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0 부동산대책 후폭풍]다주택자 ‘증여 우회로’도 차단
보유-거래세 올리자 증여 움직임… 정부, 증여취득세 인상카드 꺼내
가구 합산으로 주택수 산정 검토… 보유주택 따라 3.5~12% 세율 적용
기준시가 10억 집 받는 2주택자 증여취득세 3500만원→8500만원
정부가 7·10부동산대책을 내놓자마자 다시 증여 취득세 인상 카드를 꺼내든 것은 양도세 부담이 늘어난 집주인들이 집을 팔지 않고 오히려 증여로 돌아서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양도세 중과세율을 높이는 대신 시행 시기를 내년 6월로 미뤄 다주택자들이 시장에 집을 내놓도록 유도하자는 게 정부 방침인데 세 부담 역전으로 다주택자들이 증여를 택하면 또다시 매물 잠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12일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증여 취득세율을 최대 12%까지 끌어올려 증여에 따른 세 부담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일반적으론 시장에서의 거래에 따른 양도차익보다 증여의 세 부담이 강하다. 그런데 정부가 7·10대책으로 보유세와 거래세를 대폭 올리다 보니 일부 거래에서 증여세가 양도세보다 부담이 적은 현상이 발생하자 다시 증여 세제를 강화하는 것이다.
정부는 증여받는 이가 보유한 주택 수에 따라 세율을 세분하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무주택자가 증여받아 1주택자가 되면 지금처럼 3.5%의 세율을 적용하지만 증여로 2주택자가 되면 8.0%, 3주택 이상이면 12.0%를 부과하는 식이다. 가령 기준시가 10억 원의 주택을 증여받는 2주택자는 현재 3500만 원(농어촌특별세 및 지방교육세 포함 시 4000만 원)을 증여 취득세로 내지만 앞으로는 8500만 원가량의 취득세를 물어야 한다.
다주택자 여부를 판단할 때는 가구 합산으로 주택 수를 산정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부모가 3주택자이고 미성년 무주택 자녀에게 주택 1채를 주면 3주택에 해당하는 증여 취득세율(12%)을 물린다는 방침이다. 가구 합산을 피하기 위해 주민등록상 가구를 분리하더라도 만 30세 미만이면 동일 가구로 간주해 주택 수를 합산하는 방안도 들여다보고 있다. 다만 이 경우 부모가 다주택자라 해도 증여받는 자녀가 무주택 실수요자이면 지금처럼 3.5%의 세율을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정부 관계자는 “7·10대책의 핵심이 다주택자 억제이기 때문에 증여 주택 수를 계산할 때 가구합산 등 다주택 수요를 막을 수 있는 여러 요인들을 검토할 것”이라며 “실수요자들이 증여 취득세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소득 수준과 혼인 여부 등을 고려해 실수요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현 정부 들어 꾸준히 보유세 부담을 늘려 왔지만 시장에서는 매물이 나오는 대신 오히려 증여가 증가하는 현상이 이어져 왔다. 정부가 2017년 8·2대책에서 조정대상지역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방침을 밝히자 2018년 이른바 서울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구)의 증여 비중은 전년 대비 10%포인트 오른 17.4%까지 올랐다.
7·10대책이 발표되면서 이 같은 현상이 더 확산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정부가 2년 미만 단기 보유 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율을 40%에서 최대 70%로 인상하고 다주택자의 중과세율을 최대 20%포인트에서 30%포인트로 올리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증여세율은 최대 50%로 양도세 최고세율(최고 72%)보다 낮고 취득세 부담도 덜하다. 양경섭 세무그룹 온세 세무사는 “7·10대책 발표 직후 주말까지 여러 차례 상담을 했는데 모두 다음 주 중에 증여를 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났다”며 “게다가 증여에 대한 취득세까지 올린다는 얘기까지 나오자 최대한 빨리 증여를 하려는 움직임이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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