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최숙현 선수(23)와 경주시청에서 함께 선수 생활을 한 동료들이 6일 팀에서 “일상적으로 가혹행위가 벌어졌다”며 고인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이날 오전 10시경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나선 선수 2명은 “선수 생활을 계속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단 두려움에 숙현 언니와 함께 용기를 내 고소하지 못했다”며 “언니와 유가족에게 죄송하다”며 눈물을 삼켰다. 이들은 “(팀에서) 욕을 먹거나 맞지 않으면 ‘이상한 날’일 정도”로 폭력과 폭언에 시달렸으며, “성추행과 금전 갈취도 있었다”고 폭로했다.
● “잦은 폭행에 성추행, 돈까지 뜯겨”
선수들의 기자회견과 미래통합당 이용 의원을 통해 전한 추가 피해 등을 종합하면 최 선수를 포함한 피해 선수들은 경북 경산에 있는 합숙소에서 도망갈 곳도, 숨을 곳도 없이 “24시간 내내” 가혹행위에 노출돼 있었다.
A 선수는 기자회견에서 “야구방망이와 쇠파이프, 옷걸이 봉 등을 이용해 상습적인 폭행이 이뤄졌다”고 했다. 진술에 따르면 해당 팀의 감독은 선수들을 엎드리게 한 뒤 옷걸이 봉으로 마구잡이로 때리다 봉이 휘어지자 야구방망이를 가져오라고 해서 다시 때리기도 했다. 쇠파이프로 머리를 때리거나 청소기를 집어던진 적도 있다. A 선수는 “감독이 훈련장에서 손을 발로 차 손가락이 부러진 선수도 있었다”고 전했다.
“술을 마시면 가혹행위는 더 심해졌다”고 한다. 합숙생활 도중 맹장수술을 받은 지 이틀도 되지 않은 선수에게 “(실밥을 풀지 않은 수술 자리에) 반창고 붙이고 수영해라”고 지시한 일도 있다고 주장했다.
선수들은 ‘팀 닥터’라 불린 운동처방사와 팀 주장인 선배도 가혹행위 가해자로 지목했다. 특히 이 고참 선수는 “숙현 언니를 포함해 모든 피해자들이 ‘처벌 1순위’로 여길 정도로 가장 괴롭혔다”고 했다. 특히 이 선수에게 받은 정신적 스트레스가 상당했다고 한다. 최 선수의 경우 “정신병자”라 부르며 팀에서 ‘왕따(따돌림)’를 시키려 했고, “방에서 울고 있는 최 선수를 찾아와 ‘쇼하지 마라’며 폭언을 퍼붓기도 했다”고 전했다.
“팀 닥터는 숙현 언니가 심리 치료를 받는단 소릴 듣고는 ‘극한으로 몰고 가 자살하게 만들겠다’는 얘기까지 했어요. 팀 닥터는 치료를 빙자해 가슴과 허벅지 등을 만지는 등 성적 수치심을 느낀 적도 있었어요.”(B 선수)
두 사람은 선수들에게 강압적으로 돈을 거둬가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A 선수는 “국제대회 갈 때마다 80만~100만원 정도를 주장 명의의 통장에 입금했다”며 “2015년 뉴질랜드 전지훈련 때는 비행기 삯과 합숙비 명목으로 수백만 원을 거둬갔다”고 말했다. 선수들이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돈을 내기 힘들다”고 하면, 두 사람은 “너 하나 때문에 다른 애들까지 (훈련을) 못 하게 된다”며 상납을 강요했다고 한다.
● “피해 적지 않단 진술 상당수 확보”
이날 기자회견에 나선 두 동료들은 올해 3월 최 선수가 피해 사실을 검찰에 고소할 때 함께 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한다. 하지만 “폭력이 일상처럼 이어지면서 어떤 행위가 폭력인지도 구분이 안 갈 정도”가 되면서, 가해자들로 인해 평생 꿈꾸고 노력해온 선수생활을 끝낼지도 모를 두려움이 컸다고 한다. 결국 이들은 중도에 고소를 포기했다. 동료들은 기자회견 등에서 “(용기를 내지 못해) 고인과 유족에게 죄송하다”고 여러 차례 얘기했다.
경북지방경찰청은 3일 해당 사건에 광역수사대 전담수사팀을 편성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팀의 전·현직 선수 명단도 경주시체육회로부터 제출받아 들여다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감독과 팀 닥터, 해당 선수로부터 피해를 입은 적이 있단 진술을 상당수 확보했다. 추가 피해자가 있는지도 확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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