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입은 ‘분홍 원피스’에 대한 반응은 옹호든 비난이든 하나같이 정곡을 찌르지 못한다는 느낌을 준다. 이정미 전 정의당 대표는 “뭘 입든 무슨 상관?”이라고 했지만 허벅지 일부가 노출되는 정도가 아니라 가슴이나 복부 혹은 어깨가 노출되는 옷을 입었더라도 ‘뭘 입든 무슨 상관?’이라고 말할 수 있었을까. 드레스 코드를 어떻게 할지는 생각이 다를 수 있지만 어디에나 드레스 코드라는 건 엄연히 있다.
▷더불어민주당 유정주 의원은 17년 전 유시민 의원의 ‘백바지’ 논란을 상기시키면서 류 의원의 ‘분홍 원피스’ 논란에 대해 ‘쉰내 나는 반응’이라고 했지만 사실 둘은 다르다. 유 의원의 ‘백바지’ 논란이 ‘어울리지 않음’에 대한 반응이었다면 류 의원의 ‘분홍 원피스’ 논란은 ‘너무 잘 어울림’에 대한 반응이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류 의원 복장 논란에 “갑자기 원피스가 입고 싶어지는 아침”이라고 했는데 열띤 반응이 원피스 자체에서만 나오는 것으로 봤다면 착각이다.
▷류 의원의 ‘분홍 원피스’는 28세라는 나이에 어울리는 복장이고 요즘 그 정도의 노출이 거리에서라면 특별할 것도 없다. 그것이 눈에 뜨인 것은 어두운 색 정장을 차려입은 중장년 남성 중심의 국회에 류 의원이 들어섰기 때문이다. 류 의원에 대해 ‘오빠라고 불러보라’ 등 성희롱성 글을 쏟아놓은 것은 대개 박원순 조문을 공개적으로 거부한 류 의원에게 반감을 가진 친문 누리꾼들이다. 정작 류 의원을 지켜본 남성 의원들은 침묵하거나 류 의원 편을 들었다.
▷류 의원의 ‘분홍 원피스’ 차림은 일부 2040 의원들 모임에서 50대 중년 남성 중심 국회의 분위기를 깨보자고 의기투합한 기획에서 등장했다고 한다. 그것은 어느 옛 영화의 한 장면에서처럼 도회에서 온 젊은 아가씨가 차려입고 시골장터를 지나갈 때 그곳 사람들의 시선을 100% 의식하며 씩씩하게 걸어가면서 시골의 분위기를 쇄신하는 유쾌한 도발과 비슷한 면이 있다.
▷하지만 영화 속 도회 아가씨가 걸어갈 때 불편을 느끼는 쪽은 주로 장터의 아주머니들이다. 국회의 중장년들이 류 의원이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보면서 타성이나 선입견이 깨지고 도전받는 불편함을 겪어야 효과가 있는 건데 과연 그랬을까. 결국 ‘분홍 원피스’는 20대 여성 의원의 희소성에 힘입어 자신의 존재감을 한껏 드러낸 퍼포먼스에 그치게 되는 건 아닐까. 이미 8년 전 당시 통합진보당의 김재연 의원이 32세의 나이로 보라색 미니스커트 입은 모습을 뽐낸 적이 있다. 옷차림보다는 법안으로 진짜 유쾌한 도발을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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