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가 북한 기업의 한국 내 영리활동을 가능하게 하고 한국 기업의 북한 내 사무소 설치 등을 허용하는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을 27일 입법 예고했다. 개정 추진 초기 미국 주도의 대북 제재에 저촉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통일부는 수정 없이 입법을 강행키로 했다. 단순 접촉일 경우 신고 없이도 북한 주민을 만날 수 있도록 하려던 대북 접촉 절차 간소화 방침은 일단 보류했지만, 상황을 봐가며 다시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통일부가 이날 공개한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은 ‘경제협력사업(제17조의 3)’ 조항을 신설해 남북 경협의 범위를 구체화했다. 한국과 북한 기업이 한국이나 북한, 제3지역에서 공동 또는 독자적으로 영리활동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 특히 북한 기업이 한국의 주식과 부동산, 저작권 등을 소유할 수 있는 길도 열었다.
하지만 이는 북한과 신규 합작사업 및 투자를 금지한 2017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안 2371호를 위반할 수 있다. 외교부도 법률안 검토 과정에서 안보리 대북 제재가 금지한 합작으로 간주되거나 금융 거래 금지 규정 등을 어길 소지가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지만 통일부는 기존 방침을 고수했다. 통일부는 “추상적 법률만으로 제재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고 현행법에도 제재를 감안한 규정이 있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남북 교류협력 때 대북 제재의 국제 공조에서 이탈할 우려가 있으니 개정안에 ‘대북 제재 고려’ 조항을 넣자는 견해도 제기됐지만 제재는 남북 교류협력 절차와 내용을 규율하는 국내법의 내용으로 삼을 게 아니라고 판단해 포함시키지 않았다”고도 밝혔다.
북한 측과 거래하는 법인이나 단체의 사무소를 북한에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개정안에 포함됐다. 외교부는 북한 사무소 설치 역시 대북 제재에 저촉될 우려가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다만 통일부는 북한 주민과 단순한 접촉은 아예 신고하지 않아도 되고 남북 교류협력 사업을 목적으로 만날 때는 허가 없이 신고만 하면 되도록 하는 내용을 교류협력 개정안에 반영하려던 계획을 일단 유보했다. 5월 이런 방침을 처음 공개한 뒤 친북세력 활동에 무방비가 되는 등 대북 경계망이 느슨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돼 왔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대화와 협력의 동반자인 동시에 반국가단체라는 이중적 지위에 있는 이상 아직은 이를 제도적으로 균형 있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간소화가 빠져 개정안의 핵심이 빠졌다는) 비판을 달게 받겠다”며 “향후 남북관계를 봐가면서 재검토를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당초 추진하려던 안에서 일단 한발 물러선 데는 이인영 장관 취임 이후 한 달간 물물교환 등 남북 협력에서 속도를 내려다 사업 추진 대상이 대북 제재 대상으로 드러나 제동이 걸린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은 “대북 제재와 연관될 수 있는 입법을 무리하게 추진하면 국내 여론이 악화될 수 있다”며 “정부의 협력 요청에 전혀 호응을 보이지 않는 북한 상황도 종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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