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A 씨(37)는 4월 말 인천국제공항에서 쓰러져 인하대병원 응급실로 옮겨졌다. 염증수치가 높았고 39도를 넘는 고열, 간수치 이상 증상을 보였다. 의식이 없는 상태로 신경학적 증세까지 악화돼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입원의학과 신경계 중환자 전담의 박수현 교수가 그를 담당했다.
A 씨는 복합적인 질환을 가지고 있었다. 뇌병변이 의심됐고 간 기능 악화와 함께 흉수와 복수가 차서 인공호흡기 치료를 시작한 뒤 기관 절개 시술이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입원의학과 내 여러 의료진이 협진했다. 호흡기내과, 심장내과 의료진이 가세했다. 감염내과 전문의 의견으로 항생제를 처방했고 소화기내과 전문의는 복수 조절을 시행했다. 2개월간 긴 치료 끝에 A 씨는 복합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는 의료진 판단에 따라 입원의학과 병동에서 입원전담전문의의 치료를 받게 됐다.
주치의 입원전담전문의 이정환 교수는 수시로 A 씨의 보호자와 면담을 갖고 관찰을 통해 환자 상태를 면밀히 체크했다. 입원 전담의 병동 간호사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환자 건강이 호전됐다. 염증 수치가 떨어졌고 의식도 점차 회복해 대화가 가능하게 됐다. 그는 지난주에 의료진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면서 중국으로 떠났다.
인하대병원이 2017년 6월 국내 대학병원 가운데 최초로 개설한 입원의학과와 입원전담전문의 제도가 환자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입원전담전문의란 입원 환자를 대상으로 입원부터 퇴원까지 환자 진료를 직접적으로 책임지고 시행하는 의사를 말한다.
입원 초기 진찰과, 경과 관찰, 환자·가족 상담, 병동 내 처치·시술 실시, 퇴원 계획 수립 등 전반적인 주치의 역할을 수행한다.
인하대병원은 호흡기내과, 심장내과, 소화기내과, 외과, 산부인과 등 다양한 진료과에 입원전담전문의가 상주해 복합 질환으로 입원한 환자의 빠른 회복을 위해 다학제 치료를 제공하고 있다.
대다수 병원에서 입원환자는 진료과 교수의 책임 아래 ‘전공의’가 관리한다. 담당 교수는 외래진료, 수술, 교육(강의) 등 일정으로 환자 접촉이 충분치 않을 수 있다.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인하대병원은 다분야별로 전문적이고 포괄적인 치료를 펼치고 있어 언제든 전문의와 상담할 수 있다.
입원의학과 개설과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는 복합질환 환자의 입원 일수를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하대병원 입원의학과 연구팀은 지난해 7월 “응급실을 거쳐 입원한 여러 질병을 가진 환자가 입원전담전문의의 종합적 진료를 통해 입원 기간 단축 효과를 보고 있다”고 국제공인학술지(SCI)에 발표했다. 입원전담전문의 환자입원기간은 평균 8일인 데 비해 비입원전담전문의 환자 입원 기간은 10일로 집계됐다.
지난해 대한내과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도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옮겨진 환자의 경우 5∼6일 일반 병실 입원기간이 짧아져 의미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하대 입원의학과는 입원 진료 분야의 전문적 지식을 가진 입원전담전문의, 중환자전담전문의, 신속대응팀(INHART)으로 구성된 진료과다. 다학제적 치료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갖춰 기존 진료과와 치료 단절이 없이 유기적인 협진이 가능하다.
이정환 입원의학과 교수는 “고령의 환자의 경우 한 가지 질환만 가진 경우보다는 복합적인 의료 문제를 가진 환자가 많아지고 있다”며 “중증 복합질환자 관리를 위한 통합 진료의 필요성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인하대병원은 입원 환자 중심의 포괄적인 최적의 진료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