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보호 방법은 규제를 통한 억제가 아닌, 수요 주체의 능동적인 태도 변화에 있다. 전 인류 스스로가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소비재를 사용하고, 소비 자원을 올바르게 순환할 수 있도록 적절하게 폐기해야 한다. 친환경 제품 사용이나 재사용, 그리고 재활용 같은 방식도 있지만, 최근에는 낡거나 버려진 물건을 가공해 새 가치로 재창출하는 업사이클링(Upcycling)을 주목하는 이유다.
재활용을 통해 버리는 자원을 줄이면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것은 쉽지 않다. 단순 재활용이 아니라 상품성까지 갖춰야 한다. 어렵지만, 이러한 과정을 거쳐 환경 오염을 줄이고,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업사이클링을 비롯한 친환경 제품 관련 시장은 환경 보호와 함께 경제적 실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때문에 각국 정부가 주도적으로 시장 성장을 장려하고 있다.
경기콘텐츠진흥원과 광명경기문화창조허브가 추진하고 있는 '2020 환상마켓(온라인 에코 플리마켓)'사업도 그 중 하나다. 2020 환상마켓은 '지구에게 환심사기'라는 컨셉으로 우리 삶의 터전인 지구를 위한 친환경 제품을 생산·소비하기 위한 시장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지난 5월 31일 공모를 마감, 환경디자인·콘텐츠 분야의 친환경 사업자 40개 팀을 선정했다.
환상마켓에 진열된 상품의 핵심 주제는 '환경 보호'다. 제품 하나하나가 각자의 방식으로 환경 보호에 힘쓴다. 이 중 패션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낸 친환경 사업자의 제품 8가지를 정리했다.
RE2COGNITION - 오버핏 맨투맨 ‘RERE’
RE2COGNITION(이하 RE2)은 버려지는 소재와 지속 가능한 소재를 활용한 제품을 제작하는 디자인 그룹이다. ‘다시’라는 뜻의 ‘RE’와 ‘인식시키다’라는 뜻의 ‘RECOGNITION’를 더한 이름처럼, 소비자 친화적 디자인을 가진 제품을 통해 소비자들이 지속 가능성을 쉽게 접할 수 있고,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RE2 박종진 대표는 “평소 옷에 관심이 많았다. 브랜드를 준비하던 중, 옷으로 인해 환경오염이 심해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고민하던 중 지속가능한 소재에서 답을 찾았다”라며, “지속가능한 옷을 만들고, 제품 배송에서 사용하는 비닐과 플라스틱을 최소화하고자 노력했다”라고 설명했다.
*지속가능한 패션(Sustainable fashion): 미래 세대를 위해 현존 자원을 저하시키지 않는 패션 제품의 생산·사용·폐기 과정을 말한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RE2가 선택한 소재는 ‘오가닉 코튼’이다. 오가닉 코튼은 3년간 농약이나 화학 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농지에서 재배/생산한 면화를 이용해 방적 및 편직 과정에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거나, 친환경 인증 ‘GOTS’를 받은 물질만을 사용해 만든 원단을 의미한다.
오가닉 코튼을 활용한 첫 제품은 오버핏 맨투맨 ‘RERE’다. 지속가능한 패션 제품은 대부분 미니멀한 디자인을 추구하지만, 유니크한 디자인으로 편안하게 입을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또한, 다른 지속가능한 패션 제품 대비 가격을 갖추고, 제품 포장에 비닐을 사용하지 않았다.
박 대표는 “집에 있는 걸 좋아하는 집돌이다. 집안과 밖에서 편안하게 입을 수 있는 옷을 고민하다가 오버핏 디자인의 RERE를 고안했다”라며, “바로 버리는 비닐 포장 대신 쇼핑백을 이용하면 소비자들이 더 사용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에 크라프트지로 만든 쇼핑백으로 제품을 포장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날의우리샵 - 그물 업사이클링 버킷백 ‘MARINER’
그날의우리샵 임소현 대표는 “7년간 패션을 공부하면서 패션 산업이 미치는 악영향을 깨달았다. 자연스럽게 지속가능한 패션에 대해 고민했다. 패션산업뿐만 아니라 다양한 환경오염 문제는 접하며, 인생의 변화를 체험했다”라며, “어느새 채식주의자로, 일생 생활에서 쓰레기를 줄이는 제로웨이스터로 바뀌었다. 이제는 업사이클링 제품 개발도 시작했다”라고 환상마켓에 참여한 의의를 밝혔다.
