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자민당 총재 선거 출마…‘포스트 아베’ 경쟁에 불붙여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30일 18시 19분


일본 정부 대변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13일 마스크를 착용한 채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NHK 캡처) © 뉴스1
일본 정부 대변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13일 마스크를 착용한 채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NHK 캡처) © 뉴스1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2인자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차기 자민당 총재 선거에 나서기로 하면서 ‘포스트 아베’ 경쟁에 불이 붙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선출 방식을 관철시키기 위한 후보자 간의 갈등도 시작됐다.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스가 관방장관은 29일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자민당 간사장을 만나 총재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자민당 총재인 아베 총리는 28일 사퇴 의사를 밝혔고, 의원내각제인 일본에서는 집권 자민당 총재가 곧 총리로 선출된다.

스가 관방장관은 최근까지 자신의 출마 가능성에 관해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베 총리의 갑작스러운 사퇴 발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고 있는 비상시국으로 인해 위기감을 느낀 자민당 의원들이 스가 관방장관 등판을 요청했다. 한국의 대통령 비서실장과 대변인을 겸하는 관방장관이 총재 선거에 나서면서 스가 장관에게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지지통신은 당내 2대 파벌인 아소파(의원수 54명)을 이끄는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도 주변에 “스가가 (차기 총리로서) 가장 안정감이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3번째로 큰 다케시타파(54명)의 간부도 “다음은 스가”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스가 장관은 무파벌이지만 그를 따르는 이른바 ‘스가 그룹’ 의원이 약 30명 있다.

이에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자민당 정무조사(정조)회장,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 고노 다로(河野太郞) 방위상 등 다른 유력 후보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히 아베 총리가 애초에 후계자로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진 기시다 회장은 타격이 크다. 아베 총리가 속해 있는 최대 파벌인 호소다파(98명)와 아소파가 자신을 지지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이들이 스가 장관을 지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내 의원 기반이 취약한 반면 당원 및 지방 지지층이 튼튼한 이시바 전 간사장은 총재 선출 방식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자민당 총재 선거는 소속 국회의원과 당원이 각각 동수의 394표를 행사하는 방식으로 실시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긴급한 경우에는 의원(394표)과 47개 광역지자체 대표(141표)만 참가하는 중·참의원 총회를 통해 약식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다. NHK는 “(선출 방식 결정을 위임받은) 니카이 간사장이 당원 투표를 생략하고 9월 13~15일을 축으로 양원 총회를 열어 새 총재를 뽑는 방향으로 조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자 이시바파의 한 중의원이 ‘밀실정치’라고 비판했다고 아사히신문이 30일 보도했다. 젊은 의원들은 당원 투표를 포함하는 정식 선거로 총재를 선출할 것을 요구하는 서명을 받아 집행부에 제출하기로 했다. 자민당은 9월 1일 총무회에서 총재 선출 방식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주목을 끄는 인물은 자민당 2인자인 니카이 간사장이다. 니카이파(47명)의 수장이기도 한 그는 이번 선거에서 ‘킹 메이커’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회장과 이시바 전 간사장이 최근 잇따라 니카이 간사장을 만나며 지원을 호소했다. 니카이 간사장은 6, 7월 스가 관방장관과 식사하면서 “다음 총리는 어떤가. 한다면 응원하겠다”고 의중을 떠봤고, 스가는 “고맙다”며 거부하지 않았다고 요미우리신문이 전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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