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수 대표 “마블에 맞먹는 K스토리 세계관 만들겁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6일 03시 00분


카카오페이지 이진수 대표
영화 ‘승리호’ 기획개발에 참여, ‘강철비2’도 슈퍼 IP라고 판단
지금까지 두 작품에 50억 투자 “슈퍼 IP 파이프라인 구축해
매일 전세계 구독자들에게 우리 플랫폼서 제공하는 날 올것”

경기 성남시의 사무실에서 2일 만난 이진수 카카오페이지 대표가 자사 웹툰 포스터 앞에 섰다. 2016∼2017년 연재된 ‘나빌레라’(오른쪽)는 발레에 도전한 일흔 살 노인과 스물세 살 청년이 우정을 쌓아 가는 이야기로 드라마화를 앞두고 있다. 가운데에 걸린 ‘나 혼자 레벨업’은 카카오재팬의 만화 플랫폼 ‘픽코마’에서 누적 구독자 100만 명을 넘겼다. 성남=김동주 기자 zoo@donga.com
경기 성남시의 사무실에서 2일 만난 이진수 카카오페이지 대표가 자사 웹툰 포스터 앞에 섰다. 2016∼2017년 연재된 ‘나빌레라’(오른쪽)는 발레에 도전한 일흔 살 노인과 스물세 살 청년이 우정을 쌓아 가는 이야기로 드라마화를 앞두고 있다. 가운데에 걸린 ‘나 혼자 레벨업’은 카카오재팬의 만화 플랫폼 ‘픽코마’에서 누적 구독자 100만 명을 넘겼다. 성남=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세계관’. 영어로는 ‘유니버스’라 칭한다. 세계를 강타한 BTS의 인기 비결에도, 마블의 두꺼운 팬덤의 배경에도 늘 세계관이라는 수식어가 따라온다. 콘텐츠에서 세계관은 공상과학이나 판타지 장르에서의 시공간적 배경을 의미한다. 마블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가 대표적이다. 마블 스튜디오가 제작하는 모든 영화, 드라마, 만화는 이 세계관을 공유한다.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헐크’ ‘토르’ 등 주요 캐릭터들은 동일한 시간선상에서 움직인다. 평행세계에서 서로 얽히고설킨 히어로들의 이야기는 팬들이 전작을 찾아보고 후속작을 기다리게 만드는 인기 ‘보증수표’ 역할을 톡톡히 한다.

‘K-스토리’를 기반으로 마블에 버금가는 세계관을 구축하려는 이가 있다. 카카오의 콘텐츠 플랫폼 자회사 카카오페이지의 이진수 대표(47)다. 2010년 ‘포도트리’로 시작한 카카오페이지는 2015년 하루 거래액 1억 원에서 7000여 개의 웹툰·웹소설 지식재산권(IP)을 기반으로 5월 하루 거래액 20억 원을 달성했다. 기존에는 IP의 양적 확대에 집중했다면 “올해부터 세계관 확장이 가능한 ‘슈퍼 IP’의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이 대표를 2일 경기 성남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카카오페이지의 슈퍼 IP 확보 신호탄은 지난달 27일 쏘아 올려졌다. 웹툰 ‘승리호’가 공개되면서다. 올 하반기 개봉을 앞둔 영화 ‘승리호’는 우주 쓰레기 청소선 승리호에 탑승한 선원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웹툰은 이들이 승리호에 타기까지의 전사(前史)를 그렸다. 승리호 웹툰을 영화 홍보용 ‘프리퀄’(이전 이야기를 다룬 속편)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제작사 비단길에서 조성희 감독의 시나리오를 영화화하기로 결정한 시점부터 카카오페이지가 공동으로 기획개발에 참여했다.

“투자배급사 메리크리스마스의 유정훈 대표가 2년 전 승리호를 영화로 만든다고 귀띔했어요.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한 편의 영화로 끝날 이야기가 아님을 직감했죠. 비단길과 메리크리스마스, 저희가 의기투합했어요. 기획개발 단계에서 승리호 IP로 작품화가 결정된 웹툰만 5개가 넘습니다.”

29일 개봉을 앞둔 양우석 감독의 ‘강철비2: 정상회담’도 카카오페이지가 ‘슈퍼 IP’라고 판단하고 승리호와 비슷한 시기에 투자했다. 영화 강철비 시리즈는 양우석 감독이 2011년 ‘스틸레인1’을 시작으로 현재 ‘스틸레인3’까지 약 10년간 연재하고 있는 웹툰이 원작이다. 남북 대치 상황은 세계적 관심 사항이라는 판단 아래 투자를 결정했다. 이 대표가 승리호와 정상회담에 투자한 금액은 50억 원에 달한다.

카카오페이지가 슈퍼 IP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대표는 ‘사업의 효율성’이라고 답했다.

“시 한 편도 IP예요. 수많은 IP 중 무한 확장이 가능한 슈퍼 IP의 비즈니스 효율은 어마어마해요. 하나의 IP로 기업을 만들 수 있고, 수백억∼수천억 원의 수익을 낼 수 있죠. 저희도 카카오페이지의 슈퍼 IP를 자회사 형식으로 독립시킬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카카오페이지는 ‘IP 파이프라인’의 구축을 꿈꾼다. 마치 액체가 끊임없이 흐르는 관처럼 카카오페이지의 슈퍼 IP를 전 세계 플랫폼에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K-스토리에서 해리포터, 마블처럼 세계를 뒤흔들 IP가 나온다는 데 제 모든 걸 베팅할 겁니다. 그 IP를 세계 구독자들에게 매일 저희 플랫폼을 통해 끊이지 않고 제공할 수 있는 날이 올 겁니다.”

성남=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웹툰#카카오페이지#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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