한반도 남서해에 주로 서식하는 작은 돌고래 ‘상괭이’는 멸종위기종이다. 사라지고 있는 이유가 기막히다. 바다에 떠다니는 부유 폐기물 폐그물에 걸려 소리 없이 죽어나간다. 폐그물은 바다에 오랫동안 머물고, 잘 닳지도 않는다.
이에 그날의우리샵은 사용된 폐그물을 활용한 버킷뱃 ‘MARINER’를 만들었다. 폐그물은 튼튼한 소재로 일반 가방보다 제품 수용력이 크다. 폐그물과 함께 사용한 패브릭도 의류 공장에서 사용하고 남은 자투리다. 버려지는 것에 가치를 부여하는 ‘컷더트래쉬’ 의미를 담았다. 한편, MARINER를 환상마켓에서 구매하면 수익금의 5%를 '한국세계자연기금(WWF Korea)' 상괭이 살리기 프로젝트에 기부한다.
닥나무공방 - 한지로 만든 곰돌이 뱃지
닥나무공방은 화학성분 없는 한지를 활용해 직접 손으로 제작한 곰돌이 뱃지를 내놨다. 얇은 한지에 물풀을 발라 적당한 두께의 합지(여러 장을 겹쳐서 말리는 작업)한 다음, 정해진 모양의 펀치로 찍어낸 제품이다. 다양한 모양의 펀치는 주변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어 일상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다.
한지 공예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배정자 대표는 “일정한 두께의 한지는 모양이 바뀌지 않는다. 닥풀이나 물풀을 물에 풀어 재단한 한지에 발라주고 말린다. 그리고 마감제로 마무리한 뒤 다시 말리는 과정을 반복하면, 시간이 지나도 색이 변하지 않는 장점과 최소한의 부자재을 사용해 분리 수거할 수 있는 제품으로 재탄생한다”라며, “펀치 모양에 따라 다양한 모양의 제품을 만들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세이플래닛 - 다용도 그물망 주머니 ‘아윌비백’
세이플래닛은 1회용품 사용을 줄이자는 마음으로 다용도 그물망 주머니 ‘아윌비백’을 선보였다. 대부분 한번 사용하고 버려지는 비닐봉투는 나에게 다시 못 돌아오지만, 아윌비백은 다시 돌아온다는 의미를 담았다.
세이블래닛 김만기 대표는 “책 ‘나는 쓰레기없이 산다’를 읽고,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이후 마트나 시장에서 일회용롤백 사용을 줄여보자는 생각으로 면주머니를 들고다니며 과일과 채소를 담았다. 반응이 좋았다. 마트 직원으로부터 칭찬도 듣고…”라며, “환경보호는 말 한마디 보다 한번의 실천, 경험이 중요했다. 아윌비백은 그렇게 탄생했다”라고 설명했다.
아윌비백은 이중 그물망 원단과 튼튼한 봉제 방식을 통해 자원 낭비를 줄이고 오래 사용할 쓸 수 있도록 제작했다.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안쪽 그물망은 폴리(45%), 겉 그물망은 면(55%)로 이뤄진 이중 그물망 구조를 완성했다. 끝부분을 원단으로 한번 더 감싸는 바이어스해리식 봉제로 내구성도 높였다.
김 대표는 “국내 그물망 면 생산업체를 찾아 원단공장과 동대문을 수도 없이 찾아다녔다. 하지만, 면으로 그물망을 생산하는 업체는 찾기 어려웠다. 그러다가 한 연구원이 포천에 있는 원단공장을 소개해줬다”라며, “찾아간 포천의 원단공장은 30년간 그물원단만 취급했다. 이곳에서 조언을 받아 물기와 무게에 강한 이중그물망을 만들었고, 소량생산도 약속해줬다. 이후 여러 번의 샘플제작을 통해 지금의 아윌비백을 완성했다”라고 말했다.
오버랩 - Another high
오버랩은 폐기한 패러글라이더를 활용한 가방 ‘Another high’를 출시했다. 오버랩 박정실 대표는 “패러글라이딩을 하러 갔다가, 패러글라이더 소재의 우수성을 발견했다. 그리고 패러글라이더를 일반쓰레기로 버린다는 것을 알고 업사이클링을 시작했다”라고 개발 취지를 설명했다.
사용 후 버려지는 레저스포츠 쓰레기는 아직 적절한 폐기기준이 없다. 때문에 일반 쓰레기로 배출해 환경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오버랩은 다시 날지 못하는 패러글라이더를 업사이클링해 새롭게 날 수 있다는 의미를 담은 가방, 샤코슈백 Another high를 제작했다. 현재 패러글라이더는 ‘송골매 패러글라이딩 학교’, ‘대한 패러글라이딩 협회’, ‘양평 미래항공 스포츠 패러글라이딩 학교’ 등으로부터 받고 있다.
