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지난 21일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을 찾아 면담한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맹비난했다.
허윤정 민주당 대변인은 21일 김 위원장이 정 본부장을 만난 직후 논평을 내고 “코로나 재확산의 중대 고비에서 코로나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질병관리본부를 굳이 지금 방문한 것이 과연 옳은 선택이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정 본부장에게 ‘정부가 방역에 성공한 것처럼 얘기하는데 왜 갑자기 이런 현상이 발발했냐’고 물었다고 한다”며 “1분 1초가 바쁜 정 본부장을 앉혀두고 훈계를 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질병관리본부는 방역의 최전선에서 국민의 안전을 위해 분초를 다투며 일하고 있다. 혹여나 방역 업무에 방해가 될까 대통령도 방문을 자제하고 국회 상임위에서도 출석 요구를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런데 공당의 대표가 질병관리본부를 방문한 것도 모자라 총괄 책임자의 시간까지 빼앗으며 면담을 했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후 민주당 각 의원들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 위원장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정청래 의원은 22일 페이스북에서 “정 본부장이 긴장감을 갖고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점을 고려해 문재인 대통령의 방문과 국회 상임위 출석요구도 자제하고 있다”며 “뜬금없는 방문은 전형적인 구태 정치”라고 비판했다.
이어 “코로나19에 전문적인 지식도 없고 방역체계에 대한 이해도 없는 사람이 대통령의 엄정한 법 집행 조치를 정 본부장 앞에서 마치 비난하듯이 훈장질한 것은 정말 무식하고 무례하기 짝이 없다”며 “질본 방문행태는 당이야 어떻게 되든 말든 ‘김종인의 셀프 대선 행보’”라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통합당과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일당이 그동안 정부 방역 활동에 방해한 점은 무엇인지 참회하고 그에 대해 사과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이원욱 의원도 “도둑이 몽둥이 들고 주인행세하고, 잘못한 분들이 권력으로 잘한 사람에게 훈계하는 격”이라며 “서울시·정부가 집회하면 위험하다고 그리 경고했는데도, 정치권 감염도 모자라 혹여나 대한민국 방역의 심장 질본까지 감염될까 두렵다”고 했다.
오기형 의원은 “정부가 방역망을 느슨하게 해서 발생한 것이라는 식의 정쟁도 시간 낭비”라며 “김 위원장도 질본이나 정부에 관해 주장하기 전에 ‘코로나 방역을 방해하는 행동을 그만두라’, ‘정부 방역 조치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라’ 등 적극적인 언명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최민희 전 의원은 “바쁜 정 본부장 붙들고 보고 받고 사진 찍고 훈수 두고”라며 “방역 지장 초래 책임을 물어야 하고 문 대통령이 이 시점 질본을 방문하지 않는 이유를 헤아려 보라”고 말했다.
이에 통합당은 “야당 대표를 향한 여당 전·현직 의원들의 독설은 정쟁 수준을 뛰어넘는, 심각한 인격 모독”이라고 반발했다.
윤희석 통합당 부대변인은 22일 논평을 통해 “김 위원장이 정 본부장과 면담하며 3단계 거리 두기를 앞당기자는 의견을 밝히는 등 충정 어린 조언을 했지만 이를 ‘도둑이 몽둥이 들고 주인 행세를 한다’는 등 한가하게 남 탓하며 정치 공세나 할 때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거듭된 질본의 경고에도 소모임 금지 해제, 여행 장려, 소비쿠폰 뿌리기를 강행한 것은 정부로, 정 본부장의 방역을 방해한 것은 정부”라며 “김 위원장의 질본 방문과 의견 제시가 여당에 많이 아팠던 모양이다. 여당의 협량과 무능력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덧붙였다.
통합당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 21일 오후 충북 청주 오송읍 질병관리본부에서 정 본부장과 비공개 면담을 갖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겪고 나서 보니 이것도 우리나라의 국방만큼이나 중요한 것 같다”며 “조만간 정부에 국가보건안전부를 새로 만드는 것을 요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맞다. 화재가 없더라도 소방서를 유지를 해야 한다”며 “대응훈련, 안전점검 등도 해야 돼서 평상시에 불이 안 난다고 소방서를 없애지 않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감염병을 안보나 안전의 문제로 지자체부터 탄탄하게 감염병 대응 인력과 조직을 갖추고 평상시에는 점검, 교육, 훈련을 해서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 대처가 됐으면 한다”고 답했다.
김 위원장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3단계로 격상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제시했다. 그러면서 “거기에 무슨 조건이 충족돼야 할 수 있다, 라고 얘기 하는데 그것도 너무 안이한 생각 아닌가”라고 하자 정 본부장은 “3단계까지 가는 것이 필요한지 매일 중대본회의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 부분도 유념해 계속 모니터링하겠다”고 답했다.
김 위원장은 또 “코로나 사태를 맞아서 제일 믿는 사람이 본부장이라고 사람들이 말한다. 그런데 본부장 말을 잘 안 듣는다. 정부도 그렇다”며 “(정 본부장이) 7월 말에 이미 2차 코로나 확산 경고를 한 것 같은데 정부는 거기에 반해서 당장의 성과만 너무 자랑하다 보니 일반 국민들이 마음을 놓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늘 여기 와서 질병관리본부의 방역지침에 대해서 저희 당은 물론이고, 전국민이 거기에 따르는 체제를 갖춰야하지 않느냐 하는 생각을 해서 본부장에게 실상을 정확히 알기 위해서 찾아왔다”며 “본부장은 다른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상황을 그대로 국민께 전달해주는 역할을 해주길 부탁드린다. 정치권에서 충분히 우려되는 부분을 방화벽을 쳐드리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정 본부장은 “열심히 소통하겠다”고 짧게 답했다.
김진하 동아닷컴 기자 jhji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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