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자 스가, 입장 바꿔 ‘총리 선거’ 등판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31일 03시 00분


일본 ‘포스트 아베’ 경쟁 불붙어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2인자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차기 자민당 총재 선거에 나서기로 하면서 ‘포스트 아베’ 경쟁에 불이 붙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선출 방식을 관철시키기 위한 후보자 간의 신경전도 시작됐다.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스가 관방장관은 29일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자민당 간사장을 만나 총재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에서는 집권 자민당 총재가 곧 총리로 선출된다.

스가 장관은 최근까지 자신의 출마 가능성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베 총리의 갑작스러운 사퇴 발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고 있는 비상시국으로 인해 위기감을 느낀 자민당 의원들이 스가 장관 등판을 요청했다. 행정부 내 2인자인 관방장관이 총재 선거에 뛰어들면서 스가 장관에게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지지통신은 당내 2대 파벌인 아소파(의원 수 54명)를 이끄는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가 주변에 “스가가 (차기 총리로서) 가장 안정감이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2대 파벌인 다케시타파(54명)의 간부도 “다음은 스가”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자민당 정무조사(정조)회장,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 고노 다로(河野太郞) 방위상 등 다른 유력 후보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히 아베 총리가 당초 후계자로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진 기시다 정조회장은 타격이 크다. 아베 총리가 속한 최대 파벌인 호소다파(98명)와 아소파가 자신을 지지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이들이 스가 장관을 지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내 의원 기반이 취약한 반면 당원 및 지방 지지층이 튼튼한 이시바 전 간사장은 총재 선출 방식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자민당 총재 선거는 소속 국회의원과 당원이 각각 동수의 394표를 행사하는 방식으로 실시하는 것이 원칙이다. 당원 투표는 약 100만 명의 당원을 대상으로 실시하며 그 결과를 394표로 환산한다.

이 방식은 이시바 전 간사장에게 유리하다. 아베 총리가 사의를 표명한 이후인 29, 30일 교도통신이 조사한 여론조사에서 총리 후임으로 이시바 전 간사장이 34.3%의 지지를 얻어 압도적 1위였다. 이어 스가 장관(14.3%), 고노 방위상(13.6%),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 환경상(10.1%), 기시다 정조회장(7.5%) 등의 순이었다.

하지만 긴급한 경우에는 의원(394표)과 47개 광역지자체 대표(141표)만 참가하는 중·참의원 총회를 통해 약식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다. NHK는 “(선출 방식 결정을 위임받은) 니카이 간사장이 당원 투표를 생략하고 9월 13∼15일 중 양원 총회를 열어 새 총재를 뽑는 방향으로 조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자민당 내 ‘이시바파’ 의원은 19명에 불과하다.

그러자 이시바 전 간사장은 “민주주의에 어긋나는 방식”이라고 30일 기자들에게 밝혔다. 이시바파의 한 중의원 의원은 ‘밀실정치’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자민당은 9월 1일 총무회에서 총재 선출 방식을 확정할 예정이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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