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연휴 끝나면 확진자 증가… 명절 땐 이동량 특히 많아 걱정
中, 춘제 이틀전 도시 봉쇄하기도
‘5073만 건.’
통계청이 국내 한 이동통신사 가입자 정보를 바탕으로 올해 설 당일이던 1월 25일 국민이동량을 집계한 수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일일 이동량이 가장 많았던 5월 황금 연휴 기간(5월 2일)보다 약 1000만 건이 더 많았다. 다가오는 추석(10월 1일) 연휴를 앞두고 방역당국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이동량은 이동통신사 가입자가 거주지가 아닌 다른 시군구를 방문해 30분 이상 머문 경우를 1건으로 계산한다.
8월 중순 이후 코로나19 2차 대유행으로 확진자가 크게 늘어 방역당국은 추석 연휴 기간 국민들의 대이동을 걱정하고 있다. 연휴 기간이 끝난 뒤엔 대개 확진자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부처님오신날인 4월 30일부터 어린이날인 5월 5일까지의 황금 연휴가 대표적이다. 당시 정부는 연휴를 앞두고 한 달 반가량 이어지던 사회적 거리 두기를 완화해 생활 속 거리 두기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는데 연휴 전인 4월 25일 3540만 건이던 일일 이동량이 5월 2일엔 4163만 건까지 늘었다.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한 자릿수이던 확진자 수는 약 일주일 뒤인 5월 8일부터 두 자릿수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정부가 지난달 1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면서 3일을 쉬게 된 15∼17일 연휴 때도 마찬가지였다. 8월 15일 하루 이동량은 4074만 건으로 1주일 전보다 15.1%(536만 건)나 많았다. 이후 정세균 국무총리는 “(임시공휴일 지정이) 결과적으로 방역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5월 연휴 기간과 8월 여름 휴가 기간 이후 환자들이 증가하는 추세가 있었기 때문에 추석 전까지 확진자 수를 최대한 안정화시키는 것이 목표”라며 “추석 연휴 기간을 거쳐 확진자가 증가하지 않도록 추석 방역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추석 연휴 기간에 이동을 제한하는 등의 강화된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달 23일 허윤정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추석 때 전면적 이동을 허용할 것이냐의 문제까지 지금은 더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최근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있어 추석 명절의 열차 좌석 예매 등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해외에서는 이미 이동제한 조치가 내려진 바 있다. 올 3∼5월 이탈리아와 스페인,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고강도 봉쇄를 선택했다. 중국도 민족 명절 ‘춘제(春節)’를 이틀 앞둔 1월 23일부터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를 76일간 봉쇄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당장 지금부터라도 ‘이번 추석만큼은 고향 방문을 자제해 달라’는 메시지를 담은 캠페인을 벌일 필요가 있다”며 “지금의 상황에서는 ‘부모를 찾아뵙지 못해도 죄송한 일이 아니다’라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