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미국 주식시장의 독보적 시가총액 1위 기업이었던 에너지 대장주 엑손모빌이 1928년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다우지수) 편입 후 92년 만에 이 지수에서 제외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에너지업계 퇴조 및 미 산업구조 재편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우지수를 운영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은 24일 “31일부터 다우지수에서 엑손모빌, 제약사 화이자, 방산업체 레이시온 등 3개 기업을 빼고 클라우드 컴퓨팅 업체 세일즈포스, 바이오 제약사 암젠, 복합기업 허니웰을 포함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우지수는 주식회사 미국을 대표하는 30개 기업의 주가 평균을 통해 산출한다. 개별 기업의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하는 S&P지수와 달리 해당 기업의 주당 가격으로 작성한다. 이번 종목 변경은 애플이 지난달 말 발표한 액면분할의 여파로 이뤄졌다. 다우지수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시총 1위 기업 애플이 4 대 1 액면분할을 단행하면서 지수 내 정보기술(IT)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자 엑손모빌 대신 세일즈포스 같은 IT 회사를 추가한 것이다.
다우지수에 편입된 기업 중 최장수 기업이기도 한 엑손모빌의 전신은 1870년 석유왕 존 록펠러가 설립한 스탠더드오일이다. 2005년 2월 제너럴일렉트릭(GE)을 제치고 시총 1위 자리에 올라선 후 2011년 8월 애플에 시총 1위 자리를 내줬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첫 국무장관인 렉스 틸러슨 전 장관도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CEO) 출신일 정도로 정재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지난해 매출은 2560억 달러, 직원은 7만1000명이 넘는다.
엑손모빌 시총은 2007년 한때 5250억 달러에 달했지만 현재 3분의 1 수준인 1800억 달러로 쪼그라들었다. 애플 시총이 약 2조 달러인 것과 대조적이다. 엑손모빌의 퇴출로 다우지수에 포함된 30개 기업 중 에너지업체는 셰브론이 유일하다. 월가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사업의 호조 등으로 IT 기업의 비중 확대와 에너지 업체의 약세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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