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자 극일” 30억 기부한 원로 법조인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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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연수원장 지낸 김재철 변호사
고려대에 ‘육종연구소 기금’ 기부 “꾸준한 투자 필요… 20억 더 낼 것”

사법연수원장을 지냈던 김재철 변호사(81·사진)가 국내 육종 연구를 지원하는 ‘육종연구소 기금’ 30억 원을 고려대에 기부했다.

고려대는 “6일 오전 11시 반 본관에서 김 변호사의 육종연구소 기금 기부식이 열렸다”고 7일 밝혔다. 기부식에는 김 변호사와 정진택 고려대 총장, 박현진 생명과학대학장, 송혁기 대외협력처장 등이 참석했다.

평소 육류를 거의 먹지 않고 채식을 즐긴다는 김 변호사는 다른 사람보다 과일을 10배 정도 많이 먹는다고 한다. 김 변호사는 “과일을 즐겨 먹다 보니 과일의 종자와 육종에 대해 관심이 생겼는데 우리나라 채소와 과일 대부분이 일본 종자라 안타까웠다”며 “본격적인 육종을 위해 연구소 설치 기금을 기부했다”고 말했다.

고려대는 이 기금으로 김 변호사의 호인 ‘오정(五丁)’을 따서 만든 ‘오정육종연구소’를 생명과학대에 설치하고 육종 연구의 활성화 및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연구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김 변호사는 앞으로도 기부를 이어갈 생각이다. 김 변호사는 “육종 연구는 단기간에 성과가 나올 수 없고 수십 년간 꾸준한 연구와 투자가 필요한 분야”라며 “추가로 20억 원을 더 기부할 계획”이라고 했다. 정 총장은 “이번 기부가 생명과학대가 새롭게 도약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구성원 모두가 합심해 의미 있는 연구 성과를 내겠다”며 감사를 전했다.

김 변호사의 가족은 3대째 보물급 문화재 등을 고려대에 기부해 왔다. 김 변호사의 아버지는 법조인으로 활동하면서 모은 돈으로 일본 반출 위기에 처한 고서를 사들인 뒤 1975년 고려대에 기증했다. 아버지가 별세한 다음 해인 1976년 김 변호사는 유지를 이어 고서 1만9071권을 고려대에 기증했다. 이 가운데 ‘동인지문사륙’ 7권과 ‘용비어천가’ 초간본 2권은 각각 1981년과 2009년 보물로 지정됐다. 2016년에는 김 변호사의 딸이 추사 김정희의 ‘제유본육폭병’을 비롯한 고서화류 334점과 현대미술품 및 공예품 198점을 고려대에 기부했다.

김 변호사는 사법연수원장과 대구고법원장,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을 지냈다.

김소영 ksy@donga.com·지민구 기자
#육종연구소 기금#김재철 변호사#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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