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사죄상’ 논란…日 관방장관 “사실이면 한일관계 결정적 영향 미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28일 17시 05분


한국의 한 민간 식물원에 소녀상 앞에서 사죄를 하는 일본인을 형상화한 작품이 설치된 것을 놓고 일본 측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한일 갈등의 새로운 소재가 되고 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28일 기자회견에서 ‘한국 평창의 식물원에 위안부를 상징하는 소녀상에 사죄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상이 설치됐다’는 질문에 “만일 보도가 사실이라면 한일 관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국제의례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위안부 문제는 한국 정부에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을 확인한 일한(한일) 합의의 착실한 이행을 지속적으로 강하게 요구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26일 강원 평창의 한국자생식물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소녀상에 무릎 꿇는 일본 지도자에 대한 조형물 ‘영원한 속죄’가 설치돼 8월 11일 제막식을 열 것”이라며 “무릎 꿇은 일본 지도자는 아베 총리를 상징화했다”고 밝혔다. 마이니치신문, 산케이신문 등이 28일 이 같은 내용을 기사화하면서 일본에 알려지게 됐다. 지지통신은 “강제징용 문제 등 한일 관계가 악화된 가운데 (조형물이) 공개된다면 양국 간 새로운 불씨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일본 정계는 강한 불쾌감을 내비치고 있다.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대표는 28일 기자회견에서 “상세한 것은 모르지만 (문제 해결과는) 반대 방향으로 악화돼 가는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제1 야당인 입헌민주당의 후쿠야마 데쓰로(福山哲郞) 간사장도 “극히 유감으로 강하게 항의하겠다. 한국 정부는 신속하게 조형물을 철거해야만 한다”고 밝혔다.

한국 측은 진화에 나섰다. 외교부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정부와 무관한 민간 차원의 행사”라면서도 “정부로서는 외국 지도급 인사들에 대한 국제 예양이라는 측면을 함께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민간 차원이라고 해도 해외 정상에 대해 외교적 예우는 필요하다는 의미다.

김창렬 한국자생식물원 원장(73)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조형물의 사죄하는 남성은 어느 특정 인물이 아니라 소녀에게 사죄하는 모든 남성을 상징하는 것”이라며 “‘아베 총리도 조형물의 남성처럼 사죄하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언급한 것이 오해를 불러온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이어 “한일 양국이 서로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는데 오히려 문제가 된 것 같아 당황스럽다”고 덧붙였다. 한국자생식물원은 제막식 계획을 취소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평창=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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