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가 불안한 2030, 온라인 ‘점’에 빠지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8일 03시 00분


“코로나로 취업-직장-이직 걱정 태산”
유튜브서 타로카드 고르며 집중
부자사주-운 바뀌는 타이밍 등
사주풀이는 주제별 콘텐츠 인기

《“올해 제가 공무원 시험에 붙을 운인가요? 아니면 포기하고 취업 준비를 해야 할까요?” 용하다는 점집이나 사주카페에서 들을 법한 이 질문은 사실 ‘온라인 점집’에서 나온 것이다. 고민 있는 이들은 요즘 이곳 댓글창에 사연을 털어놓으며 미래를 점쳐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오프라인 점집을 찾기 불안한 ‘2030’들은 유튜브에서 타로카드나 사주로 운세를 알아봐 준다는 콘텐츠를 즐겨 찾는다. ‘유튜브 점(占)성시대’다.》

특정 개인의 선택이나 생년월일에 따라 달라진다는 운세를 불특정 다수가 보는 온라인에서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개인이 선택한 카드를 기반으로 진행하는 타로 콘텐츠의 경우 ‘제너럴 리딩(general reading)’ 방식을 택한다. 타로 마스터인 유튜버가 시청자를 대신해 묶음별로 카드를 선택하거나, 카드를 다양한 경우의 수에 따라 차례대로 풀이하는 방식이다.

시청자는 마음속으로 선택한 카드를 떠올린 뒤 해당 풀이를 들으면 된다. 이 때문에 종종 “1번 3:01” “2번 5:08” “3번 8:42” 같은 정체불명의 수식이 댓글에 등장한다. 자신이 선택한 카드 풀이를 빠르게 볼 수 있도록 해당 운세 풀이가 시작하는 영상의 시간을 기록한 일종의 바로가기 문구다. 1번 카드 묶음을 선택했다면 영상 시작 3분 1초 지점부터 보면 된다는 얘기다. 운세 풀이는 “9월 첫째 주에는 주로 집에 머물라” “주변 사람의 일신에 조만간 변화가 있을 것”같이 오프라인 점집과 별 차이가 없다.

태어난 연월일시(年月日時)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주풀이는 ‘태어난 월로 알아보는 내 성격 및 사주 특징’ ‘운이 바뀌는 타이밍’ ‘내 사주 활용법’ ‘부자들 사주에서 발견되는 공통점’ 등 주제별 콘텐츠가 인기다.

엄밀히 말해 온라인 점집 콘텐츠는 무료다. 그렇다고 ‘재능 기부’만 하며 점을 봐주는 건 아니다. 복채는 시청자가 클릭하는 ‘구독’과 ‘좋아요’가 대신한다. 인기 타로카드 유튜브 채널 ‘호랑타로’의 경우 구독자 41만 명, ‘타로마스터정회도’ 채널도 구독자 10만 명 이상이어서 이에 해당하는 ‘복채’를 받는다. 일부 시청자는 별도 복채를 후원 형태로 유튜버에게 송금한다.

코로나19가 유행하며 청년 대상의 콘텐츠 주제도 변화하고 있다. 올 초까지는 연애나 결혼 재회 등 애정 관련 운세 콘텐츠 일변도였다면 최근에는 취업 직장 이직 시험 고시 등에 대한 운세풀이 수요가 늘었다. 한 사주풀이 전문가는 “온라인 운세풀이를 찾는 2030 사이에서 그동안 제1의 화두가 연애, 결혼이었다면 최근 취업, 직종 변화에 대한 문의가 많아졌다”고 했다. 그동안은 장난 반의 심정으로 봤다면 이제는 미래에 대한 실질적인 불안이 작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 타로 채널은 ‘코로나 이후 바뀔 운의 흐름’이라는 콘텐츠를 올렸다.

콘텐츠의 댓글창은 일종의 부적이자 메모장이다. 구독자들은 ‘최종 면접 앞두고 있는데 타로 결과대로 꼭 합격하게 해주세요!’ ‘어떻게 제 맘과 똑같은 카드가 나왔을까요. ㅠㅠ 잘 해결되기를!’ 같은 바람을 적는다. 영상을 반복해 보면서 유튜버 설명을 그대로 댓글창에 옮겨 적고는 불안할 때마다 찾아보며 위안을 받기도 한다. 유튜브 점집만의 매력이다.

타로마스터 정회도 씨는 “10년 넘게 활동하며 지금처럼 사업, 취직이 힘들다는 말을 들은 때가 없었다. 최대한 긍정적으로 설명하며 코로나19로 지친 이들에게 위안을 주려 한다”고 말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유튜브#온라인 타로점#온라인 점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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