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강제 아웃팅” 김봉곤, 또 사적대화 인용 논란…도서 판매 중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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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7월 17일 20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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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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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봉곤 씨(35)가 단편소설 ‘그런 생활’ 뿐만 아니라 ‘여름, 스피드’에도 사적 대화를 무단으로 인용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문학동네 측은 김 씨가 사실을 인정했다며 도서 판매를 중지하기로 결정했다.

문학동네는 17일 공식 소셜미디어를 통해 “오늘 SNS에서 김봉곤 작가의 <여름, 스피드>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고, 작가는 그러한 사실을 인정했다”며 “문학동네는 더 이상의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그리고 추가 조치를 위해 <여름, 스피드>와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판매 중지한다”고 밝혔다.

김 씨에 대한 추가 폭로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불거졌다. 폭로한 누리꾼 A 씨는 “저는 김봉곤 작가의 데뷔 표제작 ‘여름, 스피드’의 영우다. 저는 실존 인물”이라며 “제가 김봉곤 작가에게 수년 만에 연락하기 위해 전달한 페이스북 메시지는 동일한 내용과 맥락으로 책의 도입부가 되었다”고 주장했다.

A 씨는 김 씨의 소설 ‘여름, 스피드’ 때문에 강제 아웃팅(본인은 원하지 않는데,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다른 사람에 의하여 강제로 밝혀지는 일)을 두 번 당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A 씨는 “처음 ‘여름, 스피드’를 읽었을 때의 당혹감과 모욕감은 이후로 저를 내내 괴롭혀왔다”며 “저에게는 소설 속에 등장한다는 어떤 동의 절차도 없었으며, 저는 그런 사실도 모른 채 책이 출간되는 과정 내내 더 나은 표지를 골라주는 데 의견을 보태고 축하를 아끼지 않았다”고 했다.

A 씨는 김 씨의 태도에 더욱 분노했다고 설명했다. A 씨는 “김봉곤 작가는 (해명을 요구하자) 먼저 말하지 못해 미안하고, 말하지 못한 이유는 ‘너무 너인 사람을 썼다는 죄의식 때문’이라고 말했다”며 “그러면서 김봉곤 작가는 ‘단체명은 그 단체가 속한 산업군으로 치환하고, 군대 언급은 삭제, 어떤 소속 정보는 유사하지만 정확히 사실과 같지는 않으니 가급적 유지했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전달했다. 저는 마치 조별과제 PPT를 수정하는 듯한 그의 태도에 기가 찼다”고 비판했다.

끝으로 A 씨는 “오토픽션이란 이름하에 행하고 있는 지극히 개인적인 욕망의 갈취가 여전히 실재하는 인물들에게 가해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공론의 장에서 다시금 알릴 뿐”이라고 했다.

ⓒ 뉴스1
ⓒ 뉴스1
김 씨를 둘러싼 논란은 소설 ‘그런 생활’에서 주인공 ‘봉곤’과 성적인 대화를 가감 없이 나누는 출판편집자 ‘C누나’가 본인이라고 밝힌 C 씨의 폭로가 10일 공개되면서 시작됐다. C 씨는 김 씨가 자신과의 카카오톡 대화를 동의 없이 ‘그런 생활’에 인용했다고 주장했다.

문학동네는 이 같은 논란과 관련해 “(피해 당사자의) 해당 부분 삭제 요청은 이행했다”며 “수정 사실 공지는 당사자와 작가의 주장이 일치하지 않아 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A 씨 폭로글 전문
저는 김봉곤 작가의 데뷔 표제작 ‘여름, 스피드’의 영우입니다. 저는 실존 인물입니다. 다행히 실명은 영우가 아니지만 이를 제외한 대부분의 요소들이 소설 속에 사실로 적시되어 아웃팅 당한 이력을 두 번 갖게 되었습니다. 두 번이라는 것은 제게 직접 물어 온 경우만 해당될 뿐, 알고도 말하지 않은 경우와 앞으로 이 소설을 읽는 이를 포함하면 그 수의 확장성은 유효합니다.

며칠 전 지인을 통해 D 님의 멘션을 읽게 되었고, 저는 ‘때가 왔다’고 생각했습니다. 처음 여름 스피드를 읽었을 때의 당혹감과 모욕감은 이후로 저를 내내 괴롭혀왔습니다. 저에게는 소설 속에 등장한다는 어떤 동의 절차도 없었으며, 저는 그런 사실도 모른 채 책이 출간되는 과정 내내 더 나은 표지를 골라주는 데 의견을 보태고 축하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김 작가는) 나오자마자 구매해서 읽겠다는 제게 ‘고마우니 만나서 주겠다’는 말만 했을 뿐이었습니다. 무엇이 고마웠을까요. 기꺼이 소설에 재료가 돼줘서, 제 발로 찾아와 글감이 돼줘서 고맙다는 거겠죠.

