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의 정장’을 만들어온 200년 역사의 브룩스브러더스도 끝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파고를 넘지 못했다. CNN 등 외신들에 따르면 브룩스브러더스는 8일(현지 시간) 델라웨어주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서(챕터 11)를 제출했다.
1818년 뉴욕 월가에 첫 점포를 연 브룩스브러더스는 맞춤 정장을 주문할 시간이 없는 금융인들을 위해 기성복 정장을 판매하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후 가는 세로줄 무늬의 양복과 버튼 다운식 폴로셔츠 등이 인기를 끌면서 고급 사립학교 졸업생들이 주로 입을 법한 ‘아이비리그 스타일’ 브랜드라는 평가를 얻으며 성장했다.
브룩스브러더스는 특히 미국 역대 대통령의 정장을 거의 도맡아서 공급한 브랜드로 유명하다. 브룩스브러더스의 창업 이후 현재까지 45명의 대통령 가운데 40명이 이 회사의 정장을 입었다.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도 암살될 당시 이 회사의 코트를 입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역시 취임식 때 브룩스브러더스의 양복을 입었다.
그 밖에 팝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 인기 코미디언 스티븐 콜버트 등 수많은 명사가 이 브랜드를 애용했다. 미국 패션 디자이너 랠프 로런도 젊었을 때 이 회사에서 판매원으로 일한 적이 있다. 브룩스브러더스는 1988년 영국의 마크스앤드스펜서로 소유권이 넘어갔다가 2001년 이탈리아의 재벌 클라우디오 델 베키오가 인수했다.
브룩스브러더스의 경영이 악화된 결정적인 계기는 코로나19의 확산 때문이다. 재택근무가 일상화되고 각종 비즈니스 미팅과 사교 모임이 사라지면서 정장 수요가 급감했다. 종업원이 4000명인 브룩스브러더스는 이미 북미 지역에서 50여 개의 점포를 닫은 상태다. CNN은 “정장보다 캐주얼을 선호하는 일반 대중의 트렌드 변화에 둔감했던 것도 경영 실패의 이유가 됐다”고 보도했다. 브룩스브러더스 외에도 백화점 니먼마커스, 의류브랜드 제이크루가 문을 닫는 등 코로나19로 인한 의류·유통업계의 충격은 계속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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