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어눌-기억력 저하 등 전조 증세… 연휴 기간 자주 전화해 챙길 필요
“말짱해” 대답한다고 안심 말아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명절 풍경도 바꿔버렸다. 부모님을 뵙지 못하는 객지의 자식들은 죄송하다. 그동안 건강은 잘 챙기셨는지 걱정도 된다. 발상을 바꾸자. 올 추석에는 ‘언택트’로 부모님 건강을 챙기는 거다. 전화로 부모님의 목소리를 듣고, 화상 통화로 안색을 살피자. 이렇게 하면 더 큰 병이 생기는 걸 막을 수 있다. 정근화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와 신동욱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의 도움말로 ‘언택트 부모님 건강 챙기기’를 정리한다.
가장 먼저 살필 질병이 뇌중풍(뇌졸중)이다. 노인 사망 질환 1위인 데다 기온이 떨어지면서 환자가 증가하기 때문. 증세가 복잡하고 다양하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눈꺼풀이 떨리거나 씰룩거리는 증세 △손이 살짝 떨리거나 손발이 저리는 증세 △뒷목이 뻐근한 증세는 뇌중풍과 직접적 관계가 없다.
뇌중풍 전조 증세는 세심히 살펴야 한다. △얼굴이나 팔다리에 마비가 나타나는지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지 △두통이 심한지 △물체가 둘로 보이기 시작했는지 △어지러움이 심해져 균형을 못 잡는지를 묻자. 이런 것들은 뇌중풍의 전조 증세다.
화상 통화를 활용하자. △부모님의 얼굴 좌우가 비대칭으로 변했거나 △‘앞으로 나란히’ 자세를 10초 이상 지속하지 못하거나 △말이 어눌해졌거나 엉뚱한 말을 하는 식으로 소통이 잘 안 된다면 뇌중풍을 의심해야 한다.
부모님이 “아무렇지도 않아. 말짱해”라고 할 수도 있다. 안심해선 안 된다. 전조 증세는 일시적으로 사라질 수도 있다. 하지만 50% 정도가 48시간 이내에 재발한다. 전조 증세로 의심된다면 연휴 기간에 수시로 안부 전화를 하라. 연휴가 끝난 후에는 당연히 병원에 모시고 가야 한다.
치매 여부도 체크하자. 국내에서는 60대 중반 이후 본격적으로 치매 환자가 증가한다. 80대가 되면 전체의 20∼30%가 치매를 앓는다. 치매를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겨서는 안 된다. 미리 대처하면 중증 상태로 진행되는 걸 막아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심지어 10% 정도는 조기 발견하면 완치도 가능하다.
그러니 부모님 상태를 체크하는 게 중요하다. 우선 기억력이 최근 갑자기 크게 떨어졌다면 치매를 의심해야 한다. 과거의 기억보다 최근 기억을 특히 잊어버리는데, 알츠하이머 치매의 가장 대표적 증세다.
치매 초기에는 단어가 잘 떠오르지 않는다. “그거 있잖아, 아, 그거 말이야”라는 식으로 말하게 된다. 말수가 줄어들기도 한다. 익숙하게 처리했던 일들이 어수선해져버린다. 시간과 장소를 혼동하기도 한다. 치매 초기에 흔한 증세 중 하나가 감정의 변화다. 우울해하거나 짜증을 많이 낸다. 의욕이 떨어지고 말을 잃기도 한다. 물론 이런 증세가 나타난다고 해서 모두 치매는 아니다. 다만 주의해야 하고, 지켜봐야 한다. 일찍 발견하면 치료 불가능한 병이 아니니까 말이다.
그 밖에도 부모님의 몸 상태를 개괄적이나마 살펴보자. 숨이 차다면 만성기관지염, 천식, 심부전 등을 의심할 수 있다. 만약 체중이 5% 이상 줄었다면 폐암도 의심해봐야 한다. 운동을 하거나 식사량을 줄인 것도 아닌데 최근 6개월 사이에 체중의 5% 이상 줄었다면 질병에 걸렸을 수 있다. 이런 상태에서 피로감과 잦은 소변이 동반되면 당뇨병을, 속 쓰림이나 주기적인 복통이 나타나면 위암을 의심할 수 있다. 물론 연휴가 끝난 후 병원을 찾아 정확한 원인을 찾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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