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전 서울시장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경찰에 고소한 피해자 A 씨의 증언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는 16일 오후 4년간 A 씨가 당한 성폭력 사례를 공개했다. 박 전 시장이 A 씨를 향해 성희롱 발언을 일삼고 원치 않는 신체 접촉 등 강제 추행을 수시로 일삼았다고 했다. “이상한 낌새를 채지 못했다”며 성폭력 방조 혐의를 부인했던 직원에 대해서도 A 씨는 “시장의 ‘기분’이 중요한 사람들에게 성희롱·성차별적 업무를 강요받았다”고 주장했다. 이 자료에는 2017년 A 씨가 맡은 ‘시장실 비서’ 업무에 대해 “성차별적 업무” “박원순답지 않다”며 동료 직원이 문제를 제기했지만 서울시 측이 묵살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 ‘속옷 심부름, 낮잠 깨우기’는 피해자 몫
A 씨는 시장의 집무실 앞 안내데스크에 앉아 시장을 보좌하는 비서 2명 중 한 명이었다. 박 전 시장의 출퇴근부터 방문객이 오면 다과를 내오고 안내하는 역할이다. 하지만 A 씨 측은 기본 업무 외에도 시장의 기분을 좋게 하는 역할, 이른바 성차별적 업무도 강요받았다고 주장했다.
A 씨가 4년간 했던 역할은 다음과 같다. △샤워를 마친 시장에게 직접 속옷 가져다주기 △“시장님이 여성 비서가 함께 뛰면 기록 잘 나온다”며 주말 새벽 출근해 함께 마라톤하기 △“여성 비서가 깨워야 기분 안 나쁘다”며 낮잠 깨우기 △시장의 혈압을 아침저녁으로 재기 등이었다. 상대적으로 성희롱, 성추행 등이 쉬운 업무를 도맡아 했던 것이다.
A 씨의 증언에 따르면 이런 업무를 하는 동안 박 전 시장의 성폭력은 빈번했다고 한다. 혈압을 재는 A 씨에게 “자기(A 씨 지칭)가 재면 혈압이 높게 나와서 기록에 안 좋다”며 성희롱을 일삼았다고 했다. 불쾌감을 느낀 A 씨가 “가족이나 의료진이 하는 게 맞다”고 상부에 의견을 냈지만 묵살당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시장을 방문하는 제3자에 의한 성폭력도 있었다고 했다. A 씨 측은 “결재를 받으러 오는 사람들이 위아래로 훑어보고, 시장실을 방문한 국회의원은 ‘비서를 얼굴로 뽑나 봐’ 같은 성희롱적 발언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A 씨의 비서 업무가 성차별적이라는 문제의식은 당사자만 가진 생각이 아니었다고 한다. 2017년 A 씨와 함께 비서실에서 근무하던 다른 동료 직원이 ‘시장 핫라인’을 통해 “시장 보좌 비서 업무가 성차별적이다” “박원순답지 않다”고 문제를 제기했으나 고쳐지지 않았다고 했다. “해당 보직 직원들의 승진·경력과 연계돼 있어 바꾸기 힘들다”는 이유에서였다고 한다.
○ 부서 변경 7개월 만에 “다시 비서실 와라”
2015년 7월 비서실로 발령받은 A 씨는 점점 강도가 높아지는 성폭력을 견디다 못해 6개월 만인 2016년 1월부터 인사이동을 요청했다. 하지만 번번이 거절당했고 8차례 요청 끝에 2019년 7월 다른 자리로 이동했으나 올 2월 “다시 비서실로 와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당시 A 씨는 인사 담당자에게 “‘성적 스캔들 등의 시선이 있을 수 있어 고사하겠다’고 했지만 담당자는 문제 상황을 파악조차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박 전 시장은 재임 기간 ‘조직문화 변화’를 위해 직원이 승진하면 다른 부서로 이동하는 원칙을 만들었다. 하지만 A 씨에겐 적용되지 않았다고 한다. 승진한 A 씨가 ‘원칙에 따라’ 인사이동을 요청했지만 “그런 것을 누가 만들었냐” “비서실에는 해당 사항이 없다”며 승인하지 않았다고 했다.
○ “확실한 증거 없인 힘들 거야” 압박하기도
A 씨의 증언에 따르면 8일 A 씨가 박 전 시장을 고소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전·현직 고위 공무원, 별정직·임기제 정무보좌관, 비서관 등이 A 씨에게 연락을 했다. 하지만 A 씨 측은 “책임과 사과가 느껴지는 경우는 극히 일부였다”고 주장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 측은 “서울시가 15일 내놓은 대책으로는 이 사건을 제대로 규명할 수도, 할 의지도 없어 보인다”고 주장했다. 서울시가 15일 민관합동조사단 참여를 요청했지만 이들 단체는 사실상 거부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