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될 때마다 사상 최저치를 경신하며 0.8명대(2분기 기준)로 떨어진 ‘합계출산율’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에 더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합계출산율은 여성이 가임 기간에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다.
코로나19로 결혼 자체가 줄어든 데다 경제 상황이 악화돼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부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매년 수십조 원을 쏟아붓는 저출산 정책을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이 26일 발표한 ‘6월 인구동향’에서 2분기 혼인 건수가 1년 전보다 16.4% 급감한 것은 코로나19가 확산되며 결혼을 미루거나 취소한 예비부부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일반 혼인율(15세 이상 남녀 1000명당 혼인 건수) 기준으로 결혼 적령기인 30대 초반(30∼34세) 남자와 20대 후반(25∼29세) 여자에서 결혼이 가장 많이 줄었다.
2분기 합계출산율 0.84명은 올해 1분기(1∼3월)의 0.90명은 물론이고 지난해 4분기(0.85명)보다 낮았다. 시도별로는 서울이 0.64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고, 공무원이 많은 세종이 1.25명으로 가장 높았다. 합계출산율은 통상 1분기에 가장 높고 4분기에 가장 낮은 경향을 보인다. 이를 고려하면 올해 전체 합계출산율도 사상 처음으로 0.8명대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합계출산율은 2018년 처음으로 1명대가 무너졌고 지난해는 0.92명으로 역대 최저였다. 합계출산율이 0명대로 떨어진 국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한국이 유일하다.
지난해 통계청은 합계출산율이 2021년 0.86명으로 바닥을 찍은 뒤 이듬해부터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출산율 하락 기간이 정부 예측보다 더 길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 여파로 출산 공백이 커져 ‘코로나 갭 세대’가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통계청 관계자는 “2012년 이후 줄어든 혼인 건수는 최근 4년간 감소 폭이 더 커졌고 출산율 감소는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충격이 더해져 연말부터 출산율이 예상보다 더 크게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2011년부터 10년간 209조 원 규모의 막대한 복지 예산을 투입해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겠다고 나섰지만 상황은 더 나빠지고 있어 저출산 정책의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저출산 문제를 복지 이슈로 볼 게 아니라 경쟁이 심화된 사회 풍토, 악화된 취업난 등 복합적인 요인을 고려해 관련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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