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 해제되는 땅이 어딘지 찍어달라는 전화까지 와요. 반면 땅주인들은 매물을 거두고 있어요.”
16일 오전 11시 서울 강남구 세곡동에 위치한 M공인중개사무소. 정모 씨는 사무실 유선 전화와 휴대전화 양쪽으로 개발 가능성을 묻는 문의에 응대하느라 분주했다. 중개업소 너머로 아파트들이 보였다. 총 800여채 규모의 ‘강남LH1단지e편한세상’으로 이명박 정부 시절 그린벨트를 일부 해제해 조성한 보금자리 주택. 바로 옆에 그린벨트를 해제해 아파트를 조성한 이력도 있으니 이 곳도 풀리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에 술렁였다.
정부가 15일 주택공급 확대 방안 중의 하나로 서울 그린벨트 해제 여부도 함께 검토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서울 강남권 그린벨트 지역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 일대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정부의 공식 검토 발표 이전부터 이미 발 빠른 투자자들이 유력한 개발제한지역 해제 후보지 위주로 문의를 해오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곳 대로변 부지는 올해 2월만 해도 평당 1000만 원 초반으로 거래됐지만 현재는 호가를 1400만 원까지 부르는 곳도 있다. 그는 “예전엔 땅주인들과 가격 조정도 가능했는데 이젠 아예 올려 내놓거나 가격 조정조차 절대 안 한단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 곳에서 차로 10분 거리인 그린벨트 지역도 사정이 다르지 않았다. 강남권인데도 비닐하우스와 밭도 보이는 등 시골 느낌이 났다. 인근 H부동산중개업소 김모 대표는 “이달 초 문 대통령이 공급을 늘리라고 하는 등 정치권에서 개발제한 구역 풀릴 수 있단 얘기가 돌면서부터 문의 전화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시장에서는 기대 섞인 반응이 나오고 있지만 서울시가 그린벨트는 보전 가치가 높은 유산이라며 해제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해제 논의에 난항을 겪을 거라는 관측이 많다. 2018년 수도권 공급대책 발표 당시 서울시의 3등급 그린벨트 중에서 해제가 가능한 땅이 있는지를 협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보전가치가 높은 1, 2등급 대신 상대적으로 가치가 낮은 3등급 땅을 해제해야 환경 훼손 논란을 피하고 서울시를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 것.
하지만 국토부의 국토환경성평가지도 시스템에서 확인해보면 서울 강남권에는 3등급 그린벨트가 거의 남아있지 않다. 서초구 내곡동 가구거리, 서초·강남예비군훈련장 등 유력하게 언급된 지역의 그린벨트도 대부분 1, 2등급이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서울 내 그린벨트에는 경사가 심해 개발이 어려운 곳 등을 빼고 나면 과거처럼 택지개발을 통해 한번에 수천 세대가 들어갈 만한 땅이 없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1, 2등급 그린벨트 해제는 서울시 반대, 환경단체 반발 등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며 “용적률, 층수 규제 등을 풀어 도심 고밀도 개발을 하는 방안을 더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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