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1일(현지 시간) USA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17개월간의 백악관 근무를 이렇게 회고했다. 예측 불가능한 백악관 분위기를 공이 기계 내부에서 이리저리 튕기길 반복하는 핀볼 기계에 빗댄 것이다.
그의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에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외교안보 정책이 결정되는 과정과 난맥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백악관의 속살을 경험한 최고위 참모가 관련 내용을 상세히 기술해 외교가의 관심을 끌고 있다.
회고록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실무 부처 및 참모진의 의견을 구하지 않고 입맛대로 정책을 추진하고 결정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볼턴은 물론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조차 모르게 진행한 한미연합 군사훈련 전격 중단이 대표적이다. 정책과 관련한 주요 면담과 행사 배석자들도 대통령 임의로 정했다.
수시로 올라오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는 이제 정책 커뮤니케이션의 ‘상수’가 됐다. 볼턴은 “모두가 대통령의 트위터를 중단시키려는 생각을 포기했다”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그것과 공존하는 것”이라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이 즉흥적으로 올리는 개인적인 트윗이 대부분이지만, 대북 메시지 등 참모들과 상의해 내용을 정하는 트윗도 적지 않다. 회고록에는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하기 전 그가 참모진과 트윗 시점과 내용 등을 논의한 뒤 문구를 부르는 장면이 서술돼 있다.
매파 대 비둘기파의 알력 다툼도 주목할 부분이다. 볼턴은 지난해 2월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미국이 핵동결도 옵션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뉴욕타임스(NYT)의 보도를 트윗으로 즉각 반박하며 견제구를 날렸다. 볼턴은 책에서 이 소스가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였다고 공개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당시 “왜 나한테 전화하지 않았느냐. 대통령의 생각은 당신보다 비건 쪽에 가깝다”며 화를 냈다. 비건 대표는 하노이 회담에 앞서 강경파들의 반대를 우려한 듯 부처 간 협의를 건너뛰고 합의문 초안을 북측에 전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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