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금융에 2100조 몰렸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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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달새 43조원 가까이 급증
10년 전보다 2.5배 늘어나 “실물경제 뇌관 가능성” 경고

저금리와 집값 상승이 이어지면서 부동산에 쏠린 돈이 10년 만에 2.5배 가까이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덩치가 커진 ‘부동산 금융’이 시장 안정성을 떨어뜨리고 실물경제의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3월 말 부동산 금융 익스포저(대출 등 위험노출액) 잔액은 2105조3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2019년 12월 말보다 42조9000억 원 증가했다. 10년 전인 2010년(879조7000억 원)과 비교하면 140% 늘어 이 기간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율(45%)을 훨씬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금융 익스포저는 부동산담보대출 주택연금 등 금융기관·보증기관의 부동산 관련 대출과 부동산펀드 리츠 등 부동산 관련 금융투자 상품에 투자된 돈을 합한 것이다.

가계가 부동산담보대출, 주택연금 등으로 돈을 빌려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면서 10년 동안 부동산에 몰린 돈이 크게 늘었다. 가계가 부동산담보대출, 주택연금 등으로 빌린 돈(가계여신)은 2010년 461조9000억 원에서 올 1분기 1095조1000억 원으로 140% 늘었다. 같은 기간 부동산펀드, 리츠 등 금융투자 상품도 54조5000억 원에서 245조2000억 원으로 350% 늘었다. 이에 따라 전체 부동산 금융 익스포저에서 금융투자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6.2%에서 11.6%로 커졌다.

부동산 금융 익스포저 가운데 증권사 등 비은행 금융기관이 차지하는 비중도 올 1분기 41.6%로 10년 전(30.0%)보다 늘었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올 5월 내놓은 ‘자본시장 위험 분석 보고서’에서 비은행 중개 기능을 통해 이루어지는 부동산 금융의 증가를 자본시장 첫 번째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국내 증권사의 부동산 금융 익스포저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자기자본 대비 89.6%인 49조2000억 원으로 불어났다.

장 의원은 “부동산 금융은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거나 금리가 급상승하는 리스크가 발생하면 실물경제 위험의 뇌관이 될 수 있다”며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한 관리 감독이 상대적으로 느슨하다”고 지적했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부동산#금융#실물경제#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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