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본격 확산 2월이후 5개월간
직원 있는 자영업자는 11만명 줄어 매출 직격탄 맞자 직원부터 해고
“폐업 안하는 대신 1인업소 전환… 고용 취약계층 더 큰 타격” 지적
서울 서초구에서 조그마한 삼겹살 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이모 씨(47)는 4일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주방 담당 직원 1명을 내보냈다. 6년 전 가게를 시작했을 때부터 함께했던 직원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되기 이전인 올해 초만 해도 4명의 직원과 함께했던 가게였다. 8일 낮 직장인을 위한 점심 메뉴인 돼지고기김치찌개 냄새로 가득했어야 할 식당에는 이 씨 혼자 우두커니 홀에 앉아 있었다. 이 씨는 “가족과 다름없었던 직원에게 그만 나와 달라고 사정했던 순간이 떠올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했다.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고용 없는 자영업자가 급속히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했던 직원을 해고하는 경우가 많고, 창업을 하더라도 운영 부담 때문에 1인 창업에 나서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지역경제의 모세혈관에 비유되는 자영업자들의 경영 환경이 악화되면서 개인사업체의 일자리도 크게 줄고 있는 것이다. 자영업자는 이 씨같이 법인화되지 않은 개인사업체를 소유하며 직접 경영하는 사람을 뜻한다. 법인사업체의 대표자는 자영업자가 아니다.
동아일보가 8일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자영업자 가운데 한 사람 이상의 유급 직원을 둔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수는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이전인 올해 2월 145만9000명이었다. 이후 3월 139만8000명, 4월 138만8000명, 5월 138만4000명, 6월 136만3000명 등 매달 꾸준히 감소해 7월 134만5000명에 이르렀다. 코로나19 확산 전인 2월과 비교하면 11만4000여 명이 줄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손님 수는 줄어드는데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임대료 부담 등으로 직원을 내보낸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유급 직원 없이 1인 또는 무급 가족 종사자와 사업체를 운영하는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7월 420만3000명으로 2월(402만4000명)보다 17만9000여 명 증가했다. 코로나19 확산 추이와 비교해 보면 직원 없이 사업하는 자영업자는 3월 413만9000명, 4월 419만5000명, 5월 421만7000명으로 꾸준히 늘었다. 이후 6월 418만8000명으로 잠시 줄어들었으나 7월 다시 2만 명 가까이 증가했다.
전년 동월 대비 자영업자 전체 수는 줄고 있다. 8일 중소기업연구원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7월 자영업자는 554만8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2만7000명 줄었다. 지난해 7월 전년 동월 대비 2만6000명의 자영업자가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1년 만에 자영업자 감소 폭은 4.9배로 커진 것이다. 최근 10년 매년 7월 기준 감소폭과 비교해도 사상 최대치다. 전년 동월 대비 자영업자 수는 올해 2월에만 3만 명가량 늘었다가 3월 이후로는 7만 이상씩 줄었고 6, 7월에는 10만 명 이상이 감소했다. 3월 이후 전년 동월 대비 자영업자 감소 규모는 50만7000명에 달한다.
이날 한국외식업중앙회는 성명서를 내고 “대다수 영세 외식업소는 매출이 80% 이상 줄었다. 매출 악화를 넘어 폐업 직전에 내몰리고 있는 것”이라며 “피해 외식업소의 생존을 위한 임차료·인건비 지원, 세금 감면, 선별적 긴급재난금을 현금으로 조속 지급 등 실효성 있는 특별대책을 신속히 시행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폐업을 안 한 자영업자 대부분이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로 전환하고 있다”며 “자영업자에게 고용된 직원 대부분은 학생이나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이 많았는데 코로나19가 사회적 약자에게 더 큰 타격을 주고 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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