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10위가 대주주 또는 기업인 출신…전봉민, 한무경, 이상직 순
●상위 10위 빼면 김은혜, 신원식, 허은아 순
●국회의원들은 ‘동학개미’와 다른 투자 패턴
21대 국회 신규 재산등록 국회의원 175명 중 보유 증권이 1억 원이 넘는 의원은 총 28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주간동아’가 국회공직자윤리위원회가 8월 28일 발표한 ‘신규 재산등록 의원 175명의 증권 보유 현황’을 분석한 결과 증권 보유자 79명 중 신고액이 1억 원을 초과한 의원은 총 28명이다(표 참조). 이 중 국민의힘(옛 미래통합당) 의원이 18명으로 가장 많았고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의원과 무소속 의원이 각각 9명, 1명이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국회의원 본인 및 배우자, 직계존·비속이 재산 공개 대상이다. 이번 조사는 5월 30일을 기준으로 산정됐다.
증권 총액을 정당별로 보면 국민의힘 의원들이 보유한 증권은 모두 1520억1866만 원으로, 민주당 의원들이 보유한 증권 총액(238억1000만 원)보다 6.38배 많다. 증권 총액 기준 상위 10위는 모두 비상장주식 보유자로 기업을 경영했거나 대주주 출신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
상위그룹은 비상장주로 입성한 초선들
신규 재산등록자 중 증권 부자 1위는 국민의힘 전봉민 의원으로, 총 858억7313만 원어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전 의원은 전광수 이진종합건설 회장의 아들로, 본인이 대표이사를 지냈던 비상장사 이진주택과 동수토건의 주식을 각각 1만 주, 6만8300주 갖고 있다. 각 회사에 대한 전 의원의 지분율은 33.3%와 37.51%에 달한다.
증권 총액 2위는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이 차지했다. 한 의원은 효림산업을 창업한 여성 기업인 출신으로,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제8대 회장을 지냈다. 한 의원이 소유한 비상장주식은 효림산업 86400주 등 총 327억3052만 원어치다.
3위는 민주당 이상직 의원. 이스타홀딩스 주식 168억5086만 원어치를 신고했다. 이 의원은 이스타항공 창업주로, 두 자녀가 이스타항공 모기업인 이스타홀딩스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이 의원은 이스타항공 자녀 편법 증여 논란이 일자 6월 29일 기자회견을 통해 “두 자녀가 가진 이스타홀딩스 지분 100%를 이스타항공에 헌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다만 이 의원이 해당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가운데 이스타항공 측이 매각을 위해 700명을 정리해고하겠다는 입장까지 밝히자 이스타항공조종사노조는 9월 3일 국회 앞에서 이 의원과 사측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의원에 이어 △국민의힘 백종헌 의원(86억4275만 원)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80억5250만 원)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47억1037만 원) △민주당 문진석 의원(43억1239만 원)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41억3802만 원) △국민의힘 이영 의원(20억8466만 원) △국민의힘 윤주경 의원(19억1108만 원)이 차례로 증권 보유 신고액 상위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가 기업을 경영했거나 대주주 출신으로 비상장주식을 다량으로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올해는 공직자 재산 신고 중 비상장주식 신고 산식이 액면가에서 실거래가 혹은 주당 당기순이익가치 60%와 주당 순자산가치 40%를 더한 값으로 바뀌면서 이들이 4월 총선을 앞두고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한 금액보다 훨씬 높아졌다.
전봉민, 한무경, 이상직 의원 외에도 백종헌 의원은 비철금속업체 백산금속 대표를, 이주환 의원은 서호도시개발 대표를 지냈다. 조명희 의원은 지리정보시스템 전문업체 지오씨엔아이 창업주로 보유 주식 대부분이 지오씨엔아이 주식이다. 또한 문진석 의원은 건설폐기물 처리업체 세창이엔텍 대표를, 강기윤 의원은 일진금속 대표를, 이영 의원은 보안 전문업체 테르텐 대표를, 윤주경 의원은 광고회사 대지에서 이사를 지냈다.
기업인의 정치 입문은 기업 경험을 토대로 경제개혁 입법 활동에서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측면이 있다. 하지만 자칫 ‘정경유착’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 특히 국회의원 직무와 특정 기업 간 이해충돌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도 크다. 일각에서는 21대 국회에 기업자 출신이 대거 유입된 것과 관련해 자칫 금권정치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치개혁위원장인 엄기홍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경제적으로 안정된 상황이어야 (금전적 유혹에 덜 휘둘려) 가치 중심의 정치를 할 수 있다. 다만 점점 상류층을 중심으로 정치가 이뤄지니 소시민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문제도 생긴다”며 “연구 결과 국회의원은 같은 임금을 받는 시민보다 재산 축적이 훨씬 가파르다는 점 때문에 권력에 의한 부정행위를 의심받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직무관련성이 있는 주식은 의원 스스로 알아서 처분하고, 국회나 정당은 의원들이 암암리에 특정 기업의 사외이사로 활동하지는 않는지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문진석 의원은 세창이엔텍 주식 43억 원어치(7만5010주)를 보유해 이해충돌 논란에 휩싸였다. 문 의원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이라는 점 때문에 더욱 그렇다. 4월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세창이엔텍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문 의원은 지분율 15%로 3대 주주다. 문 의원은 해당 주식의 보유 문제를 두고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에 심사를 의뢰한 상태다. 공직자윤리법상 국회의원 본인 및 배우자, 직계존·비속의 보유 주식이 3000만 원을 초과할 경우 매각하거나 백지신탁을 해야 한다. 다만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 심사를 통해 직무관련성 없음을 판정받으면 기존대로 보유가 가능하다.
