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공방’ 송도 6, 8공구 민자유치 개발 장기화 조짐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11일 03시 00분


인천경제청, 우선협상자와 소송… 고등법원의 화해권고 조정 거부
“공모지침-제안서 바꾸기 힘들어, 재협상 통한 합의 사실상 불가능”

인천의 랜드마크를 조성하기로 한 송도국제도시 내 6, 8공구에 아파트단지만 줄지어 들어서고 있다. 장기간 공익과 사익 간 충돌 논란을 겪으면서 인천을 대표할 관광, 휴식 공간 조성 계획이 실종됐다. 김영국 채널A 스마트리포터 press82@donga.com
인천의 랜드마크를 조성하기로 한 송도국제도시 내 6, 8공구에 아파트단지만 줄지어 들어서고 있다. 장기간 공익과 사익 간 충돌 논란을 겪으면서 인천을 대표할 관광, 휴식 공간 조성 계획이 실종됐다. 김영국 채널A 스마트리포터 press82@donga.com
인천 송도국제도시 내 6, 8공구 민자유치 개발사업이 3년 넘게 법정 공방을 펼치며 표류하고 있다. 이곳을 개발하기 위한 우선협상자였던 대상산업컨소시엄(8개 기업 및 금융기관)과 땅 소유주인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인천경제청)이 최근 고등법원(2심)의 화해권고 조정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가 갑자기 취소하면서 소송이 고법에 이어 대법원까지 장기화될 조짐이다. 인천경제청은 10일 “대상컨소시엄의 우선협상자 지위를 회복시킨 뒤 재협상하려 했으나, 너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상황을 감안해 법원 판결 결과를 지켜본 뒤 개발사업자 선정 절차를 다시 진행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 구호뿐인 ‘인천 랜드마크’

인천 앞바다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인천대교 초입 부분의 송도국제도시 6, 8공구는 공모 방식으로 민간자본을 유치해 국내 최대 높이의 151층 건물을 짓고, 친환경 레저타운을 조성한다는 야심 찬 개발계획이 추진되던 곳이다. 2010년 이런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자 전임 인천시장들이 미국의 유대 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 뉴욕 등 미국 여러 도시에서 사업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몇몇 해외 기업과 양해각서 등을 맺었지만 결국 휴지 조각이 되었다.

인천경제청은 2017년 5월 재공모를 통해 6, 8공구 중심부 127만8519m²(약 38만6750평) 지구만 개발할 우선협상사업자로 대상산업컨소시엄을 선정했다. 이 컨소시엄에는 인천의 유력 건설업체인 대상산업을 중심으로 포스코건설, GS건설, KDB산업은행, 메리츠종합금융증권, 메리츠화재해상보험, 부국증권, 미래에셋대우 등 8개 업체가 건설 및 재무 출자자로 참여한 데 이어 자본금 500억 원 규모의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했다. 이들은 공모 지침에 따라 1조 원이 넘는 땅값과 체육시설(골프장), 상업시설, 주상복합단지, 주택단지를 개발하기 위한 구체적인 개발 청사진(제안서)을 제시해 공모 심의를 통과했다.

인천경제청은 같은 해 9월 본계약 체결을 위한 막바지 협상을 시도했으나 주요 쟁점에 대한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 채 협상 기일을 넘기자 우선협상사업 대상자 취소 결정을 내렸다. 막판 협상 과정에서 땅값을 조율하지 못했고, 테마파크 및 랜드마크 투자 규모에 대한 이견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상컨소시엄은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박탈 직후 즉각 소송으로 대응했으나 1심에서 패소했고, 서울고법에서 2심 재판 절차를 밟고 있다. 재판부는 지난달 “우선협상대상자 취소 처분 전 사업자에게 충분한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지 못해 행정 절차를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며 우선협상자 지위를 잠정 회복시켜 주고 양측에 재협상할 것을 권고했다.

○ 주거단지로 전락한 6, 8공구

이처럼 민자 개발이 지체되고 있는 가운데 국제도시의 면모를 자랑할 만한 해안 입지를 갖춘 6, 8공구에서는 당초 구상대로 인천을 대표할 만한 관광시설이나 녹지공간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아파트단지만 줄줄이 들어서고 있다. 민간 투자자를 결정하지 못한 핵심 이유가 2, 3년 사이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인천경제청의 셈법이 달라졌기 때문인 것으로 꼽힌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최근 6, 8공구 내 아파트용지 2필지를 기존 감정가의 2배 가격으로 팔았다”며 “토지 가치가 상승한 만큼 공익을 최대로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기준으로 6, 8공구 사업자를 선정해야 한다는 정책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인천경제청은 6, 8공구 개발 시점을 송도∼서울 청량리까지 신설될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B노선의 개통일, 송도국제도시 11공구 개발 속도 등과 연동시키려 하고 있다. 또 우선협상자에 불과했던 대상컨소시엄과의 법정 싸움에서 패하더라도 법에서 규정한 한도 내에서 행정적 책임을 지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대상컨소시엄은 “공모서와 사업제안서 범위 내에서 개발계획을 제시한 민간 사업자에게 무리한 요구를 한 뒤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한 행정 처분을 수용하기 힘들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공모 지침과 제안서의 기본 틀을 바꾸기 힘들기 때문에 재협상을 통한 합의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땅값 상승 등의 개발이익이 시민에게 최대한 돌아갈 수 있도록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6, 8공구 개발계획을 재수립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인천#송도국제도시#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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