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0대책 후 은행에 문의 쇄도
“정부, 증여 취득세 인상 꺼냈지만 자산가들은 여전히 증여에 관심
양도는 재산매각, 증여는 자산유지… 세금만 따지는 정부, 이해 안돼”
세금 더 내고 버텨보자는 심리도
정부가 7·10부동산대책을 통해 다주택자들의 세금 부담을 크게 높이면서 다주택 자산가들이 고민에 빠졌다. 세 부담을 강화하면 집을 내놓을 것이라는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양도보다는 증여에 무게를 두고, 여의치 않을 경우 일단 버텨 보자는 분위기다. 시중은행 프라이빗뱅커(PB)들은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있는 한 매물을 꽁꽁 안고 내놓지 않으려는 사람들과 정부의 신경전은 계속될 것”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14일 은행 PB들에 따르면 7·10대책 발표 이후 대응책을 문의하는 자산가 및 다주택자들이 크게 늘었다. A은행 서울 강남지역의 한 PB센터의 경우 대책 발표 후 하루에 고객 10명 중 2, 3명꼴로 문의 전화가 이어지고 있다.
일단 여유가 있는 자산가들은 양도보다는 증여를 선호하는 분위기다. 팔면 양도세가, 갖고 있으면 보유세가 올라간다면 무주택자인 자녀들에게 증여하고 증여세를 부담하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다. B은행 관계자는 “부동산을 여러 채 갖고 있는 고객들의 증여세 관련 문의가 잇따라서 전문 세무사들과 일일이 상담을 연결해 드리고 있다”고 전했다. C은행 강남 PB센터 관계자도 “주택을 증여하는 것이 유리할지, 현금을 증여해 자녀에게 주택을 사 주는 게 유리할지 묻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정부가 증여 시 취득세를 12%까지 올리는 카드를 만지작거리지만 상당수 다주택자들은 ‘양도보다는 증여가 답’이라는 입장이 견고하다. 2017년 8·2부동산대책부터 꾸준히 집값이 올랐던 상황을 지켜봤기 때문이다. 정부가 13일 “양도세는 양도 차익에만 부과되지만 증여세는 주택 가격 전체에 부과된다”며 “매매대금이 들어오는 양도와 달리 자산만 이전되는 증여는 현실적 부담이 더 클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랭하다. 익명의 은행권 관계자는 “세금을 기꺼이 물고라도 앞으로 더 오를 자산을 대물림하겠다는 게 주택 보유자들의 생각”이라며 “양도는 재산을 파는 것이고, 증여는 자산이 유지되는 건데 정부가 세금만 놓고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증여가 여의치 않은 경우에는 일단 버텨 보자는 분위기도 있다고 PB들은 전한다. 특히 자녀가 미성년자인 경우같이 현실적으로 증여가 불가능한 상황에서는 차라리 세금을 더 내고 숨통이 트일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고객들이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소득이 없는 은퇴자들의 경우 보유세 부담을 ‘버티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KB국민은행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전용면적 84.97m²)와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전용면적 83m²)를 보유한 집주인은 지난해 종부세로 3193만 원을 냈지만 올해 12월에는 52%가 뛰어오른 4849만 원을, 내년에는 올해의 2.4배 정도인 1억1580만 원을 부담해야 한다.
D은행의 부동산센터 관계자는 “보유세 부담에 양도를 하려고 해도 양도세 중과 때문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며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혼을 심각하게 고민하는 고객도 있는 등 정부 정책으로 상식에서 벗어난 의사 결정이 이뤄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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