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경찰청 112신고센터에 박원순 서울시장(64)의 딸 박모 씨(37)가 울면서 전화한 시간은 9일 오후 5시 17분경이었다. 박 씨는 “아버지가 유언 같은 말을 하고 나갔다. 지금 전화기가 꺼져 있다. (아버지를) 찾아 달라”고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고 내용은 관할서인 서울 종로경찰서에 곧장 접수됐다. 서울 종로경찰서와 성북경찰서는 위치추적을 통해 박 시장의 휴대전화 신호가 서울 성북구 주한국 핀란드대사관저 근처에서 오후 3시49분경 끊긴 것으로 파악했다. 핀란드대사관저는 종로구 가회동 시장 공관에서 와룡공원 입구를 거쳐 도보로 50분 가량 걸린다.
● 모자와 마스크 쓰고, 고개 숙인채 이동
경찰은 오후 5시 30분경부터 2개 중대 경찰 200여 명의 병력을 동원해 수색을 시작했다. 이후 해가 저물자 인원을 700여 명으로 늘렸다. 드론 3기와 수색견 4마리, 서치라이트 등도 동원했다.
종로구 와룡공원을 올라가는 길목부터 경찰을 길게 배치해 그물망 형식으로 수색을 진행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사건 접수 직후 이용표 청장 주재로 긴급회의를 하고, 수색 상황을 지휘했다. 민갑룡 경찰청장 역시 “밤을 새서라도 수색 작업을 진행하라”고 지시했다.
경찰은 박 시장이 와룡공원을 거쳐 주한핀란드대사관저 방향으로 등산로를 따라 올라갔을 것으로 추정하고 등산로 주변을 샅샅이 수색했다. 현장에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119 구급차 등도 출동했고, 일반인의 접근은 차단됐다.
공관 인근 폐쇄회로(CC)TV에 따르면 박 시장은 오전 10시44분경 공관에서 혼자 밖으로 나왔다. 공관에는 박 시장과 부인 강난희 여사만 거주하고, 아들과 딸은 살지 않고 있다. 딸 박 씨는 경찰에 “(연락이 안 된 지) 4~5시간 정도 됐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변 CCTV에는 박 시장이 이후 종로구 재동초등학교 후문 담벼락을 따라 북촌로 큰 길로 나가는 장면도 잡혔다. 박 시장은 청색 모자를 푹 눌러 쓰고 하얀색 마스크도 착용하고 있었다. 흰 셔츠 위에 남색 점퍼를 걸친 박 시장은 서울시 브랜드 ‘아이 서울 유(I SEOUL U)’가 적혀진 배낭을 등에 매고 있었다.
박 시장은 시민들이 자신을 알아볼 것을 우려한 듯 시종일관 고개를 푹 숙이고 빠른 걸음으로 이동했다. 잠시 고개를 들었지만 한 여성 시민과 마주치자 급하게 고개를 숙이는 모습도 포착됐다. 북촌로 큰 길에서 빠져나간 박 시장은 와룡공원 입구 근처 CCTV에서 오전 10시 53분경 포착됐다.
● 오후 3시 49분, 박 시장 휴대전화 꺼져
박 시장은 오후 11시 현재 소재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와룡공원 입구를 지난 박 시장의 행적도 오후 3시 49분 휴대전화 신호가 끊긴 시점까지 5시간정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경찰과 서울시는 박 시장이 가족과의 연락도 끊은 상태에서 휴대전화를 끄고 외출을 한 상황이어서 다양한 가능성을 고려하며 소재 확인 작업을 벌이고 있다.
박 시장 측근과 서울시에 따르면 박 시장은 최근 집값 안정 등 부동산 대책 마련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대책 마련 등에 따른 격무로 주변에 스트레스를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시장이 소셜미디어에 마지막으로 남긴 글은 8일 오전 11시 작성한 ‘서울판 그린뉴딜’ 발표 관련 내용이다. 박 시장은 평소 서울시 정책이나 사회 현안에 대해 소셜미디어을 통해 의견을 밝혔다. 다만 사적인 의견이나 감정을 드러내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박 시장의 공식 인스타그램에는 6일 올린 ‘길고양이 학대 사건’ 관련 글이 마지막으로 올라와있다. 현재 페이스북을 제외한 모든 박 시장의 소셜미디어는 비공개로 전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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