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독립’ 깃발 든 남성 첫 연행
경찰, 평화시위마저 틀어막아
‘독립’ 표현 무기징역형까지 가능… 대규모 체포로 공안통치 불안감
시위 구심점 잃어 규모 많이 줄어 홍콩정부 “역사적 발걸음” 자축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시행 첫날인 1일 홍콩보안법에 반대하는 시위가 홍콩 곳곳에서 벌어지면서 300명 이상이 체포됐다. 이 가운데 최소 9명은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으며 숫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홍콩보안법 시행 첫날부터 대규모 체포가 이뤄지면서 ‘공안 통치’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홍콩 반환 23주년 기념일이기도 한 이날 홍콩보안법에 반대하는 야권과 시민사회단체들의 시위가 벌어졌다. 경찰의 철저한 현장 봉쇄로 대규모 시위는 이뤄지지 못했지만 시위대는 산발적으로 구호를 외치거나 피켓을 들었다. 완차이 등 도심에서는 물대포와 경찰 장갑차량 등이 눈에 띄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전했다. 지난해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반대 시위만큼 격렬한 충돌은 아니었지만, 일부에서는 최루탄과 고무총탄이 사용되기도 했다.
홍콩 경찰은 이날 오후 9시 20분(한국 시간) 공식 트위터 계정에 올린 글에서 “홍콩보안법, 불법집회, 난동 등의 혐의로 300명 이상을 체포했다”며 “이 중 홍콩보안법 위반은 9명으로 남성 5명, 여성 4명”이라고 밝혔다. 9명 중에는 15세 소녀도 포함돼 있다고 영국 가디언이 보도했다. SCMP는 체포된 사람 중에는 야당 입법회(국회) 의원인 레이먼드 찬, 탐탁치(譚得志) 등도 있다고 전했다. 홍콩 밍(明)보는 체포된 사람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홍콩보안법이 적용되는 사람이 수십 명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홍콩보안법 위반으로 처음 체포된 사람은 ‘홍콩 독립’이라고 쓰인 깃발을 소지한 남성이었다. 이 남성은 이날 오후 1시 40분경 홍콩 중심가인 코즈웨이베이 쇼핑지구에서 ‘홍콩 독립’ 깃발을 소지하고 있다가 경찰에 체포됐다.
‘홍콩 독립’ 깃발은 이전에도 반중 시위 때 종종 등장했지만 지금까지는 처벌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전날 제정돼 이날부터 시행된 홍콩보안법에 따르면 ‘홍콩을 중국에서 분리하려는 의도를 가진 자’도 처벌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경찰이 경미한 행위라고 판단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벌금에 처해지며 사안이 중할 경우 무기징역형까지 받을 수 있다.
지난해 7월 1일 홍콩에서 ‘송환법’을 막기 위해 55만 명이 모였던 것과 달리 이날 시위 규모가 축소된 것은 구심점을 잃은 것이 중요한 원인으로 보인다. 전날 홍콩 민주화 운동의 주역인 조슈아 웡이 속한 데모시스토당을 포함해 홍콩 시민사회단체 7개가 동시에 해체 선언을 했다. 홍콩 현지의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시위 시작 2, 3시간 전부터 빅토리아공원에 사람들이 밀집해 있었다”면서 “오늘 시위는 전혀 그런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전했다. 이어 “더 이상 과거와 같은 대규모 시위는 보기 어려울 것 같다”고 내다봤다.
반면 홍콩 정부는 자축 분위기다. 캐리 람 행정장관은 이날 홍콩 반환 23주년 기념식에서 “홍콩보안법 제정은 반환 이후 중앙정부와 홍콩 간 관계의 가장 중요한 발전”이라면서 “주권과 영토를 수호하고 안전제도를 유지하는 역사적인 한 걸음이고 홍콩 사회가 안정을 회복하는 데 필요한 적시적인 결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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