초기 멤버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이 대표에게 코로나19 시대에 VR 스타트업의 생존 전략을 물었다.

―VR 스타트업 창업 이유와 성과는.

2012년 카카오에서 입사해 모바일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왔을 때 큰 기회(카카오톡)가 오는 것을 경험했다. 이런 경험을 글로벌에서도 하고 싶었다. 모바일 다음의 패러다임이라 여긴 게 바로 VR, AR이다. TV를 VR 헤드셋이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키는 콘텐츠였다. 처음에는 우리가 VR 콘텐츠를 만들었다. 이후 어떻게 콘텐츠를 유통할까 고민하다가 넷플릭스처럼 한달에 7달러를 부과해서 VR 헤드셋을 통해 프리미엄 영상을 볼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 서비스를 하고 있다. 2017년 4월 출시 이래 100만 다운로드를 달성했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950만 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VR 버스 내부 사진
VR 버스 내부 사진

―미국에서 사업을 하는 까닭은.

VR 시장은 글로벌 사용자들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산업이다. 글로벌 이용자들에게 먹히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미 헐리우드에 사무실을 뒀다. 실제 우리 플랫폼의 이용자의 60%가 미국, 캐나다, 영국 등 영미권 이용자다. 유럽이 30%, 아시아는 10%에 불과하다. 현지에서 한국 국적과 외국 국적의 임직원 15명이 함께 일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VR 플랫폼 이용자가 증가했나.

내부 지표를 확인한 결과 코로나19 이전보다 사용자가 20~30% 정도 늘어난 것을 확인해볼 수 있었다. 다만 VR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위해서는 VR 헤드셋의 공급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코로나19가 VR 헤드셋 제조와 공급을 어렵게 해 폭발적인 성장은 한계가 있었다. VR 헤드셋을 만들고 유통하는 일은 우리가 할 수 없는 영역이다. 이런 상황에서 외연을 넓히기 위해서는 VR 헤드셋을 가진 이용자들뿐만 아니라 기기가 없는 일반 이용자들도 즐길만한 VR 콘텐츠를 보여줘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보유한 콘텐츠 중 이용자들이 높은 가치를 매기고 있는 부분을 다시금 살펴보았다. 그랬더니 나온 분야가 바로 가수의 공연 분야였다. 미국에서는 한국과 달리 가수 콘서트에 많은 돈을 지불한다. 가수의 공연을 VR 콘텐츠로 만들어서 VR 헤드셋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들도 체험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VR 버스와 팝업스토어
VR 버스와 팝업스토어

―어떻게 체험할 수 있나.

특정 가수의 콘서트를 VR 콘텐츠로 담은 뒤 VR 헤드셋과 움직이는 의자가 마련된 장소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식이다. 처음에는 이를 오프라인 극장에 실현하려 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사람들이 극장에 오질 못하고 있다. 더군다나 특정 지역에 국한돼 사용자가 적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바로 ‘VR 버스’다. 정식 명칭은 초실감형 투어 버스다. 우선 한 신인 가수의 콘서트를 VR 콘텐츠로 촬영해 VR 헤드셋과 움직이는 의자가 마련된 개조 버스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유명 음반 제작사와 이미 계약을 마쳤다. 이른바 움직이는 영화관을 통해 가수들은 전미 투어를 할 수 있다. 적어도 내년 상반기(1~6월)까지는 가수들이 투어 할 수 있는 여력이 안 되는데 우리가 새로운 솔루션을 제공하는 셈이다. 전미 투어를 하는 유명 가수들은 한 번 할 때 4~5개월 동안 50~60개 쇼를 진행하며 1500억~2000억 원의 매출을 낸다. VR 버스는 이 같은 시간과 비용, 노력을 줄이고 유사한 효과를 낼 수 있다. 예컨대 콘서트를 VR로 며칠 만에 만들어 여러 대의 VR 버스를 통해 전미에 유통하는 것이다.

VR 버스 가상 체험 이미지
VR 버스 가상 체험 이미지
―VR 버스는 언제부터 이용할 수 있나.

실물 제작은 7월 완료된다. 하반기(7~12월)에 LA를 시작으로, 내년에는 VR 버스를 통한 가상 콘서트를 전미에서 하고 싶다. VR 버스에는 한 번에 20명 정도가 앉아 체험할 수 있다. 버스뿐만 아니라 그 주변에 해당 가수와 관련된 각종 체험 부스들이 만들어져 하나의 팝업스토어 분위기를 만들 예정이다. 인스타그램, 틱톡 등에 찍어 올릴만한 무대를 주변에 조성하는 식이다. 이용가격은 30~40달러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목표가 있다면.

가수들이 새로운 앨범을 냈을 때 자연스럽게 초실감형 VR 콘텐츠도 만들어 팬들에게 제공해야 한다고 인식하게 만드는 것이다. 팬 입장에서도 새로운 즐길 거리가 생기는 것이다. 우리의 VR 플랫폼이 VR 동영상 콘텐츠를 볼 수 있는 넷플릭스와 같은 역할을 넘어 VR 콘서트까지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처럼 되기를 바란다.

신무경 기자 y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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