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BTS)이 한국 가수 최초로 미국 빌보드 싱글차트 정상에 오른 바로 다음 날,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기업공개(IPO)를 통해 최대 1조 원에 육박하는 자금을 조달하겠다고 밝혔다. BTS의 쾌거에 빅히트 몸값도 더 뛰고 있어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의 청약 열풍을 뛰어넘을지 관심이 쏠린다.
빅히트는 K팝과 세계 음악사를 새로 쓰고 있는 BTS의 성공 외에도 기존 엔터테인먼트 기업들과 차별화된 길을 가며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전통 엔터 산업에 정보기술(IT)을 접목해 자체 플랫폼을 구축한 것은 물론이고 공연 제작, 지식재산권(IP)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종합 콘텐츠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 빅히트, 다음 달 증시 입성
빅히트는 2일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다음 달 코스피에 상장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희망 공모가격은 10만5000~13만5000원. 빅히트는 IPO를 통해 7487억~9626억 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상장 후 시가총액은 3조5539억~4조4592억 원으로 전망된다. 이달 28일 공모가를 확정해 다음 달 5, 6일 일반인 대상 청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올 상반기(1~6월) 빅히트의 영업이익은 497억 원이었다. 국내 상장 ‘엔터 3사’인 SM, YG, JYP의 영업이익 총합(370억 원)보다 34.2% 많았다.
빅히트의 강점은 단연 BTS다. 빅히트에서 BTS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지난해 97.4%, 올 상반기 87.7%였다. BTS 의존도가 높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빅히트는 걸그룹 ‘여자친구’ 소속사 쏘스뮤직, 보이그룹 ‘세븐틴’ 소속사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를 잇달아 인수하며 외연을 키우고 있다. 올 하반기(7~12월)와 2022년엔 새로운 보이그룹이, 내년엔 걸그룹이 데뷔를 앞두고 있다. 김현용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다른 기획사를 인수한 결과 음반 및 투어에서 BTS 의존도가 내년부터 60%대까지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자체 플랫폼, 종합 콘텐츠로 승부
빅히트가 다른 엔터 기업들과 차별화되는 점은 전통 엔터 산업에 IT를 접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팬 커뮤니티 공간인 ‘위버스’와 한정판 굿즈(상품)를 판매하는 ‘위버스샵’ 등을 만든 것이 대표적이다.
미국 경제매체 패스트컴퍼니는 3월 빅히트를 올해 가장 혁신적인 기업 4위에 선정하며 그 이유로 ‘위버스’를 꼽았다. 빅히트가 6월 진행한 온라인 유료 콘서트 ‘방방콘 더라이브’는 위버스로 공개돼 전 세계 75만6000여 명이 봤다. 초대형 오프라인 콘서트 10회 정도의 성과다. 다른 기획사들이 네이버 플랫폼 등을 이용해 온라인 콘서트를 열 때 빅히트는 자체 플랫폼으로 수익을 고스란히 가져갔다.
빅히트는 최근 IP 사업도 강화하고 있다. 방탄소년단 캐릭터 ‘타이니탄’에 이어 BTS를 주제로 한 소설, 한국어 교재도 내놓았다. 관련 드라마와 영화, 게임도 제작 중이다. 윤석준 빅히트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기업설명회에서 “초기엔 아티스트가 직접 참여해 얻는 수입이 80%였다. 하지만 지난해 파생 콘텐츠 수익 비중이 45.4%로 늘었다”고 했다. 지난해 매출의 12.5%가 위버스 플랫폼에서, 9.2%가 공연 제작과 IP에서 나왔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빅히트는 아티스트에서 발생하는 각종 수입을 자회사를 통해 운영하며 수익을 내재화하는 것도 강점”이라며 “플랫폼, IP 등으로 사업을 다변화하며 콘텐츠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 BTS 멤버 1인당 92억 원어치 주식 보유
BTS는 빅히트 상장과 함께 보유한 주식 가치가 100억 원대에 이르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빅히트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최대주주인 방시혁 의장은 지난달 3일 방탄소년단 멤버 7명에게 총 47만8695주를 증여했다. 멤버 1인당 빅히트 주식 6만8385주를 갖게 됐다.
최근 공모주 투자 열기를 감안해 빅히트 공모가격이 희망 범위 최상단인 13만5000원으로 결정된다고 가정하면 BTS 멤버 1인당 92억3197만 원어치의 주식을 보유하게 된다. 만약 SK바이오팜처럼 상장 첫날 ‘따상’(상장 당일 시초가가 공모가의 두 배로 오른 뒤 상한가까지 상승)을 달성하면 주식 가치는 1인당 약 240억 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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