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풍미 ‘브릿팝’으로의 여행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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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팝’ 집대성 책 낸 권범준씨
“反보수-英음악 뿌리찾기 운동 대처리즘 아니라면 브릿팝 없어”

최근 서울 마포구 바 ‘데어데어’에서 만난 음악평론가 권범준 씨. 신간 ‘브릿팝’을 펼쳐든 그의 뒤편 벽에 영국 밴드 ‘블러’의 베스트 앨범 표지 포스터가 붙어 있다. 팝아트 작가 줄리언 오피의 작품.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최근 서울 마포구 바 ‘데어데어’에서 만난 음악평론가 권범준 씨. 신간 ‘브릿팝’을 펼쳐든 그의 뒤편 벽에 영국 밴드 ‘블러’의 베스트 앨범 표지 포스터가 붙어 있다. 팝아트 작가 줄리언 오피의 작품.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1990년대를 풍미한 영국 밴드 오아시스에 대한 Z세대 음악 팬들의 충성도가 요즘 놀랍다. 신간 ‘브릿팝(BRITPOP)’(안나푸르나)은 오아시스의 ‘Don‘t Look Back in Anger’를 애국가보다 더 뭉클해져 따라 부르는 이들을 위한 축복 어린 죽비다. 세간에서 ‘1990년대에 쏟아진 영국 록 일체’쯤으로 오해되는 브릿팝의 정의(定義)와 시대적 배경을 644쪽의 방대한 분량, 오렌지색의 쿨한 커버 안에 낱낱이 담았다.

최근 만난 저자 권범준 씨(42)는 “브릿팝은 영국 대중음악을 대표하지도, 1990년대 영국 록을 통칭하지도 않는다. 반(反)보수, 영국 음악 뿌리 찾기가 축인, 단기간에 한정한 문화적 운동”이라고 했다. 1980년대 레이거노믹스에 대한 반발이 1990년대 미국 그런지(grunge) 장르의 폭발을 낳았듯, 대처리즘이 아니라면 영국의 브릿팝도 없었을 거라는 것이다. 책은 토니 블레어 총리의 집권과 ‘쿨 브리타니아’ 구호, 영국 언론과 음반 산업의 브릿팝 브랜드화를 연결시키며 1990년대 영국 문화에 대한 흥미로운 다큐멘터리를 풀어냈다. 브릿팝 4대 천왕으로 불리는 오아시스, 블러, 스웨이드, 펄프 외에 선후대의 다양한 팀과 음반을 소개하는 ‘열전(列傳)’도 담았다.

“언뜻 보기에 오아시스와 비슷한 배경을 지닌 영국 밴드 트래비스, 라디오헤드, 콜드플레이는 모두 브릿팝에 속하지 않습니다.”

권 씨는 “브릿팝에 대한 오해도, 인기도 많은 한국에 전문서적이 없는 게 아쉬워 직접 펜을 들었다”고 했다. 그는 2018년 낸 ‘라디오헤드 OK COMPUTER’에서처럼 이번에도 치밀한 자료조사로 팩트의 밀도를 높였다. 아닌 게 아니라 건축학도 출신이다. 건축회사에 1년쯤 다니다가 때려치우고 2000년대 중반 록 전문지 ‘핫뮤직’ 기자로 2년간 일했다. 2011년부터는 라디오헤드의 노래 제목을 딴 음악 바 ‘데어데어’를 운영 중이다.

책장 속에 브릿팝 시대 영국인들의 자부심이 나부낀다. 미국산 그런지 감성의 무분별한 영국 수입이 못마땅했던 이들은 대선배 비틀스, 킹크스, 폴 웰러를 기반으로 대영제국의 록을 만들어간다. 공연장엔 유니언잭이 펄럭인다. 블러의 데이먼 알반은 명반 ‘Parklife’ 표지에 매우 영국적인 스포츠, 그레이하운드 경주 장면을 담았다. 다른 표지 후보는 버킹엄 궁전 사진이었다.

책에 백과사전처럼 해설한 122장의 브릿팝 관련 앨범 중 저자가 가장 아끼는 건 뭘까.

“스웨이드의 ‘Dog Man Star’(1994년), 그리고 블러의 ‘Blur’(1997년)예요. 후자는 브릿팝 대표주자가 브릿팝이 지긋지긋해져 만든, 브릿팝이 아닌 앨범이죠.”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는 변화였고, 포스트(Post-)브릿팝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이다.’(285쪽)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브릿팝#대처리즘#오아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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