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단 내 가혹행위 등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고(故) 최숙현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 선수가 생전에 쓴 다이어리 내용이 22일 공개됐다.
이용 미래통합당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철인3종 경기 선수 가혹행위 및 체육 분야 인권침해에 대한 청문회’에서 “최 선수의 다이어리”라며 작은 수첩 하나를 들어올렸다.
다이어리에는 ‘나의 원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이 적혀있었다. 작성 날짜는 2019년 3월16일로 추정된다. 최 선수는 “원수는 2명 이상인데 경주시청 선수들”이라며 김규봉 전 감독·주장 장모 선수 등의 이름을 적었다. 그러면서 “내 인생에서 사라졌으면 한다. 기억에서도”라고 덧붙였다.
2019년 2월19일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내가 아는 가장 정신 나간 사람은 누구인가’라는 물음에서도 이들의 이름이 등장했다. 최 선수는 “이 질문은 백 번 물어도 똑같은 답”이라며 이름들을 적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김모 선수의 이름도 있었다. 자신과 김 전 감독, 장 선수 등의 이름이 적힌 이유와 추가 가해자를 묻자 김 선수는 “잘 모르겠다”며 말을 아꼈다.
앞서 김 선수는 지난 6일 국회 문체위 전체회의에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16일 만에 다시 선 국회에서 그는 “당시 분위기상 오래 알고 지내온 감독의 잘못을 들추기도 싫었고 내 잘못도 (있었다)”라며 “두려운 점도 있었다. 내 잘못을 말하는 게 언론에게 질타를 받을까봐 그런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유족을 직접) 찾아뵙고 사과드리겠다”고 덧붙였다.
당초 이날 청문회에는 가해자로 지목된 김 전 감독과 장 선수, ‘팀닥터’로 불린 안주현 씨, 김 선수 등이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김 선수만 자리했다. 이 의원은 “청문회에서 가해자들이 자신들의 죄를 인정하고 사죄하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김 선수를 제외하고 다 불출석한 것에 대해서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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