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숙현 동료 “주장이 정신병자 취급…옥상서 뛰어내리라 협박도” [전문]

  • 동아닷컴
  • 입력 2020년 7월 6일 11시 29분


동료 선수들 추가 피해 폭로 “한 달에 10일 이상 폭행”
“주장, 숙현 언니를 정신병자라며 이간질”
“주장이 제게 옥상에서 뛰어내리라 협박”
“팀닥터가 가슴과 허벅지 만져”
“팀닥터, 심리치료 받는 숙현 언니를 극한으로 몰아 자살하게 만들겠다 말해”

고(故) 최숙현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 경기) 선수의 동료들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최 선수의 추가피해를 증언하고 있다. 사진=뉴스1
고(故) 최숙현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 경기) 선수의 동료들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최 선수의 추가피해를 증언하고 있다. 사진=뉴스1
상습적인 폭행과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최숙현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 경기) 선수가 숨진 지 열흘이 지난 6일 최 선수의 동료들이 추가 피해 사실을 공개했다.

이용 미래통합당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숙현 선수 사건으로 신체적·정신적 충격이 가시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동료 선수들이 당시 상황을 직접 증언하기 위해 큰 결심과 용기로 함께 이 자리에 섰다”며 추가 피해자 2명을 소개했다.

고(故) 최숙현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 경기) 선수가 가족에 남긴 메시지. 사진=고 최숙현 선수 유족 제공
고(故) 최숙현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 경기) 선수가 가족에 남긴 메시지. 사진=고 최숙현 선수 유족 제공

A 선수는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은 감독과 특정 선수만의 왕국이었으며, 폐쇄적이고 은밀하게 상습적인 폭력과 폭언이 당연시됐다”며 “감독은 숙현이와 선수들에게 상습적인 폭행과 폭언을 일삼았으며 주장 선수도 숙현이와 저를 집단 따돌림시키고 폭행과 폭언을 일삼았다”고 말했다.

그는 “콜라를 한 잔 먹어서 체중이 불었다는 이유로 빵을 20만 원어치 사와 숙현이와 함께 새벽까지 먹고 토하게 만들며, 또 먹고 토하게 시켰다”며 “견과류를 먹었다는 이유로 견과류 통으로 머리를 때리고 벽으로 밀치며 뺨과 가슴을 때려 다시는 안 먹겠다고 싹싹 빌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설거지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뺨을 때리고 부모님과의 회식 자리에서 감독님이 아버지께 다리 밑에 가서 싸우자고 말하며 어머니한테는 뒤집어엎는다고 협박까지 했다”며 “한 달에 10일 이상 폭행을 당했으며, 욕을 듣지 않으면 이상할 정도로 하루하루를 폭언 속에서 선수생활을 하며 지냈다”고 토로했다.

고(故) 최숙현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 경기) 선수의 동료들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최 선수의 추가피해를 증언하고 있다. 사진=뉴스1
고(故) 최숙현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 경기) 선수의 동료들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최 선수의 추가피해를 증언하고 있다. 사진=뉴스1

다른 피해자인 B 선수는 팀 주장의 폭행과 폭언에 대해서 고발하기도 했다.

B 선수는 “팀의 최고참인 주장 선수는 항상 선수들을 이간질하며 따돌림을 시키고 폭행과 폭언을 통해 선수들을 지옥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스스로 무너지게 만들었다”며 “그 선수 앞에서 저희는 사람이 아닌 존재가 되는 것 같았다”고 했다.

특히 “주장 선수는 숙현이 언니를 정신병자라고 말하며 서로 이간질을 해 다른 선수들과 가깝게 지내지 못하도록 막았고 아버지도 정신병자라고 말하며 가깝게 지내지 말라고 막았다”며 “고소공포증이 있는 저를 멱살을 잡고 옥상으로 끌고 데려가 ‘뒤질 거면 혼자 죽어라, 뛰어내리라’고 협박해 잘못했다고 살려달라고 사정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감독과 팀 닥터의 지속적인 폭행과 폭언, 가혹행위에 시달리다 23세 나이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고(故) 최숙현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 경기) 선수의 생전 모습. 사진=고 최숙현 선수 유족 제공
감독과 팀 닥터의 지속적인 폭행과 폭언, 가혹행위에 시달리다 23세 나이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고(故) 최숙현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 경기) 선수의 생전 모습. 사진=고 최숙현 선수 유족 제공

또 “감기 몸살이 걸려 몸이 좋지 않았는데도 훈련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선배를 시켜 각목으로 폭행해 피멍 등 부상을 입어 훈련하는 것도 힘들었다”고 덧붙였다.