오버랩은 패러글라이더 이외에도 요트 돛을 업사이클한 ‘Another Wave’를 개발했으며, 텐트를 활용한 ‘Another Mountain’, 경마패드를 활용한 ‘Another Track’ 등도 개발 중이다.
클레시드라 - 한지귀걸이
클레시드라는 한지로 제작한 귀걸이 ‘바람결 한지귀걸이’, ‘원하나 한지귀걸이’ 2종을 선보였다. 클레시드라 주한진 대표는 “한지는 닥나무로 만든 친환경 종이이자, 우리나라의 전통 유산이다. 보통 한지는 옛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한지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상품을 만들고 싶었다”라고 제품 제작 이유를 설명했다.
바람결 귀걸이는 바람에 날릴 듯 가벼운 무게가 특징이다. 귀걸이 한쌍의 무게는 2.15g. 한지 특유의 색상에 한쪽 끝을 살짝 휘게 만들어 앞, 뒤, 옆 어느 각도에서 보아도 입체적으로 보이도록 디자인했다. 원하나 귀걸이는 한지 특유의 색감을 살려 총 9가지 색상의 원형 모양 위걸이다.
주 대표는 “한지로 만들었다고 하면 제일 먼저 물어보는 질문이 있다. 물에 젖는지 물어본다. 두 제품은 천연 마감제인 옻칠을 여러 번 바르고 말리는 작업으로 제작했다. 습기에 강하고, 항균 기능도 있다”라며, “결론은 물에 젖지 않는다. 안심하고 사용해도 된다. 또한, 한지는 옛날 갑옷을 만들어 입을 정도로 단단하다.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친환경 귀걸이가 한지귀걸이”라고 덧붙였다.
KI LEE - 에코 카드지갑과 핸드백
KI LEE(이하 키리) 이기찬 대표는 지난 2017년, 주문제작 핸드메이드 가죽 가방 브랜드를 선보였다. 이후 브랜드 성장에 따라 대량생산 모델로 전환한 바 있다. 대량생산을 선택한 뒤 사업 초기부터 낭비 없는 가죽 활용을 지키고자 했지만,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에 지속가능한 신소재를 발굴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다.
현재 판매하고 있는 제품은 이탈리안 프리미엄 코르크원단을 활용한 카드지갑과 국내업체가 개발한 한지가죽을 활용한 핸드백이다. 코르크원단과 힌지가죽은 식물을 활용한 친환경 소재다. 인체와 환경에 무해하고, 항균성이 높다. 무게는 가볍고 견고하다. 그리고 자연분해되는 소재다.
키리 이 대표는 “30~50대 패션에 관심 많은 여성이 타겟 고객이다. 디자이너 브랜드 물건을 어느정도 가지고 있으며, 소비를 통해 의미를 찾고자 하는 그룹”이라며, “키리는 평소 디자인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자도 자연스럽게 지속가능한 소비로 유도하고, 지속가능한 소비를 통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다는 미래에 대한 능동적이고 희망적인 시각을 제안하고자 한다”라고 설명했다.
H22 - 패션 가방 ‘희 샤코슈백’
1년동안 1사람이 사용하는 비닐은 약 350~500개다. 그리고 사용한 비닐은 평균 20분만에 버려진다. 이중 재활용하는 비율은 고작 1%. H22(이하 희)는 쓰레기로 여겨지는 비닐을 사용해 제품을 만든다. 희 장우희 대표는 “소재 생명주기를 연장하고, 환경오염의 심각성과 업사이클링 제품의 필요성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라고 설명한다.
희 샤코슈백은 비닐이 지니고 있는 소재적·환경적 특성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제품입니다. 가볍고, 물과 오염에 강한 비닐 소재의 장점은 유지했다. 열압착 기법을 통해 특수 제작한 비닐 원단 표면의 고유한 주름 패턴도 살렸다. 때문에 동일한 디자인의 제품은 단 하나로 없다. 외부 충격에도 잘 손상되지 않는다.
장 대표는 “열과 압력을 가할 때 화학 성분이 배출되지 않도록 비닐 소재와 유해성 연구를 진행한다. 이후 인체에 무해한 폴리에틸렌과 폴리프로필렌 소재 비닐만을 선별한다. 비닐을 열과 압력으로 녹여 튼튼한 원단과 같이 가공하는 열 압착 기법(Heat-Bonded Technique)을 고안했다”라며, “지속적인 소재 실험과 고민을 통해 희의 작업은 계속 발전하고 있다. 패션 액세서리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와 협업을 통해 가능성을 확인하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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