D 님의 카톡이 그대로 소설에 쓰인 것처럼, 제가 김봉곤 작가에게 수년 만에 연락하기 위해 전달한 페이스북 메시지 역시 동일한 내용과 맥락으로 책의 도입부가 되었습니다. 저는 이를 캡쳐하여 글의 뒷면에 첨부하고, 판단은 이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께 맡기겠습니다. 이 부분에서도 당연히 동의 절차는 없었습니다.

그(김 작가)의 글을 읽고 당혹감, 분노, 모욕감을 느꼈고,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사실을 적시했는지, 그리고 정말 내가 이렇게 저밖에 모르는 괴팍한 인간인가 이해가 되지 않아 주변 친구들에게 양해를 구하며 본의 아니게 일독을 권했습니다. 어떤 친구들은 저보다 더 분노했고, 몇몇은 널 얼마나 좋아했으면 이랬겠느냐 참으라고 했습니다. 혹자는 지분이 많으니 인세를 받아 마땅하다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그 와중에도 ‘혹시 그럼 선물 받은 팬티 입고 어플에 사진 찍은 부분 사실이야?’, ‘실제로 이 모임에 대해 이렇게 안 좋게 말하고 다녔어?’라고 물어보며 각자의 호기심을 충족하기도 했습니다. 개인의 호기심 탓도 있겠으나 전부 사실관계기에 나올 수 있었던 자연스러운 궁금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놀란 감정을 주변에 확인 받는 과정은 대체로 부산스러웠으며, 소설의 영향력을 더 크게 만드는 효과가 있었고, 한편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음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그저 무기력하기만 했습니다. 글 속에 이 부분은 그러지 않았다고, 이거에 대해선 나도 할 말이 있다고 반박하고 싶었지만 제게는 지면이 없었고, 그저 쓰인 대로 당해야 하는 작가의 실존 인물이자 주인공 영우였습니다.

법조계 친구는 아웃팅 당한 것만으로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이 충분히 성립되니 소송을 진행하자고, 판매 금지 조치를 취하는 게 낫지 않겠냐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어쩌면 너무 가혹한 것은 아닐까. 괘씸하지만 그런 방법밖엔 없을까 망설여졌습니다. 한편으로는 그것이 되려 이 작품을 더 주목 받게 하는 것은 아닐까 불안하기도 했습니다.

출간일이던 2018년 6월 이후 저와 김봉곤 작가는 한 차례도 연락을 한 적이 없었고, 저는 아웃팅이 발생한 그해 12월이 돼서야 참지 못하고 문자를 보내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핍진성이 중요하다고 해도 이야기의 맥락과 무관한 실제 인물의 사실 정보를 그대로 적시했어야 했냐고, 본인은 커밍아웃한 작가니까 남의 아웃팅은 상관 없느냐고, 영우가 게이인 것도 사실이니 세상 사람들이 알게 되어도 상관이 없느냐고 이 모든 게 다 계획 속에서 진행되고 있는 거냐고 물었습니다. 김봉곤 작가는 먼저 말하지 못해 미안하고, 말하지 못한 이유는 ‘너무 너인 사람을 썼다는 죄의식 때문’이라고 말하며, 아웃팅이 발생한 지점은 무겁게 받아들이겠다고 말하고는, 실제 인물이 추측 가능한 부분을 수정하면 괜찮겠느냐고 물어왔습니다. 그러면서 단체명은 그 단체가 속한 산업군으로 치환하고, 군대 언급은 삭제, 어떤 소속 정보는 유사하지만 정확히 사실과 같지는 않으니 가급적 유지했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전달했습니다. 저는 마치 조별과제 PPT를 수정하는 듯한 그의 태도에 기가 찼습니다. 좀 더 소설가의 상상력을 발휘해서 실제와 다른 소속이나 직무를 부여할 수는 없느냐고 따져 묻고 싶었으나 이 사람은 이 사태의 심각성을 정말 인지하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대화는 중단됐습니다. 대화는 중단되었기에 수정은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때가 마지막 대화였습니다.

(이 글은) 오토픽션이란 이름하에 행하고 있는 지극히 개인적인 욕망의 갈취가 여전히 실재하는 인물들에게 가해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공론의 장에서 다시금 알릴 뿐입니다.

문학동네 입장 전문
7월 17일 오늘 SNS에서 김봉곤 작가의 <여름, 스피드>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고, 작가는 그러한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문학동네는 더이상의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그리고 추가 조치를 위해 <여름, 스피드>와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판매 중지합니다.

추가 조치가 마련되는 대로 다시 공지하겠습니다. 피해자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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