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회장, 사장단에 강조… 해외영업전략 전면 재검토 주문
“계열사간 업무 시너지 높여야”
“‘70% 경제’에서 살아남을 길을 찾아야 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경제 상황을 이렇게 정의했다. 신 회장은 14일 하반기(7∼12월) 롯데 밸류크리에이션미팅(VCM·옛 사장단회의)에서 “‘애프터(after) 코로나’가 아닌, 코로나와 함께하는 ‘위드(with) 코로나’가 내년 말까지 계속될 것”이라며 “지난해 대비 70∼80% 수준으로 위축된 ‘70% 경제’가 뉴 노멀이 됐다”고 말했다.
반기별로 열리는 롯데그룹의 VCM은 통상 4개 부문(BU)별로 각 하루, 종합세션 하루 등 5일간 이어지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올 하반기에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기간을 반나절로 대폭 줄였다. 또 90여 명의 임원을 8개 그룹으로 나눠 서울 송파구 잠실과 중구 소공동, 영등포구 양평 등 3개 거점에 마련된 회의실에 분산해 온라인 화상회의(웨비나) 방식으로 진행했다.
회의 시간은 짧았지만 신 회장이 내놓은 메시지는 어느 때보다 묵직했다. 그는 “1998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는 1∼2년 잘 견디면 회복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완전히 다른 상황”이라며 그간의 사업 전략을 되돌아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코로나19의 한가운데 놓였던 올 상반기 롯데그룹의 주력 사업인 유통 부문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 안팎, 영업이익은 70% 이상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화학과 식품, 호텔&서비스 등 나머지 부문의 실적도 큰 폭의 감소를 피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신 회장은 이 같은 불황이 ‘반짝 위기’가 아니라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단순한 위기 극복 전략이 아닌 체질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문을 내놓은 것이다.
특히 업무상 낭비를 줄여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과 함께 롯데를 비롯한 대부분 대기업이 의존하고 있는 글로벌 공급망 전략에 대해 사실상의 전면 재검토를 주문했다. 신 회장은 “최적화를 위해 많은 생산시설이 해외로 나갔지만, 지금은 신뢰성 있는 공급망 재구축이 힘을 받고 있고 투자도 리쇼어링하고 있다”며 “해외사업 진행 시 다른 접근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계열사 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전략, 본업의 경쟁력 강화도 주문했다. 그는 “신성장 발굴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해왔던 사업의 경쟁력을 재확인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며 “경제상황이 어렵다고 너무 위축되거나 단기 실적에 얽매일 필요가 없고 회사 간 시너지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실제로 본업인 유통부문의 효율성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올 2월 700여 개 오프라인 매장 중 200여 개를 5년 내 닫겠다고 발표한 후 폐점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 대신 4월에는 온·오프라인 통합 플랫폼 ‘롯데온’을 출범시키고, 유통과 함께 그룹의 양대 축인 화학부문 투자를 늘리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신 회장의 주문으로 이런 작업들이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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