직무관련성 도마 오르자 매각 행렬
문 의원 외에도 다수 의원이 앞으로 보유 주식을 팔거나 백지신탁을 의뢰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직자윤리법상 직무관련성이 있는 주식을 매각 또는 백지신탁하지 않으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신규 재산등록 이후 민주당 양향자 의원은 삼성전자 주식을 전량 매각했다. 민주당 송재호 의원, 이형석 의원, 홍성국 의원 등도 보유 주식을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21대 국회에서 송 의원과 홍 의원은 정무위원회에 배치됐고 양 의원은 기획재정위원회, 이 의원은 행정안전위원회를 배정받았다.
주간동아 취재 결과 민주당 허종식 의원도 보유 주식을 전량 매각할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소속된 허 의원이 신고한 주식 중 절반가량은 제약·바이오사 주식으로 가족이 보유하고 있다. 보건복지위원회는 바이오 육성 및 의약품 허가권을 쥔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대해 국정감사를 실시한다. 허 의원은 “주식 적격 심사를 통해 보유한 주식 전체를 10월 5일까지 매각하라는 통지를 받았고, 이를 수용해 조만간 전량을 매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동학개미와 ‘클래스’가 다른 투자 패턴
비상장사 대주주나 기업인으로 활동했던 국회의원들이 증권 보유액 상위 10위까지 석권한 가운데 LG이노텍 등 여러 상장주 종목을 보유한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이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양향자 의원이 본인과 배우자가 갖고 있던 삼성전자 주식 2만7100주를 전량 매각하면서 증권 보유액이 대폭 줄어들었기 때문에 김 의원의 증권 보유액이 양 의원을 뛰어넘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상위 10위권 국회의원들이 비상장주식을 대거 보유한 반면, 나머지 의원들은 상장주식을 주로 보유하고 있다. 대다수가 대형·우량주와 제약·바이오주로, 최근 주가 상승 덕을 봤을 공산이 크다. 국내 대장주인 삼성전자 외에도 제넥신, 헬릭스미스, 메지온, 일양약품 등 제약·바이오주가 국회의원들이 사들인 주식들이다. 상장주식 위주로 투자한 14명 의원(표 참조) 중 6명이 제약·바이오주를 주요 종목으로 보유하고 있다.
제약·바이오주에 가장 많이 투자한 사람은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이다. 본인뿐 아니라 배우자와 자녀가 바이오기업 헬릭스미스 주식을 7억3000여만 원어치 보유한 것으로 신고했다. 전체 신고 재산이 14억9000여만 원임을 고려할 때 재산의 절반가량을 바이오주식에 투자한 셈이다. 신 의원은 당시 주가를 6만2600 원으로 신고했으나 헬릭스미스 주가는 6월 초부터 하락세가 이어져 9월 3일 종가 기준 4만8050원까지 떨어졌다. 주식을 처분하지 않았을 경우 석 달 새 1억3000여만 원 손해를 봤을 것으로 추정된다.
21대 국회 신규 재산등록 국회의원들의 주식 보유 현황은 동학개미의 투자 패턴과도 달랐다. 올해 국내 증시 주도 주는 ‘BBIG7’으로 불리는 7개 종목이다. BBIG는 바이오(Bio), 2차전지(Battery), 인터넷(Internet), 게임(Game) 등 4개 부문의 앞 글자를 딴 것으로, 해당 부문의 7개 주요 종목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LG화학 △삼성SDI △네이버 △카카오 △엔씨소프트가 BBIG7에 속한다. 동학개미들의 BBIG7 매수 행렬은 지금까지 이어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8월 유가증권 개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중 4개 종목(LG화학, 카카오, 삼성SDI, 네이버)이 BBIG7이었다. 3월 1400선에 머물렀던 코스피가 9월 3일 2400선을 돌파한 배후에도 BBIG7이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같은 기간 이 종목들은 대부분 2배 이상 뛰었다.
하지만 주식 보유액 1억 원 이상인 28명 국회의원 중 BBIG7 주식을 다량 보유한 의원은 없다. △국민의힘 유상범(셀트리온 78주) △민주당 정일영(셀트리온 10주) △민주당 양향자(LG화학 24주) △무소속 양정숙(삼성SDI 10주) 의원이 10주 이상 보유할 뿐이다. 주식 보유액 순위 30위(7471만 원)에 해당하는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이 삼성SDI 주식을 62주 가진 것으로 신고했다.
한편 재산 신고일 당시 셀트리온 주식 546주를 보유한 것으로 신고했던 민주당 김주영 의원은 7월 22일 해당 주를 전량 매각했다고 재신고했다. 셀트리온은 종가 기준으로 6월 1일부터 7월 22일 사이에 주가가 9만4000원 올랐다. 같은 기간 546주를 보유했을 경우 5100만 원가량 차익을 얻었을 것으로 보인다.
BBIG7 주식 보유량이 많지 않은 것으로 보아 주식 총액 상위 28위 이내 국회의원은 올해 주식투자에 뛰어들었다기보다 예전부터 장기투자를 해왔을 개연성이 높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BBIG7 주식을 상대적으로 적게 들고 있다는 건 올해 주식시장에 신규로 들어온 경우가 아닐 공산이 크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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