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개월간 여러 차례 심리 상담 지원 요청했지만 답 못 받아”
외교부 “심리 상담 지원 여건 안 돼”
뉴질랜드 주재 한국 대사관에서 발생한 외교관 A 씨의 성추행 혐의 사건의 피해자 측이 외교부로부터 수개월째 정신적 피해 회복을 위한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외교부는 “지원을 위한 여건이 어렵다”고 밝혔다.
성추행 피해자 측 대리인인 인권활동가 루이스 니컬러스 씨는 27일 동아일보에 “피해자가 수개월 동안 여러 차례 한국 대사관에 심리 상담 지원을 요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피해자가 아직도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건강이 좋지 않다”며“피해자가 아직 대사관 직원인 만큼 더 (상황이) 악화되기 전에 심리 상담을 제공해 달라”고 한국 정부에 요구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해외 공관 근무자에게 별도의 심리 상담 지원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된다”고 해명했다. 외부 기관을 통한 지원 가능성에 대해서는 “각 직원의 계약 내용에 따라 제공 가능 여부가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A 씨는 주뉴질랜드 한국대사관에서 근무하던 2017년 11~12월 사무실과 엘리베이터 등에서 피해자의 신체를 3차례에 걸쳐 만지는 등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건이 한-뉴질랜드 정상 통화에서 항의를 받을 만큼 엄중한 사안인데도 외교부가 피해를 인정하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경화 장관은 2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피해자의 말이 맞는지 검토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며 “(피해자에게) 이 자리에서 사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장윤미 여성변호사회 변호사는 “외교부가 피해자에게 상담을 지원하면 잘못을 인정하는 것 같은 메시지를 줄까봐 우려하는 것 같다. 외교적으로 특수한 상황임을 고려해 사과는 아니더라도 피해 회복을 위한 성의를 보이는 게 도리”라고 지적했다.
니컬러스 씨는 “해당 직원의 진술이 계속 바뀌었다”는 외교부 설명에 정면 반박했다. 그는 “2018년 1월 A 씨가 피해자 몸 여러 군데를 만졌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서면 진술서를 보냈다. 피해자 진술도 일치했고 이후 말을 바꾼 적이 없다”고 했다. 또 “한국 정부가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A 씨가 뉴질랜드로 와 정의가 구현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외교부는 성추행 피해자와 2차 사인(私人) 간 중재 검토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달 초 해당 직원이 사인 간 중재 의사를 전달해와 수용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 초 4개월 동안 진행된 1차 중재가 이미 결렬된 만큼 진전된 합의 내용이 나올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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