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과 홍수의 연관성을 분석할 정부 합동조사단이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 조사 대상은 제방 유실로 피해가 발생한 낙동강이다.
11일 환경부 등에 따르면 4대강 사업의 홍수 예방 효과 또는 유발 가능성을 분석하기 위해 유관 부처와 민간이 참여하는 합동조사단 구성을 검토하고 있다. 장맛비로 섬진강과 낙동강 일대에 홍수 피해가 발생하면서 불거진 4대강 사업 효용성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이번 수해와 관련해 댐 관리와 4대강 보(洑) 영향에 대한 조사를 지시했다.
○ 일단 보, 제방 등 시설물 조사부터
4대강 합동조사단이 구성되면 가장 먼저 낙동강 조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낙동강에서는 9일 합천창녕보에서 약 250m 상류에 있는 제방이 유실되면서 홍수 피해가 발생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과 환경단체에서는 4대강 사업 때 설치된 보가 물 흐름을 막아 피해로 이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사단은 합천창녕보 제방 유실 영향을 확인하기 위한 실험과 집중호우 시 시설별 대응 능력을 검증할 것으로 보인다. 보뿐만 아니라 댐과 제방 등 여러 홍수 대응 시설에 대한 종합 점검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4대강 사업 대상이 아니지만 이번 장마 때 제방 유실로 큰 피해가 난 섬진강도 조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섬진강댐 방류 기준과 방식 등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또 미래통합당 등 야권에서는 섬진강이 4대강 사업 대상에서 제외된 탓에 피해가 났다는 주장이 계속 나오고 있다.
큰 피해가 나지 않은 한강 등 나머지 4대강 사업 대상에 대한 조사 여부는 아직 확실치 않다. 그러나 하천별 환경이 다른 데다 추후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조사할 가능성이 높다. 일단 조사단 활동 기간은 2021년 상반기까지로 예상되지만 조사 대상이 늘어나면 연장될 수도 있다.
환경부 고위 관계자는 “제방과 보 등 하천 구조물은 국토교통부 관할이라 기존 조사·평가단에서만 진행하기엔 어려움이 있다”며 “4대강 사업을 한 이후 이렇게 큰비가 온 적이 없었기에 홍수 피해 예방 효과를 현실적으로 점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만들어질 합동조사단은 2018년 8월 조직된 ‘4대강 자연성 회복을 위한 조사·평가단(4대강 조사평가단)’과는 별개다. 4대강 조사평가단은 4대강 보를 개방하고 그 영향을 모니터링해 앞으로 처리 방안을 제시하는 조직이다. 앞서 조사평가단은 지난해 2월 생태 모니터링과 보 유지 시 경제적 편익 등을 평가했다. 그 결과 금강과 영산강의 5개 보 중 세종보와 공주보, 죽산보의 해체 방안을 제안했다.
○ 갈수록 뜨거워지는 정치권 공방
정치권 내 공방은 계속되고 있다. 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은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보 시설물이 물 흐름을 방해해 홍수를 악화시킨 것은 상식적”이라며 “홍수 예방을 위해서 보는 철거하고 제방은 보강하면 된다”고 촉구했다. 한때 ‘4대강 전도사’로 불렸던 친이계의 좌장 이재오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4대강 보는 물 흐름을 방해하는 기능이 없다”며 “4대강 16개 보를 안 했으면 이번 비에 나라 절반이 물에 잠겼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12월 국무조정실 산하 ‘4대강 사업 조사평가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4대강 사업 후 대부분의 구간에서 홍수 저감 효과가 확인됐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러나 동시에 보의 역할에 대해 “댐처럼 홍수 조절 용량을 가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전문가는 보나 제방, 하천 준설 등 어느 한 요인이 홍수를 일으켰다고 볼 수 없다는 의견이다. 전경수 성균관대 수자원전문대학원 교수는 “4대강 사업을 한데 묶어 홍수 조절 능력 여부를 따지는 건 전형적인 진영 논리”라면서 “보 때문에 제방이 무너졌을 수도 있지만 오히려 준설을 해서 홍수 피해를 줄인 부분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강부식 단국대 토목환경공학과 교수는 “(준설, 제방, 보 등이 종합된) 4대강 사업 자체의 치수(治水) 효과와 보 자체의 치수 효과는 전혀 다른 문제”라고 강조했다. 4대강 사업을 무조건 폄하하거나 치켜세울 것이 아니라 4대강 사업의 결과물을 개별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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