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균형발전을 앞세워 ‘행정수도 이전’을 밀어붙이고 있는 여권은 22일에도 강공 드라이브를 이어갔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전날에 이어 이날 박병석 국회의장을 다시 찾아 ‘행정수도 완성 특별위원회’ 구성을 협의했다. 민주당은 당내 ‘행정수도 완성추진단’을 23일 출범시킬 예정이다.
관건은 위헌 논란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대정부질문 답변에서 “세종시 행정수도가 오래전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 결정을 받았는데, 그런 부분이 치유되어야 완전한 수도 이전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은 김 원내대표가 ‘행정수도 이전’을 전격 제안한 20일 오후 당 고위전략회의를 열고 위헌 논란에 대한 법률적 검토 및 향후 추진 로드맵을 이미 검토한 것으로 드러났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이번에야말로 당청이 힘을 모아 노무현 정부 당시 미완에 그친 행정수도 이전을 완성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상황”이라고 했다.
○ 여야 합의 통한 ‘입법’ 우선 추진
동아일보가 입수한 민주당의 ‘행정수도 관련 원내대표 발언 검토의견’ 문건에 따르면 민주당이 행정수도 이전을 위해 마련한 시나리오는 △행정중심복합도시법을 ‘행정수도법’으로 개정 △국민투표 △원포인트 헌법 개정 등 크게 3가지다. 이해찬 대표 등 당 핵심 인사들이 참여한 고위전략회의에 보고된 이 문건은 2004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당시 쟁점과 이를 통한 향후 추진 시나리오 등을 담고 있다.
민주당은 여야 합의를 통한 행정수도법 입법을 우선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정치적 리스크가 가장 작다는 판단에서다. 위헌 논란에 대해선 “2004년 헌재 결정은 (당시 만들어진) 신행정수도건설특별조치법에만 효력이 미친다”며 “현재 ‘행정중심복합도시법’까지 효력이 미치는 것이 아니다”라고 해석했다. 즉 ‘행정중심복합도시법’ 개정을 통한 행정수도 이전이 가능하다는 것. 문건은 다만 “여야 간 합의를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2004년 헌재의 위헌 결정에 대해 민주당은 “(당시엔) 보수 성향의 헌법재판관이 다수를 차지하던 시절이었고, 성문헌법 국가에서 관습헌법이라는 논리를 동원해 행정수도를 무력화했다”며 “관습헌법이라는 논리는 당시 위헌 결정을 이끌어 낸 이유에 불과한 이상, 결정의 이유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 원내대표가 21일 “여야가 합의해서 법을 개정하는 입법 차원의 결단으로 얼마든지 행정수도 완성이 가능하다”고 주장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민주당은 행정수도법 발의 이후 제기될 수 있는 헌법소원에 대한 대응 전략도 검토했다. 민주당은 문건에서 “현재 헌법재판관 다수가 진보 성향인 만큼 기각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안심하기만은 어렵고 관습헌법 논쟁이 종식되지 않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 ‘국민투표’와 ‘원포인트 개헌’까지 고려
민주당은 여야 간 합의가 불발될 경우에 대비한 시나리오도 마련했다.
헌법 제72조에 규정된 대통령의 국민투표부의권에 따라 행정수도 이전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치는 방안과 헌법에 행정수도 설치의 근거를 만들기 위한 ‘원포인트 개헌’ 방안이 그것이다.
민주당은 여론조사 결과 행정수도 이전에 다수가 찬성할 경우 국민투표를 통한 행정수도 이전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다만 문건은 ‘국민투표 시나리오’에 대해 “합헌적으로 법률 개정은 가능하지만 야당이 반대할 경우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마지막 시나리오인 ‘원포인트 개헌’의 경우 민주당은 “성문헌법을 개정하는 것으로 2004년 헌재의 위헌 결정 취지를 존중하면서도 당시 있었던 ‘관습헌법’ 논란을 종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문건은 여야의 합의 없이는 개헌안 처리가 불가능하다고 적시했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수도 이전 문제를 개헌으로 밀어붙일 경우 ‘거여의 폭주’라는 정치적 부담이 상당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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