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서울 거래 12년만에 최다
가격 상승폭, 강북권이 더 가팔라… 아파트 전세 포기한 2030 몰리고
대출규제 덜해 갭투자도 쏠린듯… 매매-전세 연쇄상승 ‘서민 삼중고’
서울 은평구에 사는 정모 씨(37)는 최근 인근 빌라 매매 가격을 확인해보고 깜짝 놀랐다. 1년 전만 해도 방 세 개짜리 신축 빌라를 2억∼3억 원대에 살 수 있었다. 같은 동네인데도 이제는 4억 원대에서 심지어 5억 원을 넘기는 매물까지 눈에 띄었다. 그는 “아파트 사기엔 너무 비싸고 전셋값도 올라 실거주 목적으로 빌라를 사려 했는데 이마저도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의 빌라 등 다세대·연립주택 매매 거래량이 지난달 12년 만에 최대치를 나타내며 매매가와 전세가 모두 동반 상승하고 있다. 아파트에 주로 집중됐던 정부 규제의 ‘불똥’이 다세대·연립주택으로까지 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강북이 더 올라…20, 30대 거래 활발
18일 서울시가 운영하는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7월 한 달간 서울의 다세대·연립주택 거래량은 총 7008건으로 2008년 4월(7686건) 이후 가장 많았다. 올해 1∼5월 다세대·연립주택 거래량은 월 3000∼4000건 수준에 머무르다가 6월 6328건으로 거래량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매매가도 오름세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7월 다세대·연립주택 매매 가격은 전월 대비 0.15% 올랐다. 지난해 12월(0.36%) 이후 가장 높은 상승세로 12·16대책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4월 0.01% 상승에 그쳤고 5월엔 오히려 0.02% 하락하는 등 안정세를 보였지만 6월(0.06%) 들어 다시 상승 폭이 커졌다. 특히 강남지역(0.11%)에 비해 강북지역(0.18%)의 오름세가 가팔랐다.
매매 거래도 비교적 가격 낮은 주택이 밀집된 지역에서 활발한 편이었다. 이날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은평구의 다세대·연립주택 거래량이 814건으로 가장 많았다. 강서구 798건, 양천구 500건, 강북구 434건 등이 뒤를 이었다.
이들 거래 상당 부분은 20, 30대가 했을 것으로 보인다. 감정원에 따르면 6월 아파트를 제외한 주택 매매 거래에서 30대 이하 연령대가 차지한 비중은 21%로 5월(19%)보다 늘었다.
○ 아파트 전셋값 오르고, 아파트 규제 심해진 영향
전문가들은 임대차 3법 시행 등으로 아파트 전세 가격이 상승하며 다세대·연립주택을 대안으로 보는 실수요가 몰려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분석한다.
‘풍선효과’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6·17대책을 통해 투기지역에서 3억 원 이상 아파트를 신규 매입할 경우 매수자의 기존 전세대출을 회수하는 대출 규제를 실시했지만 다세대·연립주택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가 다세대·연립주택으로는 아직 가능하다는 것이다.
앞으로 정부와 서울시가 적극 추진하는 공공재개발이 다세대·연립주택 가격을 자극할 가능성도 있다. 성북구 성북1구역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공공재개발 얘기가 나온 뒤로 하루 5, 6건씩 문의 전화가 오지만 매물이 없다”고 전했다.
○ 빌라 전셋값도 함께 올라…“서민 주거 불안”
문제는 다세대·연립주택의 전세 가격이 매매 가격과 함께 움직인다는 점이다. 7월 전세 가격은 전월 대비 0.12% 오르며 6월(0.04%)에 비해 상승세가 가팔라졌다. 지난해 12월(0.15%)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아파트 가격이 올라 자가 마련이 어려운데 전세마저 희귀해져 다세대·연립주택으로 시선을 돌리고, 결국 다세대·연립주택 매매가와 전세가마저 오르는 ‘삼중고’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다세대·연립주택까지 오름세를 보이는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직전 나타났던 현상으로 일부 거품이 있다”면서도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급감해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어서 가격 상승세가 쉽게 꺾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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