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2월 28일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의 협상 방향을 놓고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내에 상당한 이견이 있었다고 존 볼턴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3일 출간되는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에서 주장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중심으로 한 ‘비둘기파’와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 등 ‘매파’가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는 의미다.
볼턴은 지난해 2월 24일 하노이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보좌관으로부터 비건 대표가 작성한 북-미 합의문 초안을 받았다. 볼턴은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 없이 북한의 요구 사항을 들어주는 내용들이 나열돼 있었다. 마치 북한이 만든 초안 같았다”고 혹평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하노이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비건의 합의문 초안을 보고받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또 볼턴은 문재인 대통령이 2월 19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종전 선언 등 한국의 어젠다를 설득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던퍼드 의장은 그 어떤 종류의 종전 선언도 법적인 효력을 갖지 않는다는 점을 확실히 하기를 바랐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 때 협상장을 박차고 나가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실행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2차 정상회담을 앞두고도 트럼프 대통령은 “결렬 시 언론에 어떻게 설명해야 하느냐”고 참모들에게 물었다. 이에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북한의 핵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실험이 없다는 점을 거론하며 “협상에 진전이 있었고 다시 만날 것이라고 하면 된다”고 설명하자 대통령이 반겼다고 덧붙였다.
결국 하노이 회담이 ‘노딜’로 끝난 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비행기로 북한까지 바래다주겠다”고 제안했다. 김 위원장은 “그럴 수 없다”며 웃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대단한 그림이 될 것”이라고 재차 권유했다. 김 위원장은 당시 전용열차로 평양에서 하노이로 왔다. 편도 4500km를 이동하는 데 66시간이 걸렸다.
며칠 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김 위원장이 하노이에 올 때 (영변 핵 시설 포기와 모든 제재 해제라는) 한 가지 전략만 가져왔다. ‘플랜 B’가 없어 놀랐다고 말했다”고 볼턴은 주장했다. 회담 결렬 직전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통일 등을 언급하며 의제를 바꿨지만 김 위원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을 폐기하라”고 제안했지만 김 위원장이 또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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