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파워기업]‘명품명란’ 만들기 외길… 다양한 제품으로 글로벌시장에 도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29일 03시 00분


〈119〉덕화푸드

덕화푸드에서 생산한 덕화명란.
덕화푸드에서 생산한 덕화명란.
“음식(식품)은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문화입니다. 회사 경영도 마찬가지입니다.”

23일 부산 서구 원양로 국제수산물도매시장 3층 ㈜덕화푸드 사무실에서 만난 장종수 대표(48)는 젊은 경영인답지 않게 전통식품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덕화푸드는 장 대표의 부친인 고 장석준 회장이 1993년 설립했다. 당시 잘나가던 수산물회사의 상무였던 장 회장은 회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자 퇴사한 뒤 새로운 수산물유통회사를 세웠다. 사명은 덕으로 세상을 밝게 한다는 뜻을 담아 덕화(德華)라고 지었다.

생산 제품은 명태 알인 ‘명란’을 단일 품목으로 특화했다. 명란은 우리나라가 원조지만 조선시대 일본으로 건너간 명란이 원조처럼 된 데다 정작 우리에게는 잊혀져 가는 식품이었기 때문이다. 우리 것을 되살리겠다는 의지가 컸다.

부산 서구 국제수산물도매시장 3층 도매장동에 위치한 덕화푸드 생산공장에서 직원들이 명란을 정성스럽게 손질하고 있다. 덕화푸드 제공
부산 서구 국제수산물도매시장 3층 도매장동에 위치한 덕화푸드 생산공장에서 직원들이 명란을 정성스럽게 손질하고 있다. 덕화푸드 제공
장 회장은 평소 “내가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사람은 내칠 수는 없다”는 덕화식 경영을 실천해 주위에 늘 사람이 북적였다. 2004년 수산가공업 분야에서는 드물게 1000만 달러 수출 달성, 2011년 수산 제조 분야의 ‘명장’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분야의 명장은 아직도 유일무이하다.

그러나 2015년부터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의 ‘아베노믹스’로 수출길이 막히면서 회사가 어려움에 빠졌다. 매출도 줄고, 사하구 장림동 공장도 매각했다. 설상가상 창업주인 장 회장이 2018년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위기에 부닥쳤다.

2006년부터 경영수업을 받던 장 대표는 ‘위기는 곧 기회’라 여기고 경영혁신에 나섰다. 내수시장의 다변화와 소비자 욕구에 맞는 다양한 제품 개발에 주력했다. 명란의 맛과 신제품 개발을 위해 중소기업에서는 드물게 부설연구소도 설치했다. 제품 포장과 상표에 산뜻한 디자인을 입혔다.

덕화푸드가 소화하는 명란양은 1년에 300t 정도. 러시아산과 미국산이 각각 절반이다. 한때 북한 원산 주변이 명태의 주산지였으나 지금은 완전히 사라지면서 러시아 오호츠크해와 미국 베링해가 명태 어장을 양분하고 있다. 오호츠크해 주변에는 냉동 창고가 없어 연간생산량 5만 t 중 3만 t은 부산 감천항에서 거래된다. 부산이 산지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국제 입찰을 통해 구입한 명란은 해동 후 1차 염장 작업과 2차 조미, 3차 선별·무게 측정, 포장을 거치면 완제품이 된다. 덕화푸드의 제품명은 ‘덕화명란’이다. 소비자들의 선호도에 따라 그때그대로 명란(순한 맛), 백명란(담백한 맛), 숙성고에서 갓 꺼내먹는 명란(매운 맛)으로 나뉜다. 전부 염분 함량이 적은 저염식이다.

직원 65명이 생산하는 제품량은 하루 평균 1t 정도다. 제품은 주요 마트와 홈쇼핑, 온라인을 통해 100g 1통이 8000원씩에 팔린다. 지난해 매출은 67억 원, 올해는 85억 원으로 예상된다. 조선시대부터 내려오던 정통 조선명란도 곧 출시한다.

안준표 마케팅팀장(40)은 “덕화의 3대 자랑은 신선한 원료, 화학첨가물 제로, 염도 4%의 저염식”이라며 “국민 식탁에서 명품 음식으로 사랑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덕화푸드는 새로운 음식문화를 선도하기 위해 지난해 동구 초량동에 전초기지인 ‘데어더하우스(therethehouse)’를 개관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금은 운영을 중단한 상태다. 이곳에서는 명란 요리교실과 함께 명란을 활용한 샌드위치, 스파게티 등 새로운 개념의 다양한 요리 개발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위생·환경은 이 회사의 준칙1호다. 2007년 식약청의 식품안전관리기준(HACCP) 인증을 받았다. 미국 시장을 겨냥해 미 식품의약국(FDA) 및 국제식품안전경영 시스템인 FSSC22000 인증 절차도 밟고 있다. 지난해에는 해양환경 파괴를 최소화하고, 지속가능한 어업에 부여하는 MSC 에코라벨 인증을 받았다. 부산시의 우수식품 인증에 이어 최근에는 유망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지역스타(Pre-챔프)에도 선정됐다. 장 대표는 “명란은 한국 음식의 뿌리”라며 “명장 회사에서 만든 명품 명란이 세계시장을 석권할 때까지 도전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명품명란#덕화푸드#덕화명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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