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3억→보증금 1억+월세 전환때 月67만원→42만원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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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월세 전환율 4%→2.5% 하향
전세대출 시중금리와 비슷해져
기존 세입자만 해당… 신규는 제외
집주인 안지켜도 처벌조항 없어… 與, 강제규정 도입 속도조절


19일 정부가 전월세전환율을 2.5%로 낮추기로 한 것은 계약갱신요구권, 전월세상한제 등 임대차 2법의 급격한 도입으로 전세 가격이 상승하는 등 부작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감정원 통계에 따르면 8월 둘째 주 서울 아파트 전세 가격은 전주 대비 0.14% 올라 59주 연속 상승했다.

전월세전환율이 낮아지면 현재 세입자의 월세 부담은 낮아질 수 있다. 현재 4% 전환율로는 3억 원의 전셋집에서 살고 있는 세입자가 보증금 1억 원의 월세로 전환할 때 한 달에 약 67만 원을 내야 한다. 하지만 이를 2.5%로 낮추면 월세는 약 42만 원으로 낮아진다. 현재 전세대출 시중금리가 최저 2.26%라는 점을 감안하면 현금 1억 원에 전세대출 2억 원을 받아 전세를 살 때의 이자 부담(약 38만 원)과 거의 비슷한 수준의 월세를 내게 되는 것이다. 전환율은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때만 적용되고, 반대로 월세를 전세로 전환할 때는 적용되지 않는다.

바뀐 전환율은 시행 이후 계약을 갱신할 때부터 적용된다. 집주인이 전환율을 준수하지 않았을 경우 세입자는 전환율에 맞춘 월세만 지급할 수도 있고, 집주인과 분쟁이 생길 경우 임대차 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해 바로잡을 수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1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차 부동산시장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전월세전환율을 낮추는 방안 등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1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차 부동산시장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전월세전환율을 낮추는 방안 등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는 이날 현재 6곳인 임대차 분쟁조정위원회를 내년까지 18곳으로 늘리고, 향후 인구 50만 명 이상 도시에는 최소 1곳 이상을 운영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임대차 2법 도입과 전환율 하향 조정 등으로 집주인과 세입자 간 분쟁이 늘어날 경우에 대비한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전환율 하향 조정이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고, 신규 세입자 계약 시 임대료가 급증하는 부작용을 해소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시중 예금금리가 0%대까지 떨어진 데다 매월 현금 수입이 생긴다는 점에서 집주인들이 전환율 범위 내에서라도 월세를 선호할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센터 부장은 “지금도 계약 갱신 시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려면 집주인은 기존 세입자와 협의해야 해서 과도하게 월세를 높이기는 어렵다”며 “전환율 하향 조정은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고, 임대료 자체가 오르는 시장의 큰 흐름을 바꾸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신규 계약은 현재 규제의 대상 자체가 되지 않아 신규 세입자의 부담은 여전하다”며 “그렇다고 신규 계약에까지 전환율 준수를 강제한다면 집주인은 세를 놓아 거둘 수 있는 수익이 감소하는 것이기 때문에 주거의 질이 떨어지고 임대 매물 자체가 줄어드는 부작용만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초 전월세전환율 하향 조정과 함께 강제 규정 도입을 검토했던 여당은 속도 조절에 나서는 분위기다. 강제 규정 도입은 입법 사항인 만큼 국회를 거쳐야 하는데 ‘임대차 2법’ 폭주 등으로 인한 여론이 악화된 상황에서 당장 시도하지는 않겠다는 의미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전환율을 낮추는 것은 시행령 개정으로 가능하지만 지키지 않을 때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처벌하는 규정을 넣는 것은 법 자체를 손봐야 한다”며 “향후 시장 상황 등을 봐 가며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정부는 전세 통계 집계 방식을 수정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5% 상한선을 지켜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으로 재계약을 한 경우 확정일자를 받지 않는 경우가 많아 통계에 포함되지 않게 되고 이 때문에 실제보다 전세가격 상승률이 높게 보일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조금이라도 계약조건이 변경될 경우 다시 계약서를 쓰고 확정일자를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전문가는 “신고제를 내년 6월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더 빨리 시행해 집주인과 세입자들이 시장 상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새샘 iamsam@donga.com·정순구·강성휘 기자
#전월세전환율#전세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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