문제가 된 경주시청 ‘팀 닥터’에 대해선 “팀 닥터는 자신이 대학교수라고 말했으며 수술을 하고 왔다는 말도 자주 했을 뿐만 아니라 치료를 이유로 가슴과 허벅지를 만지는 등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며 “심지어 심리치료를 받고 있는 숙현이 언니를 극한으로 끌고 가서 ‘자살하게 만들겠다’라고까지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 ‘팀닥터’는 의사 면허는 물론 물리치료사 등 다른 자격도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조사 과정에도 문제가 있었다. 이들은 “경찰 참고인 조사에서 담당수사관은 최숙현 선수가 신고한 내용이 아닌 자극적인 진술은 보탤 수 없다며 일부 진술을 삭제했다”며 “벌금 20~30만원에 그칠 것이며 고소하지 않을 거면 말하지 말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앞으로 선수 생활 동안 가해자와 마주해야 할 상황, 보복에 대한 두려움으로 훈련을 하지 못할 정도로 불안감을 느꼈다고 했다.

선수들은 “고(故) 최숙현 선수와 저희를 비롯한 모든 피해자들은 처벌 1순위로 주장 선수를 지목하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가해자들이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져 모든 운동선수들의 인권이 보장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고(故)  최숙현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 경기) 선수 사망 관련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직장 운동부 감독 A 씨가 의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고(故) 최숙현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 경기) 선수 사망 관련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직장 운동부 감독 A 씨가 의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다음은 피해자 기자회견 전문
안녕하십니까? 저희는 고(故) 최숙현 선수와 함께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선수생활을 한 동료 선수입니다.

오늘 저희는 그동안 보복이 두려웠던 피해자로서 억울하고 외로웠던 숙현이의 진실을 밝히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은 감독과 특정 선수만의 왕국이었으며 폐쇄적이고 은밀하게 상습적인 폭력과 폭언이 당연시되어 있었습니다.

감독은 숙현이와 선수들에게 상습적인 폭행과 폭언을 일삼았으며 주장 선수도 숙현이와 저를 집단 따돌림시키고 폭행과 폭언을 일삼았습니다.

감독은 16년 8월 점심에 콜라를 한 잔 먹어서 체중이 불었다는 이유로 빵을 20만 원어치 사와 숙현이와 함께 새벽까지 먹고 토하게 만들며, 또 먹고 토하게 시켰습니다.

또한 견과류를 먹었다는 이유로 견과류 통으로 머리를 때리고 벽으로 밀치며 뺨과 가슴을 때려 다시는 안 먹겠다고 싹싹 빌었습니다.

19년 3월에는 복숭아를 먹고 살이 쪘다는 이유로 감독과 팀닥터가 술 마시는 자리에 불려가서 맞았는데 이미 숙현이는 맞으면서 잘못했다고 눈물을 흘리며 빌고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설거지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뺨을 때리고 부모님과의 회식 자리에서 감독님이 아버지께 다리 밑에 가서 싸우자고 말하며 어머니한테는 뒤집어 엎는다고 협박까지 했습니다.

경주시청 선수 시절 동안 한 달에 10일 이상 폭행을 당했으며 욕을 듣지 않으면 이상할 정도로 하루하루를 폭언 속에서 선수생활을 하며 지냈습니다.

감독한테서 인센티브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국제대회에 나갈 때마다 지원금이 나오는데도 항상 80만 원에서 100만 원가량 사비를 주장 선수 이름의 통장으로 입금을 요구했습니다.

가혹행위는 감독만 한 게 아니었습니다.

팀의 최고참인 주장 선수는 항상 선수들을 이간질하며 따돌림을 시키고 폭행과 폭언을 통해 선수들을 지옥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스스로 무너지게 만들었습니다.

