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4일부터 47일간 이어진 장마로 50명의 인명피해가 났다. 78명이 사망하고 실종된 2011년 이후 9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물난리다.
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발표한 호우 대처상황 보고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8일까지 집중호우로 30명이 사망하고, 8명이 다쳤다. 실종자는 12명으로 집계됐다.
전국에서 5971명(3489세대)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체육관·마을회관 등으로 일시 대피한 사람도 8867명(4159세대)에 이른다.
7월 13일 경남 함양에서 배수로 작업을 하던 남성 2명이 목숨을 잃은 것을 시작으로 같은 달 23∼25일에는 부산 지하차도 침수로 숨진 3명을 비롯해 울산·김포 등에서 모두 5명이 사망했다. 7월 30일에는 대전에서 통제된 지하차도를 지나던 행인 1명이 물에 빠져 숨졌다.
현재까지 잠정 집계된 올해 호우 인명피해는 50명으로 지난 2011년 이후 가장 큰 피해가 발생했다. 2011년은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폭우가 쏟아지면서 서울 서초구 우면산 산사태가 일어났던 해로, 한 해 동안 호우로 77명, 태풍으로 1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호우 피해가 커진 데에는 올해 장마가 유례없이 길어진 영향이 크다. 특히 8월 1일 이후 중부와 수도권, 남부 등을 번갈아 가며 폭우가 몰아치면서, 약해진 지반이 버티지 못하고 산사태가 잇따라 인명피해를 키웠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예년 장마 때는 비가 소강상태를 보이는 동안 땅이 굳을 수 있었는데 올해는 거의 쉬지 않고 내리면서 지반이 계속 약해졌다”며 “이 때문에 급경사지는 물론 얕은 야산에서도 토사가 쓸려내려 주택을 덮치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태풍으로 풍수해 피해가 더 커질 우려가 있다.
기상청은 이날 오전 3시 일본 오키나와 남쪽 해상에서 제5호 태풍 ‘장미’(JANGMI)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예상 경로대로 북상해 10일 오후 경남 해안에 상륙하면 올해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첫 태풍이 된다.
태풍의 위력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태풍은 장맛비보다 큰 피해를 몰고 온 적이 많았다. 지난 2010년 태풍 ‘곤파스’로 7명이 숨지거나 실종됐고, 2012년 태풍 ‘볼라벤’으로 14명, 2016년 태풍 ‘차바’로 6명의 인명피해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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