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다. 시원한 바람과 함께 우리 곁으로 다가온 예술을 느껴 볼 여유가 생기는 계절이다. 예술은 거창하지 않다. 삶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주얼리가 대표적이다.
주얼리는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이다. 궁극적인 미에 대한 열망과 장인 정신이 보석 하나에 함축돼있다. 귀금속을 발굴하고, 섬세한 세공기술을 통해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과정 자체가 예술이다. 현대에 이르러 주얼리는 다양한 방식으로 예술성이 강화되고 있다.
브랜드가 탄생한 곳의 예술 유산을 주얼리로 재탄생시키는 브랜드가 있다. 이탈리아 주얼리 브랜드 불가리가 그 주인공이다. 이탈리아의 콜로세움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비제로원’이나 베네치아의 스토리를 바탕으로 탄생한 ‘베네치아 컬렉션’ 등이 대표적이다.
올해 불가리는 16세기 말 이탈리아에서 태동한 바로크 예술을 하이주얼리 작품들로 구현하는 도전을 했다. 눈을 사로잡는 제품은 ‘레이디 아라베스크’다. 바로크 시대의 독창성과 자유로움이 담긴 이 제품은 핑크, 바이올렛 사파이어와 파라이바 투르말린, 에메랄드 등 진귀한 컬러 스톤이 화려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경이로운 골드 아라베스크가 물결치듯 유연하게 스톤 사이에서 리듬을 만들어내는 모습도 인상 깊다.
현대미술을 아름다운 주얼리로 재해석한 브랜드도 있다. 프랑스 주얼리 부쉐론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클레어 슈완은 미국 설치미술가 제임스 터렐의 작품 ‘오픈 스카이’에서 영감을 받아 예술적인 하이주얼리 목걸이 ‘쁘네트르 쉬르 씨엘’을 제작했다. 푸른 하늘과 하얀 구름이 담긴 청명한 하늘을 주얼리로 재탄생시킨 이 목걸이는 다이아몬드, 마더오브펄, 탄자나이트 등 소재를 사용해 순간을 영원한 것으로 만들었다.
피아제는 세공기술 그 자체를 예술로 승화했다. 금세공 기술인 팔라스 데코레이션 기법은 세공기술의 정점 중 하나다. 평평한 금에 빠르게 에칭을 해 완성되는 이 기법은 골드 소재에 실크 같은 질감을 부여하고 빛에 따라 다채로운 컬러를 만들어내는 게 특징이다. 이 기법이 사용된 대표적인 제품은 ‘라임라이트 망셰트’라는 팔찌다. 프랑스어로 소맷부리를 의미하는 망셰트 팔찌는 마치 물의 도시 베네치아의 일렁이는 물결 위로 비치는 저녁노을을 감상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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