그 선수 앞에서 저희는 사람이 아닌 존재가 되는 것 같았습니다.

같은 숙소 공간을 쓰다 보니 훈련 시간뿐만 아니라 24시간 주장선수의 폭력, 폭언에 항상 노출되어 있었고 제3자에게 말하는 것도 계속 감시를 받았습니다.

주장 선수는 숙현이 언니를 정신병자라고 말하며 서로 이간질을 해 다른 선수들과 가깝게 지내지 못하도록 막았고 아버지도 정신병자라고 말하며 가깝게 지내지 말라고 막았습니다.

또한 숙현인 언니가 팀닥터에게 맞고 나서 방에서 혼자 휴대폰을 보면서 크게 울고 있는 것도 쇼하는 것이라며 휴대폰 보고 어떻게 우냐, 뒤에서 헛짓거리 한 것 같다며 숙현이 언니를 정신병자 취급하고 도망갈까 봐 달래줬다고 말했습니다.

주장 선수는 훈련을 하면서 실수를 하면 물병으로 머리를 때리고 고소공포증이 있는 저를 멱살을 잡고 옥상으로 끌고 데려가 뒤질 거면 혼자 죽어라, 뛰어내리라고 협박해 잘못했다고 살려달라고 사정까지 했습니다.

감기 몸살이 걸려 몸이 좋지 않았는데도 훈련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선배를 시켜 각목으로 폭행해 피멍 등 부상을 입어 훈련하는 것도 힘들었습니다.

피로 골절에 의해 반깁스를 해 운동을 못하는 상황이었음에도 주장선수가 꼴보기 싫다며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말라고 해 잠자는 시간 빼고는 하루 종일 웨이트장이나 창고에서 숨어서 지내기도 하였습니다.

심지어 주장 선수는 술에 취해 잠이 든 상태에서 몰래 방에 들어와 휴대폰에 지문 인식을 시켜 휴대폰 잠금을 풀고 카톡을 읽었으며 자신이랑 사이가 좋지 않은 사람이랑 연락했다는 이유로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고 새벽에 억지로 연락을 하도록 시키는 등 폭언과 무시를 하며 지속적으로 괴롭혔습니다.

그러고는 팀을 나간다고 말하자 너 팀 나가면 명예훼손으로 신고하겠다, 때리고 그런 적 없다고 협박하고 발뺌을 했습니다.

팀닥터는 자신이 대학교수라고 말했으며 수술을 하고 왔다는 말도 자주 했을 뿐만 아니라 치료를 이유로 가슴과 허벅지를 만지는 등 성적 수치심을 느꼈습니다.

심지어 심리치료를 받고 있는 숙현이 언니를 극한으로 끌고 가서 자살하게 만들겠다라고까지 말했습니다.

경주경찰서 참고인 조사에서는 담당수사관은 최숙현 선수가 신고한 내용이 아닌 자극적인 진술은 더 보탤 수 없다며 일부 진술을 삭제했으며, 어떻게 처리될 것 같냐는 질문에 벌금 20~30만 원에 그칠 것이라고 말하면서 고소하지 않을 거면 말하지 말라고 하여 혹여나 벌금형을 받게 되면 제가 운동을 그만두지 않는 이상 대회장에서 계속 가해자들을 만나고 보복이 두려워 고소를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진술인 조사 이후에는 훈련을 하지 못할 정도로 불안감까지 느꼈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발 디딘 틈이 경주시청이었고 감독과 주장의 억압과 폭력이 무서웠지만 쉬쉬하는 분위기에 그것이 운동선수들의 세상이고 사회인 줄 알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선수생활 유지에 대한 두려움으로 숙현이 언니와 함께 용기내어 고소하지 못한 점에 대해 숙현이 언니와 유가족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고 최숙현 선수와 저희를 비롯한 모든 피해자들은 처벌 1순위로 주장 선수를 지목하고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가해자들이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져 모든 운동선수들의 인권이 보장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기를 바랍니다.

아직까지 다른 피해자가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서 체육계 선수들 구조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서한길 동아닷컴 기자 stree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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